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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데…50년 지나니 지구가 변했다

등록 2025.04.24 06:00:00수정 2025.04.24 06: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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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블루 마블' 사진 50년 만에 재촬영…동일 구도·시점 지켜

빙하 후퇴·사막 확장·열대우림 축소 등 뚜렷…기후 위기 가시화

1972년 12월 7일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들이 촬영한 지구 사진인 '블루 마블(Blue Marble) 사진(왼쪽)과 NASA의 심우주기후관측위성(DSCOVR)이 50년 뒤인 2022년 12월 7일 촬영한 새로운 블루 마블.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1972년 12월 7일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들이 촬영한 지구 사진인 '블루 마블(Blue Marble) 사진(왼쪽)과 NASA의 심우주기후관측위성(DSCOVR)이 50년 뒤인 2022년 12월 7일 촬영한 새로운 블루 마블.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1972년 12월 7일, 인류는 지구 전체를 담은 사진을 손에 넣었다. 아폴로 17호의 우주비행사들이 달로 향하던 도중 2만9000㎞(약 1만8000마일)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촬영한 이 이미지는 '블루 마블(Blue Marble·푸른 구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푸른 바다와 하얀 구름이 어우러진 행성의 사진은 지금까지도 '지구'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모습으로 여겨진다.

24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은 정확히 50년 후인 지난 2022년 새롭게 촬영된 블루 마블 이미지를 공개했다. 이를 두고 BBC는 50년의 격차를 두고 비슷한 위치에서 촬영된 두 지구가 기후 위기로 인한 지구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인류의 마지막 달 탐사 임무였던 아폴로 17호 이후 5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지구에서는 남극 빙하의 후퇴, 열대우림 축소, 사막 확장 등의 변화가 한눈에 보일 정도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NASA는 최초의 블루 마블 사진이 촬영됐던 1972년과 최대한 동일한 조건에서 지구의 모습을 다시 촬영했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첫 번째 라그랑주 지점(L1)에 위치한 '심우주기후관측위성(DSCOVR)'을 활용했다. DSCOVR는 우주 날씨 예측을 위해 지구 관측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위성은 50년 전과 동일한 시점인 12월 7일 07시39분(그리니치 평균시·GMT), 동일한 구도에서 고해상도 지구 이미지를 15분 간격으로 총 12장 포착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남극 대륙을 중심으로 한 빙하 면적의 축소다. NASA의 위성 분석 결과 지난 50년 간 남극 빙하는 수십만㎢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구 복사 균형에 영향을 미치며, 극지방의 온난화 속도를 가속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남극 반도와 서남극 지역은 대륙 빙하의 후퇴 속도가 빨라 기후변화의 실시간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또 다른 변화는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확장이다. 사하라는 과거에도 건조한 지역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수십년 사이 사막 주변 사헬 지대의 초목이 급감하며 사막화가 눈에 띄게 진전됐다.

열대우림의 후퇴도 우주에서 확인된 변화 중 하나다. 아마존을 포함한 저위도 열대우림은 지속적인 삼림 벌채와 건조화 현상으로 인해 경계선이 점차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 북부 및 콩고 분지 지역에서는 삼림 파괴로 인한 토양 노출과 생물다양성 손실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초의 블루 마블 사진 이후 반세기 만에 촬영된 이미지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난다. 아프리카 등에서 이전보다 황갈색 사막 지역이 확연히 넓어졌으며, 극지방의 하얀 얼음 지역도 줄었다.

구름대의 밀도나 분포 역시 지역별로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기온 상승 등으로 인한 대기순환 패턴 및 해수면 온도 변화의 결과로 해석되며, 기후 모델의 검증 및 보정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NASA는 "블루 마블은 단지 예술적 상징이 아니라 과학적 관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블루 마블이 최초 촬영된 1972년 당시 과학자들은 전지구적 기후체계의 시각화를 통해 '지구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대중에 소개할 수 있었고, 이후 위성 데이터 기반의 장기 모니터링 체계가 구축됐다.

2개의 블루 마블이 보여주는 차이를 두고 영국 포츠머스대학교의 기후학자 닉 페핀은 "이전에는 지구의 모습을 상상해야 했지만 우리는 블루 마블을 통해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같은 시선에서 지구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목격했다"며 "빙상 후퇴, 산림 감소, 사막 확장 등 인류가 지구에 미친 영향이 시각적으로 식별 가능할 정도가 됐다. 이제 기후 변화는 데이터가 아니라 영상으로 확인되는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최초의 지구 사진에 붙은 블루 마블이라는 이름은 지구를 멀리서 바라본 모습이 마치 구슬(marble)처럼 푸르고 매끄러워 보인다는 데서 유래됐다. 하지만 이제 그 푸르고 매끄럽던 구슬은 누렇고 황폐하게 변해가고 있다.

인류가 야기한 기후 위기는 지구의 생태적 균형과 표면 구조를 눈에 보일 정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50년의 격차를 두고 촬영된 2장의 지구는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변화가 추상적 개념이 아닌 명확한 현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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