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막 내리는 '영끌'
![[서울=뉴시스] 금융증권부 조현아 기자. (사진=뉴시스 DB). 2025.06.30.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1/05/03/NISI20210503_0000739420_web.jpg?rnd=20210503133850)
[서울=뉴시스] 금융증권부 조현아 기자. (사진=뉴시스 DB). 2025.06.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막을 줄은 전혀 예상 못했어요."
지난 27일 정부가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대출 규제를 발표하자 은행권에서 이런 반응이 터져나왔다. 대출 규제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고강도인데다, 별도의 유예기간 없이 발표 다음 날부터 규제를 즉각 시행하는 정부의 전격적인 행보에 시장 참가자들이 받는 충격은 너 나 할 것 없이 컸다.
주담대 6억원 한도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해온 고소득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차주들의 돈줄을 조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 지금까지는 연소득 2억원인 차주가 20억원 주택을 구입할 때 14억원 정도까지 대출로 받을 수 있었다. 소득은 높지만, 모아놓은 자산이 부족한 3040세대를 주축으로 고액 주담대를 통한 주택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집값도 함께 들썩였다.
이번 대출 규제로 '영끌의 시대'는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적어도 10억원 이상의 고액 주담대를 받아 주로 서울 강남권 아파트,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입성을 노리는 '초영끌'은 보기 힘들게 됐다. 영끌 분위기가 식으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부동산 시장도 한층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뒤따르는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4억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이제 현금 8억원 이상을 들고 있어야 매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금 부자'나 '금수저'만 집 장만이 가능하고,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현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는 대출에 기댄 주택 마련이 어렵게 돼 주거 사다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다 모아도 서울 아파트를 사는데 평균 32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젊은층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의 꿈에서 한 발짝 더 멀어지게 된 것이다.
주담대 한도 제한으로 신용대출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거나, 대출 한도 내 매수가 가능한 지역의 주택 가격이 오르는 '키맞추기'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생애최초, 신혼부부, 신생아 특례 등 정책대출 한도까지 20% 이상 축소되면서 무주택 청년이나 저소득층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러 혼란을 뒤로 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출 규제뿐 아니라 주택 공급 대책, 세금 규제 등 종합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대출 규제만으로는 '똘똘한 한 채=불패'라는 인식이 굳어진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약발이 떨어질 때마다 주사를 놓는 단기 처방에만 그치지 말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이미 '오락가락' 규제가 주택 시장의 혼란과 내성만 키운 모습을 우리는 여러차례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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