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유증, 이복현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도 매면 안돼"
유증 발표 전 1.3조 지분 이전 관련
"저는 보수·시장주의자…야당 입당 없다"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대해 "3조6000억원은 단군 이래 최대의 유상증자다. 과연 3조6000억원이 필요하냐 아니냐는 주주들을 되게 설득을 해야 되는 지점인데, 바로 직전에 1조3000억원을 다른 데 보냈다. 오얏 나무 밑에서는 일부러 갓끈을 안 매야 하는데 제일 큰 나무 밑에서 맸다"고 지적했다. 또 "그러면 (금융감독원은) 왜 맸냐고 물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복현 원장은 27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최근 자본시장 이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 원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대해 시장에서 승계 자금 마련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그게 승계 이슈와 관련된 건 아닌지 저는 모르겠다. 다만 증권신고서에 주주들의 판단을 할 충분한 정보를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일 기업의 단순 유상증자는 기업에서 결정한 거다. 다만 자회사 간 대규모 지분 이전과 관련해 지분 구조를 간단히 하려 했다는 건 주주들의 이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우리가 주주 이익에 손해가 안나는 정도에 고려했다는 것은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자금조달 계획에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형태로 개입해도 되는지에 대한 사회자 질문에는 "증권신고서 심사 기능 자체가 과연 그거(주주 보호)에 맞는 칼인지는 모르겠는데, 영 급하면 드라이버로라도 수박을 잘라먹자는 심정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장에서 수용이 된다는 건 변화의 필요성이 실제적 담론으로 누적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지난 1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두번째 정정을 요구했다. 지난달 27일 한차례 정정 요구 이후 지난 8일 회사는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였다.
이날 이 원장은 야당의 상법 개정안이 섬세하게 만들어지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자본시장법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프레임이 상법 개저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엄청 개혁주의자고 자본시장법 얘기하는 사람은 반격주의자처럼 됐는데 그렇지 않다"며 "주주 보호 원칙을 어떻게 넣을 수 있느냐의 문제고 지금 야당이 이걸(상법 개정안) 매운맛으로 해 놓은 이상 정치적으로 타협이 안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현실적으로 모든 법이란 게 지키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수긍한 상태에서 통과가 안되면 이걸 피해가려는 루프홀이 생긴다"며 "지금은 아무리 합병비율이 이상해도 의무 대상이 아니라 소송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 그 최소한 의무의 대상이 되게 장치를 만들자는 게 저희가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진 '야당 입당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원장의 금감원장 임기는 6월5일로 마무리된다.
이 원장은 "(저는) 보수주의자고 시장주의자니까, 뭘 안할 거지만 하더라도 보수 영역에서 활동을 해야지, 그럴 일(야당 입당)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정치를 할 거 같으면 작년에 출마했을 것"이라며 "나름 한번 그 시점에 의사 결정을 했고, 지금 환경이 훨씬 더 나쁜데 굳이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 건 (아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나이도 어리고 공직도 25년 했으니까 다른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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