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확대에 사측 '꼼수' 우려…노조 없는 87% 어쩌나
명절상여금·휴가비 이제 통상임금
통상임금 줄이려는 시도 이어지나
"통상임금 아닌 성과급 등으로 변경"
무노조 사업장 위기…"누가 NO 하겠나"
![[서울=뉴시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2025.02.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2/06/NISI20250206_0020685322_web.jpg?rnd=20250206170218)
[서울=뉴시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2025.02.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문제는 노조가 없는 근로자다. 국내 근로자 중 87%에 해당하는 이들이 향후 통상임금을 줄이려는 사측의 시도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개정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에 따르면, 12월 19일 이후 통상임금 산정부터 재직 등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 요건 중 '고정성(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돼야 한다는 조건)'을 폐기한 것인데, 이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명절상여금, 휴가비 등이 새롭게 통상임금 범위에 들어간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육아휴직급여, 퇴직금 등 법정수당 산정을 위한 도구로, 이번 판결로 근로자들의 수당은 기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동계에선 마냥 기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사측의 통상임금 축소 시도로 노사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경영계에는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시 연간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국내 굵직한 로펌들을 중심으로 '통상임금 세미나' 개최가 줄을 잇고 있다. 사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갈등 해소를 돕겠다는 취지라 기업들의 관심도 폭발적이다.
노동계 우려는 통상임금 지침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측의 축소 시도가 '꼼수'나 '편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근로자는 이 같은 사측의 운영에 더 취약하다는 관점이다.
특히 임금 총액은 유지하지만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항목을 해당하지 않는 항목으로 바꾸려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도가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한국처럼 복잡한 임금체계를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며 "항목이 많다 보니 다른 항목으로 바꿔도 근로자 입장에선 총액이 바뀌지 않으니 불이익하지 않다고 느끼지만 실질적으론 통상임금이 아닌 수당으로 바꿔버리는 방식으로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예를 들어 정기상여금으로 주던 임금이 100만원인데 이걸 연말에 보너스로 주는 식으로 총 임금은 동일하게 받지만 변동성이 있는 임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통상임금 지급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 조항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올해 통상임금 확대를 회피하기 위해 노조가 없는 사업장 중심으로 취업규칙이 변경될 것"이라며 "노동자 한 명 한 명한테 형식적으로 변경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누가 '안됩니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은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정책국장도 "직장 그만둘 마음먹지 않으면 못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약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사업장들의 근로자들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고용부는 사용자가 통상임금을 줄이기 위해 일방적으로 지급조건만을 바꾸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엄정 지도할 방침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또 근로기준법에 따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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