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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롯데케미칼 이영준 호, 환부 도려내는 혁신해야

등록 2024.12.06 13:49:28수정 2024.12.06 17: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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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롯데케미칼 이영준 호, 환부 도려내는 혁신해야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롯데케미칼이 '공룡'이 되면서 불황 타격을 더 크게 받는 것 같습니다. 업황이 호전되더라도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이 힘들다는 문제는 여전할 것입니다."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불과 수 년전만 해도 작금의 위기를 상상도 못했다.

'화학맨'으로 불리는 황각규 부회장과 김교현 화학사업부문(BU)장, 허수영 화학BU장 등이 활약하던 2010년대 롯데케미칼은 전성기를 누렸다. 2016~2017년에는 LG화학과 석유화학업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할 정도였다.

이 시기에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서 신동빈 회장의 무한 신뢰도 받았다. 2017년 연간 영업이익만 2조9297억원을 기록했고, 2019년까지 조 단위 영업이익이 이어졌다.

그러나 잘 나가던 롯데케미칼은 이달 들어 '3개년 누적 이자보상비율 5배 이상을 유지한다'는 회사채 특약 조건을 지키지 못하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유동성 위기'는 과장됐다고 해도, 롯데케미칼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 자체는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 누적 적자가 6600억원대에 그칠 뿐 아니라 사업구조 자체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들린다.

특히 롯데케미칼 입장에선 호황기의 몸집 불리기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평가가 뼈아프다.

사실 롯데케미칼은 너무 미래를 과신한다 싶을 정도로 몸집 불리기를 이어왔다. 나프타분해설비(NCC)로 대표되는 범용 제품 비중을 눈에 띄게 키웠다. 2010년대 이후 말레이시아 타이탄 매입과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라인 프로젝트) 등 조 단위 투자가 계속됐다.

호황기의 옛 경영진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사업 확장'을 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옛 경영진이 중국발 공급 과잉 변수를 지나치게 과소 평가했다는 진단이다.

석유화학 제품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2010년대 들어 NCC 증설을 통해 수출국으로 변모했다. 이후 낮은 인건비와 최신 시설을 무기 삼아 한국보다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범용 제품은 기술력도 낮은 데다 가격이 최우선이어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롯데케미칼이 이영준 사장을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것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이 사장은 직전 첨단소재 부문을 이끌며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 업무를 맡아 왔다.

이 사장의 취임으로 롯데케미칼은 이제 환부를 도려내는 혁신을 해야 한다. 최근 여수2공장이 일부 가동 절차에 들어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라인 프로젝트 매각을 포함한 자산 경량화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시장에서 무엇보다 이 사장이 이참에 롯데케미칼의 구체적인 사업 비전을 제시해주길 바라고 있다. 포트폴리오 재편 정도가 아니라 구체적인 미래 준비와 로드맵을 내놓아야 외부 우려를 씻을 수 있다.

롯데케미칼 위기는 곧 국가기간산업인 석유화학 자체의 위기다. 롯데케미칼이 근원적 경쟁력을 시급히 회복하기를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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