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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 사망' 아리셀 화재…박순관 대표에 징역 20년 구형(종합)

등록 2025.07.23 18:20:14수정 2025.07.23 20: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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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박중언 본부장에는 징역 15년 구형

검찰 "전례 찾기 힘든 사건, 책임 물어야"

박순관 "유족들에 깊은 사과"…고개 숙여

[수원=뉴시스]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오른쪽)이 2024년 8월28일 경기도 수원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장소인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오른쪽)이 2024년 8월28일 경기도 수원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장소인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검찰이 근로자 23명이 사망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를 받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23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 심리로 열린 박 대표 등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포기하고 위험을 방치했고 구조적 문제를 알면서도 불법 파견으로 위험을 외주화하고도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해 아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같이 재판에 넘겨진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본부장에 대해선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안전관리책임자의 의무를 방기했고 설립 초기부터 조직·계획적으로 군납비리를 자행하기도 했다"며 "한국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외국인 파견근로자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형식적 안전관리시스템으로 이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해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형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고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된 업체가 불량 전지를 납품하고 숙련되지 않은 불법노동자를 최소한의 안전 시스템도 구축되지 않은 작업장에 내몰아 23명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아 간 중대한 범죄"라며 "생명을 경시하고 위험을 외주화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번 사건에 대해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묻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24일 경기 화성시 전곡리 아리셀 참사 화재현장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에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참사 현장에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6.24. photo@newsis.com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24일 경기 화성시 전곡리 아리셀 참사 화재현장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에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참사 현장에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6.24. [email protected]


박 대표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법률적인 책임을 떠나 유족들과 합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박 대표가 실질적인 경영자로 최종적인 의견결정권자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있으나 법률적 책임을 떠나 무거운 책임감으로 합의에 최선을 다했다"며 "현재 23명의 사망자 중 20명, 부상자 9명과 합의를 했고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유족에 대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박 본부장도)군납 관련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맞으나 이로 인해 얻은 이익은 거의 전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변호인이 여러 주장을 했는데 그 주장이 단순히 책임 회피에 급급한 주장인지 혹은 법리적으로 한번 점검해 봐야 할 주장인지 살펴봐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책임에 비례하는 결론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후 진술을 하기 전 재판장과 유족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한 박 대표는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변명하는 것이 아니다. 제 변명으로 책임이 제 아들에게 지워진다는 현실이 아버지로서 참혹하고 비통하지만 법정은 진실을 밝히는 곳이라 생각한다"며 "검사가 아리셀을 경영했다고 말한 여러 사항은 아버지로서, 경영선배의 조언에 그친 것이다. 유족분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리고 그 마음을 평생 가지고 살겠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도 "구치소에 수감돼 매일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일까 어떻게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까 자책하며 지내왔다"며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신 모든 분에게 사죄 말씀을 올리고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고개 숙였다.

이 사건 선고는 9월23일 진행된다.
[화성=뉴시스] 2024년 6월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 건물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화성=뉴시스] 2024년 6월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 건물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재판이 모두 마무리된 이후 유족들은 법정을 빠져나가는 박 대표를 향해 삿대질하며 "내 딸 살려놔" "사람을 23명을 죽여놓고 한마디 사과도 없다"며 울분을 터트리기도 했다.

참사 피해자 유족 4명은 이날 결심 공판이 진행되기 전 발언 기회를 얻어 재판부에 박 대표 등을 엄벌해 처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아내를 잃은 한 유족은 "가족은 이번에 일상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며 "그럼에도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귀한 생명을 잃었는데 책임자는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24일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진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요인 점검 미이행,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 미구비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들 박 본부장은 전지 보관·관리(발열 감지 모니터링 등)와 안전교육·소방훈련 등 화재 대비 안전관리상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이번 사고를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21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무허가 파견업체 메이셀 등으로부터 전지 제조공정에 근로자 320명을 파견받은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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