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을 만드는 사람들⑤]창원시 성산구 산림농정과 정재림 주무관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산림농정과 정재림 주무관. 2025.04.30. kgka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4/30/NISI20250430_0001831990_web.jpg?rnd=20250430132403)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산림농정과 정재림 주무관. 2025.04.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창원에서도 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서 성산구 산림농정과 정재림(35) 주무관은 산불 예방과 진화, 그리고 산림 병해충 방제까지 산림을 지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를 만나 산불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숨어 있는 노력들을 들어봤다.
산을 좋아했던 청년, 산을 지키는 사람이 되다
한때 기계공장에서 일하던 정 주무관은 그렇게 녹지직 공무원이라는 길을 선택했다. 단번에 시험에 합격해 2021년 임용됐고, 의창구를 거쳐 현재 성산구 산림농정과 산림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공원 관리보다 산을 누비는 일이 더 적성에 맞다는 그는 매일 아침 기상 상황부터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기온, 습도, 바람 같은 요소들이 산불 발생과 확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상 확인은 중요합니다. 하루하루 산불 위험을 예측하는 건, 무탈한 하루를 지나고 보면 작은 일 같지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무전으로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원 22명과 기상 상황과 특이 사항 등을 공유하고, 주요 산불 취약지를 점검하는 것이 정 주무관의 주된 일과다. 특별히 무전을 사용하는 이유도 있다. 산에서는 여러 가지 변수로 휴대전화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산청 대형 산불, 죽음의 문턱에서 배운 것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돼 차량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하늘이 연기로 뒤덮였고 뜨거운 열기가 몰려왔어요. '펑! 펑!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강풍을 타고 소용돌이치듯 번지는 불길은 상상 이상이었어요.”
"순식간에 퇴로가 막혔고, 대원들은 깊은 계곡에 고립됐어요. 그대로 둔다면 연기에 갇혀 일산화탄소 중독이나 질식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었습니다." 정 주무관은 착용하고 있던 모든 장비를 버리고 다시 계곡을 타고 올라갔다고 했다.
"그때는 정말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그대로 대원들을 두고 가면 다 죽는다.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대원들에게 되살아난 산불로 퇴로가 막혔음을 알리고, 바람이 통하는 능선 쪽으로 이동시켜 맑은 공기를 마시게 했다. 대원 휴대전화를 빌려 구조요청을 시도했지만 통신권을 벗어난 곳이라 연결이 쉽지 않았다. 1시간여 흘러 하부에 연기가 조금씩 잦아들고서야 정 주무관과 대원들은 모든 장비를 버리고 계곡을 따라 하산했다. 불길이 물러가며 순간 길이 열렸고 대원 전원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하산하고 처참한 광경과 마주했습니다. 성화사(시천면 사찰)는 물론 저희가 타고 온 산불 지휘 차량과 1톤 트럭이 모두 불에 타 차체만 남아 있었어요. 정말 살아 돌아온 게 기적입니다."
이후 대원 중 한 명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에서 시술을 받았고, 정 주무관 역시 며칠간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정 주무관을 포함한 의창·성산구청 산불 담당 공무원 2명과 광역산불진화대원 19명은 위험한 여건 속에서 산불 진화 업무를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창원시로부터 표창패를 받았다.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지난 3월 경남 산청군 산불 현장에 투입된 정재림 주무관을 비롯한 성산구 광역진화대 대원들이 잠시 숨을 돌리며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정재림 주무관 제공). 2025.04.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4/30/NISI20250430_0001831991_web.jpg?rnd=20250430132420)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지난 3월 경남 산청군 산불 현장에 투입된 정재림 주무관을 비롯한 성산구 광역진화대 대원들이 잠시 숨을 돌리며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정재림 주무관 제공). 2025.04.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영농 부산물 파쇄로 소각 줄여…선제 대응 체계 구축
이후 불법 소각도 눈에 띄게 줄고 산불 발생도 줄어들었다. 성산구는 2024년 산불 발생 '0건'을 기록했다. 이는 정 주무관과 그의 동료들이 묵묵히 현장을 누빈 결과다. 대규모 산불의 위험은 줄었지만, 그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비 오는 날이나 야간, 감시원이 퇴근한 시간대를 노린 '몰래 소각'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불법 소각을 발견하면 과태료 24만원이 바로 부과됩니다. 다행히 요즘은 경각심이 많이 높아졌지만, 산불은 인력과 장비 모두 접근이 힘든 곳에서 주로 발생해 진화 작업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병해충 방제, 산림을 지키는 또 다른 싸움
"산불이든 병해충이든 결국 사전 관리와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산림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불을 끄는 일만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조용히 퍼지는 위협을 막고,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산을 살피는 일이다. 그래서 강인한 체력과 끈기, 그리고 세심한 관찰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그는 7년째 주 5회 근력운동과 러닝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대원들에게 강조하는 말 역시 일맥상통한다.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무리하지 마세요. 사람이 먼저입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전하는 그의 당부는 간결하지만 깊다.
"산불은 나 하나쯤이야 하는 방심에서 시작되고, 하루아침에 수십 또는 수백수천 헥타르의 산림을 태울 수 있습니다. 작은 부주의가, 무심한 행동이, 대체할 수 없는 산림과 생명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어 무탈할 수 있었던 오늘의 하루. 정 주무관과 함께 산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 창원의 산과 숲이 오늘도 푸르게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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