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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의 그늘…16시간 근무에 월급 고작 90만원

등록 2025.06.26 1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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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등 이주 노동자 8만명 근무환경 형편없어

16시간 근무 부지기수, 월급은 고작 90만원 넘기도

대만 직원들과 차별 대우도 많아

[런던=신화/뉴시스]노트북 화면에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의 로고가 표시된 모습. 2024.02.21.

[런던=신화/뉴시스]노트북 화면에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의 로고가 표시된 모습. 2024.02.21.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TSMC 등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이주 노동자들을 차별 대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만 반도체 업체들은 필리핀 등에서 온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근무를 시키고, 한결 낮은 임금을 제공하는 등 차별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AI칩 수요 확대로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실적 면에서는 득세하고 있지만, 정작 이주 노동자 출신 직원들에게는 열악한 근무 환경을 제공해 해당 직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 기업, 이주 노동자 열악한 근무환경 '눈길'

26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는 필리핀 노동자 8만 명 중 상당수가 열악한 근무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의 AI칩 주문이 대만에 대거 몰리며 현지 기업들은 필리핀 등 인건비가 싼 동남아 국가에서 노동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주 노동자 대부분은 자재 운반, 장비 청소, 단순 칩 테스트 등 난이도가 낮은 업무를 한다.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60%, 첨단 반도체 생산의 90%를 맡는 세계 최대 칩 제조국이다. 현지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에만 2만 명 이상 이주 노동자들을 추가 고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이주 노동자 근무 여건은 이런 기업 명성과는 전혀 다르다.

이주 노동자들은 과도하게 긴 노동 시간과 낮은 임금으로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이주 노동자는 "애플과 엔비디아에서 쓸 칩 부품을 만드는 데 매일 12시간씩 근무한다"며 "그런데도 한달 월급은 650달러(90만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주 노동자들은 밤샘 작업을 자주 해 하루 근무시간이 16시간에 달할 때도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이주 노동자들 급여는 형편없다.

이주 노동자 월급은 평균 990달러(135만원)로 최저임금 수준인데, 같은 업무를 하는 대만 노동자들은 기본 급여보다 한결 더 낮고, 보너스와 특전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이주 노동자는 "일부 공장에선 생산라인에서 작은 실수를 해도 불이익을 준다"며 "대만인 중심의 근무 환경이 짜여져 있다"고 말했다.

대만 직원들 중심의 경직된 조직 문화도 '눈총'

이주 노동자들 뿐 아니라 대만 TSMC 같은 글로벌 최고 반도체 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들도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TSMC에서 근무한 미국 직원은 직장 커뮤니티 플랫폼인 '글래스도어'에 "고위 관리자의 95% 이상이 대만인이다"며 "경직된 직장 문화에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일부 직원들은 TSMC에 눈에 띄게 인종차별이 심해 실력 발휘를 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대만 기업 특유의 위계질서와 연고주의 등 조직 문화가 경직돼 있어서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국에 반도체 신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외국인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신공장은 내년에 가동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2028년부터 인디애나주 첨단 반도체 공장에서 칩을 생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도 특유의 조직 문화가 있어 유능한 해외 인재들이 정착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미국 공장이 본격 가동되기 전에 미리 이 부분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TSMC의 미국 직원이 미국의 대표 직장 커뮤니티 '글래스도어'에 올린 글. 고강도 근무와 경직된 직장 문화 등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글래스도어 캡처) 2025.03.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TSMC의 미국 직원이 미국의 대표 직장 커뮤니티 '글래스도어'에 올린 글. 고강도 근무와 경직된 직장 문화 등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글래스도어 캡처) 2025.03.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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