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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저승사자에서 학교 급식기부 천사로"[인터뷰]

등록 2024.01.10 07:30:00수정 2024.01.10 08: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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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민 조원고 교육행정실장 "코로나 때 손 안댄 보쌈 1100인분 폐기에 자괴감"

학교 급식 기부처 협약 추진에 이어 잔식 기부 활성화 조례 제정에 힘 보태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10일 오종민 조원고 교육행정실장이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임 근무지 학교에서 잔식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동안 운영해왔던 내용을 밝히고 있다. 2024.1.10. pj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10일 오종민 조원고 교육행정실장이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임 근무지 학교에서 잔식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동안 운영해왔던 내용을 밝히고 있다. 2024.1.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코로나19 사태 때 재학생 감염으로 손도 안 댄 보쌈 1100인분을 전부 버려야 했던 현실적 제약을 경험하면서 잔식 기부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오종민 조원고등학교 교육행정실장은 1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형급식소 잔식 기부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당시 심경을 전했다.

그가 언급한 이른바 '보쌈 사건'은 코로나19 발병이 한창이던 때에 전임 근무지 학교였던 수원 효원고에서 벌어진 일이다.

일부 재학생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학교 단체급식을 못하게 되자 그날 점심식사로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준비했던 음식을 모두 폐기했던 것이다.

그날 메뉴는 혼합 잡곡밥, 애호박 된장찌개, 꿀마늘 보쌈, 보쌈김치, 깻잎 양념절임, 새콤 무생채였다. 그 양만 해도 총 1160㎏에 달했다. 이는 다 큰 소 한 마리 무게를 넘는 수준이다.

오 실장은 이렇게 정성껏 만든 음식을 아깝게 버릴 수 없어 소외계층이나 사회복지기관에 이를 전달하기 위해 학교 측을 설득했다. 하지만 외부로 반출했다가 누군가가 먹고 탈이 날 경우 책임 소재여부가 불명확해 결국 학교 측은 이날 조리한 음식을 모두 버려야 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학교 급식 특성상 성장기 학생들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철저한 식자재 관리는 물론 영양소도 골고루 갖췄을 뿐만 아니라 고기류도 빈번하게 나온다. 그가 코로나19 감염 확진을 받는 학생이 나올 때마다 맛도 품질도 훌륭한 한 끼를 전부 폐기해 소중한 혈세를 낭비하는 사태를 막기로 결심한 것도 이같은 학교 급식의 우수성이 뒷받침이 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14일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랍스터를 배식하고 있다. 탄소중립시범학교로 운영 중인 효원고는 학교 급식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활동 결과 전년대비 처리비용 49.2% 절감, 쓰레기발생량 55% 감소에 적극 참여한 학생과 교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랍스터 테일 구이를 점심 식단으로 제공했다. 2023.11.14.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14일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랍스터를 배식하고 있다. 탄소중립시범학교로 운영 중인 효원고는 학교 급식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활동 결과 전년대비 처리비용 49.2% 절감, 쓰레기발생량 55% 감소에 적극 참여한 학생과 교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랍스터 테일 구이를 점심 식단으로 제공했다. 2023.11.14. [email protected]


이를 계기로 오 실장은 잔식 기부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사회복지법인과 푸드뱅크와 정식으로 협약을 체결해 잔식 기부처를 모집했다.

해당 기부처에서는 매일 학교 급식이 끝나는 대로 바로 이를 수거해 당일 즉시 취약계층에게 배송하며, 식중독 등 위생사고가 우려되는 음식은 애초 가져가지 않는다.

특히 그는 학교 잔식 기부에 관심을 보인 경기도의회 문승호 의원과도 협력해 전국 최초로 '경기도교육청 학교 급식의 잔식 기부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문 의원은 해당 조례안 제정 이유로 "도내 학교에서 폐기되는 학교급식 잔반처리 비용이 2021년 85억원, 2022년 113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학교급식의 잔식 기부 활성화는 잔반 감축으로 인한 처리비용 절감과 함께 환경보호·사회복지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례에서는 학교 측의 잔식 기부로 인한 뜻하지 않은 피해 발생 시 책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담당 교직원에 대한 행정처분 등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는 조항도 반영됐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효원고는 모든 교직원과 학생들의 참여 속에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실시했다. 환경부도 학교 측의 노력을 높게 평가해 '2023년도 공공집단급식소 남은 음식물 목표관리 및 감량경진대회' 단체 부문에서 최우수상인 환경부장관상을 효원고에 수여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음식물 폐기물 발생량이 1만5479㎏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만6150㎏보다 2만671㎏(42.8%)를 감량했다. 식수인원으로 따지면 4604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오 실장은 "최대한 잔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학교구성원 모두가 노력하지만 단체급식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씩 여유분 음식이 나오게 된다"며 "이를 그대로 버리는 게 아닌 소외계층이나 사회복지단체에 제공돼 건강한 식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식물 폐기물 처리비용을 질 좋은 급식을 제공하는 데 썼다. 효원고가 지난해 11월 14일, 202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기 이틀 전에 전교생과 교직원들에게 랍스터 특식을 준 것도 한 해 동안 음식물 쓰레기 절감운동에 동참한 데 따른 결실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오 실장은 지난해 6월 효원고에서 같은 수원지역에 소재한 조원고 교육행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새롭게 이동한 조원고에서도 학교 잔식 기부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효원고 사례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다른 학교에 근무하고 계시는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군부대나 공공기관, 지방의회 등에서 어떻게 잔식 기부를 추진하면 되는지 꾸준히 문의가 오고 있다"며 "성심껏 제가 학교 행정실장으로서 진행해왔던 과정을 말씀드리고 있다. 올 3월부터 다른 기관에서도 잔식 기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원=뉴시스] 조원고등학교 급식 기부처에서 학교로부터 가져간 잔식을 소외계층에게 배식하기 위해 음식을 포장하는 모습. 해당 기부처는 매일 학교 급식이 끝나는 대로 잔식을 수거해 당일 즉시 이를 취약계층에 배분하고 있다. (사진=오종민 실장 제공) 2024.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조원고등학교 급식 기부처에서 학교로부터 가져간 잔식을 소외계층에게 배식하기 위해 음식을 포장하는 모습. 해당 기부처는 매일 학교 급식이 끝나는 대로 잔식을 수거해 당일 즉시 이를 취약계층에 배분하고 있다. (사진=오종민 실장 제공) 2024.1.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오 실장은 학교 잔식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사실 이전에 그는 '사립유치원 저승사자'로도 유명세를 떨친 적이 있다. 그는 2015년 경기도교육청 본청에 근무할 당시 도내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진행하면서 사립유치원들과 크게 한 판 붙으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19년 오 실장은 교육부에 사립공공성강화팀으로 파견을 나갔다가 수일고를 거쳐 효원고 교육행정실장으로 학교현장에 복귀했다. 그는 공직자로서 자신이 맡은 교육행정 업무에서 발견되는 미비함을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것에 관심이 크다.

오 실장은 학교의 잔식 기부가 탄소중립포인트제에 반영되면 전국적으로 남는 급식을 기부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그는 "학교별 편차를 고려하면 최소 5%에서 최대 30% 가량 잔식이 남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 잔식 기부를 제도화한다면 비용 절감과 함께 지구 환경까지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잔식 기부 열정은 학교 안팎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빵집이나 떡집에서 그의 잔식 기부 취지에 공감해 흔쾌히 동참을 결정해준 매장에서 보내주는 음식까지 수원역에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는 종교단체로 연결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 실장은 "학교 급식 기부와 별개로 제가 사는 집 근처에서 올해 잔식 기부매장을 5호점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기부 문화에 함께 동참할 분들을 찾아 꾸준히 봉사단체와 함께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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