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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능력시험 AI 도입?…1호 '수익형 민간투자 SW사업' 논란 속 제자리걸음

등록 2025.10.0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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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9일 내년 TOPIK 시행 계획 발표

홈테스트 계획 없어…'AI 활용' 언급도 無

네이버컨소시엄과 협약 밀려…사업 순연

"관리 어렵다고 수능을 민간에 넘기는 꼴"

[서울=뉴시스] 지난 2013년 10월2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청운관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치르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4.10.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 2013년 10월2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청운관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치르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4.10.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디지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정부의 첫 수익형 민간투자 소프트웨어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TOPIK을 민간에 맡기는 것은 공공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우려했던 한국어 교육 전문가들은 사업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9일 교육부 2026년 TOPIK 시행계획에 따르면 2026년 TOPIK은 지필시험(PBT) 6회, 인터넷 기반 시험(IBT) 6회로 총 12회가 시행되며 말하기 평가는 인터넷 기반 시험으로 3회 시행된다. TOPIK은 교육부 직속 책임운영기관인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으로 외국인들의 국내 대학 입학과 취업, 비자 취득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험이다.

'TOPIK 디지털 전환 민간투자형 소프트웨어사업'이 지난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첫 수익형 민간투자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인정받으며 내년부터 TOPIK의 문항 출제, 성적 발표, 시험 응시 방법, 학습 등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됐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는 네이버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국제교육원이 작성한 사업 제안요청서에 나온 대로라면 문항 출제는 기존의 '보안 합숙 출제'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문제은행 체제'로 바뀌어야 했다. 또 시험 운영은 PBT에서 IBT로 전환돼야 했다. 2단계 구축기(2026~2028년)부터는 PBT를 폐지해 IBT와 홈테스트를 병행할 계획이었다.

교육부는 내년에 기존 기출 문항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문제은행 체제를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시행계획에 AI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었다. 또한 현행 보안 합숙 방식과 병행하는 수준이었다. 홈테스트 관련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

국제교육원에 의하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네이버 컨소시엄과는 아직 협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협약 내용을 두고 각 기관 간 이견으로 올해까지도 체결이 사실상 진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5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하는 베트남 사람들. (출처=Vietnam.vn) 2025.05.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5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하는 베트남 사람들. (출처=Vietnam.vn) 2025.05.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사업은 당초 일각에서 공공성과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수익형 사업은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민간사업자가 구축 및 운영 비용 전액을 부담하고, 그 비용을 시스템 운영에 따른 수익으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네이버 컨소시엄이 사업시행자로 최종 지정될 경우 전체 사업비인 3439억6800만원을 전액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TOPIK의 교육과 평가가 상업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26년간 한국어 강사로 활동한 이창용 직장갑질119온라인노조 한국어교원지부장은 "(사업이 진행될 경우) 한국어 교육이 TOPIK에 매몰될 우려가 크다"며 "학습 시장을 민간이 운영하면 시장에 종속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의 국내 체류에 큰 영향을 미치는 TOPIK이 IBT와 홈테스트로 전환될 경우 인터넷 활용과 한글 자판 사용이 미숙한 이주민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TOPIK의 공공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시험의 결과에 따라 국제결혼 이민자 사증이나 취업사증, 국내 대학원 진학 및 한국어교원자격 취득 가능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시험의 출제와 관리의 공공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백승주 전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TOPIK은 인생의 큰 부분이 걸리는 고부담 시험인데, TOPIK을 민간에게 맡기는 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민간에 넘기는 것과 같다"며 "한국어는 상품이 아니고 우리 공교육에서 담당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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