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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1조 달러 대미투자…트럼프는 '카슈끄지 면죄부'(종합)

등록 2025.11.19 16:06:16수정 2025.11.19 17: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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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살만, 카슈끄지 사건 몰라"…카슈끄지 배우자 "고통스럽다"

사우디에 F-35 전투기 판매 승인도

살만 "아브라함협정, 두 국가 해법 먼저"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 자리에서 기존 6천억 달러보다 늘어난 1조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25.11.19.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 자리에서 기존 6천억 달러보다 늘어난 1조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25.11.19.

[서울=뉴시스] 김난영 이혜원 기자 = 미국을 찾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조 달러의 대미 투자를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에게 사실상 '카슈끄지 면죄부'를 선사했다.

살만, 1조 달러 '투자보따리'…국제 무대 화려한 복귀

살만 왕세자는 18일(현지 시간) 백악관 채널로 중계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오벌오피스 면담에서 기존 6000억 달러(약 879조6000억 원)의 대미 투자 규모를 1조 달러(약 1466조 원)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살만 왕세자의 방미는 2018년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처음이다. 살만 왕세자는 해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로,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국제사회 왕따(pariah)로 불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살만 왕세자를 국빈급으로 성대하게 대우했다. 두 사람은 오전 환영식부터 양자 회담과 오찬, 만찬까지 종일 함께하며 원자력·핵심광물·인공지능(AI) 관련 다수의 합의를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 중 취재진에게서 카슈끄지 관련 질문이 나오자 "매우 논쟁적 인물"이라며 살만 왕세자를 가리켜 "그 문제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했다. 살만 왕세자 개입 의혹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살만 왕세자를 "나의 친구"라고 부르며 "그가 해온 일이 매우 자랑스럽다. 인권과 다른 모든 분야에서 그가 해온 일은 놀라울 정도"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내내 살만 왕세자는 미소를 지었다.

트럼프, 사우디 '주요 비나토 동맹' 지정…군사 협력 격상

사우디와의 방위 협력도 격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살만 왕세자와의 만찬 자리에서 "사우디를 주요 비(非)나토 동맹(MNNA)'으로 지정한다"라며 "더욱 훌륭하고 높은 수준의 군사 협력을 맺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주요 비나토 동맹은 방위산업 관련 교역 및 안보 협력 분야에서 특정 국가와 맺는 전략적 파트너십이다. 조약상 방위 보장을 반드시 포함하지 않지만 방산 연구 협력 및 물자 인도 등에 우선 취급된다.

F-35 전투기 사우디 판매도 승인했다. 사우디의 F-35 전투기 도입은 이스라엘과의 군사적 균형, 대중국 기술 유출 가능성 등으로 논란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행 F-35가 최고 사양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8일(현지 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F-35와 F-16 전투기의 환영 비행을 바라보고 있다. 2025.11.19.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8일(현지 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F-35와 F-16 전투기의 환영 비행을 바라보고 있다. 2025.11.19.

사우디와의 이런 밀착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 2기 임기 시작 이후 꾸준히 예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접국인 캐나다·멕시코나 유럽 중요 동맹인 영국 대신 사우디를 순방 첫 국가로 택한 바 있다.

1조 달러 투자 보따리를 들고 와 성대한 대접을 받은 살만 왕세자는 만찬에서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며 "사우디와 미국의 경제적 협력의 지평이 여러 분야에서 더 크고 광범위해지고 있다"라고 만족을 표했다.

아브라함 협정 확대는 아직…살만 "두 국가 해법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극진한 대접에는 다면적 이유가 있다. 먼저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는 유가 안정에 핵심 파트너 국가다. 전임 바이든 대통령도 2022년 고유가 국면에 결국 사우디를 방문해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사우디로의 대규모 무기 수출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아울러 수니파 맹주 국가인 사우디는 중동 지역에서 시아파 맹주이자 미국의 적성국인 이란 견제에도 핵심적 역할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점 외교 사업인 '아브라함 협정' 문제도 걸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한 아브라함 협정을 사우디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살만 왕세자는 이날 "아브라함협정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라면서도 "두 국가 해법의 명확한 방법을 보장받기를 원한다"라고 했다. 두 국가 해법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전제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약속'이라는 단어는 쓰고 싶지 않지만 아브라함 협정에 관해 좋은 대화를 나눴다"라며 향후 이 문제를 지속 협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2018년 사망한 카슈끄지의 배우자 하난 엘라트르 카슈끄지는 이번 살만 왕세자 방미 국면에 CNN과 인터뷰하며 "매우 고통스럽다"라고 토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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