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에 욕설 오가는 건설현장…차라리 배달 뛸래요"
MZ세대들이 건설현장 기피하는 이유
체계적·교육 멘토링 없는 상명하복 관계
"인격 무시 당해가며 기술 배우기 싫어"
경력 체계화·세대간 소통 구조 혁신 필요

"욕 먹어가며 허리 휘도록 자재 나르는 것보다 배달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많은 청년들이 건설현장이 아닌 도심의 골목길로 향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건설현장에 한 번 나오고, 다신 안 오는 청년들이 대부분입니다."
청년 건설근로자 중에 단순 노무직을 넘어 전문 기술 인력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는게 현장 목소리다.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 건설현장의 인력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특히 청년층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기술인(현장 근로자) 평균 연령은 지난해 6월 기준 51.2세다. 2010년 평균 연령 45세보다 6.2세 늘었다. 건설 인력의 평균 연령 상승폭은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9.6세), 사업시설관리·임대서비스업(6.4세)에 이어 3번째로 높다. 특히 20, 30대 연령 비중은 2004년 64%에서 지난해 6월 15.7%까지 급락했다.
이른바 '노가다'로 불리는 현장 일은 이제 MZ세대에게 매력적인 일자리가 아니다.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여러 요소들이 현장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열악한 근로환경이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산업재해 위험이 상존하며, 폭염과 한파 속에서도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돼 있다. 일감은 날씨에 따라 변동성이 크고, 정해진 경력 구조나 승진 시스템도 없다. MZ세대는 단순 생계가 아니라 ‘삶의 질’을 중시한다. 현장 노동은 그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대체 일자리의 부상이다. 대표적으로 배달 플랫폼 노동이 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만 있으면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자유로운 시간 운영이 가능하며, 일의 강도에 비해 수입도 일정 수준 이상이다. “허리 휘도록 자재 나르는 것보다 배달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많은 청년들이 건설현장이 아닌 도심의 골목길로 향하고 있다.
여기에 도제식 문화도 청년층에게 거부감을 주고 있다. 건설업은 아직도 ‘일 배우려면 욕 좀 먹어야 한다’, ‘말없이 보고 익혀야 한다’는 문화가 남아 있다. 신입이 숙련공이 되기까지, 체계적인 교육이나 멘토링보다는 ‘밑에서 오래 버티는 것’이 중요시되는 분위기다. 상명하복식 관계, 반말과 고성이 오가는 현장 문화는 수평적 소통에 익숙한 MZ세대에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기술 배우러 왔지 인격 무시당하러 온 게 아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설업의 디지털 전환이 더딘 것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현장에서 드론 측량이나 BIM, 스마트 장비 등이 도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일은 수작업에 의존한다. 기술 친화적인 MZ세대는 자신들의 역량이 발휘되지 못하는 공간에서 흥미를 잃는다.
전문가들은 청년 인력 유입을 위해선 전방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근로환경 개선과 안전 시스템 강화는 기본이고, 직업 이미지 개선, 경력 체계화, 그리고 세대 간 소통 구조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며 "전문 기술 인력으로서의 위상을 갖추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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