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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배우·가수부터 독립운동까지…'권번 기생을 말한다'

등록 2025.08.0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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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배우·가수부터 독립운동까지…'권번 기생을 말한다'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일제강점기 기생들의 삶과 흔적을 조명하는 책이 출간됐다.

신간 '권번 기생을 말한다'(신현규 지음)일제강점기 기생들의 삶을 통해 단절과 억압의 시기였던 식민지 시대의 또 다른 단면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암울했던 시기, 기생들은 꿈을 꿨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대에 맞섰다.

이 책은 단순한 시대 변화를 넘어, '기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입체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일제강점기의 기생 문화를 재조명한다.

제1부에서는 그 시절 기생들이 유흥의 주체가 아니라 배우와 가수, 문학과 예술, 그리고 독립운동의 현장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던 주역들로 그려진다.

이월화, 복혜숙, 석금성이 주도한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시작으로, 왕수복, 선우일선 등 기생 출신 여가수들이 레코드 산업의 황금기를 이끈 이야기가 펼쳐진다.

"복혜숙은 이화여자고보를 3년까지 마치고 일본 요코하마의 고등여자기예학교를 졸업하였으며, '토월회'에서 10년간 신극운동을 하다가 영화배우로도 활동한 경력이 있는 재원이었다. 본명은 복마리(卜馬利)이다. 충남 보령 출신이며 목사의 딸로 태어나, 기예보다는 연극·영화·무용에 더 관심을 갖고 도쿄에 있는 사와모리무용연구소에서 춤을 배웠으나, 완고한 아버지 손에 이끌려 귀국했다. (중략) 그런 그녀가 토월회의 성격이 변질되면서 쇠퇴일로를 걷게 되자 인천 권번의 기생이 되었다." (20~21쪽, 제1부 1장 '토월회 여배우, 인텔리 기생 복혜숙')

또한 이효석, 백석의 연인으로 유명한 비운의 여인들부터, 김향화, 현계옥, 정금죽, 이소홍처럼 독립운동에 헌신한 기생들까지 다양한 삶의 양태가 소개된다. 이들의 삶은 시대의 억압 속에서도 꿈과 열정, 사랑과 희생을 놓지 않았던 고귀한 흔적이다.

"그런 콧대 높은 계옥이 현정건(1887~1932)이라는 남성을 만나 뜨거운 연애사건을 벌이게 된다. 현정건은 소설 '운수좋은 날'을 쓴 현진건(1900~1943)의 사촌 형으로 일찍이 일본·중국 등지로 돌아다니면서 유학한 인텔리다. 그가 때로 고향에 돌아왔다가 친구와 어울려서 기생집을 한 번씩 찾곤 했는데, 이후 계옥에게 운명의 남자가 된다." (126쪽, 제1부 3장 '항일독립의 의열단원 기생 현계옥')

제2부에서는 권번, 사진엽서, 요릿집, 인력거, 박람회, 평양기생학교 등 근대 기생문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당대의 문화적 장치들을 해설한다. 이를 통해 기생은 단순한 유흥의 존재가 아니라, 근대라는 이름 아래 펼쳐진 식민지 사회의 복합적인 문화현상 그 자체였음을 보여준다. 기생은 예술가이자 생계 부양자, 시대의 피해자이자 주체로서 살았다.

'권번 기생을 말한다'는 단순한 기생 연구서가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억압된 근대화 과정 속에서 기생이라는 존재가 지녔던 다층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기록이다.

또한 '기생'이란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여성들이 어떻게 사회적 억압과 문화적 틀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만들어갔는지 보여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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