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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갈등⑤]韓 산업계, 파장도 '촉각'…반도체 공급망 영향 줄까

등록 2025.11.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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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외교 마찰 확산…글로벌 산업계도 긴장

韓 산업계, 중일 공급망과 깊숙히 연계돼

소재·부품·장비 전방위 변수…생산 차질 우려도

[경주=AP/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1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10.31.

[경주=AP/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1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10.31.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미중 갈등 상황에 이어 중국과 일본의 외교 마찰이 거듭 확산되며 글로벌 산업 공급망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은 중일 공급망에 깊숙히 연계된 만큼, 이번 양국 갈등이 자칫 한국 경제에도 어떤 파장을 미칠지,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계가 이번 갈등을 예의 주시하는 배경은 2010년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파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영토 갈등을 이유로 중국 내 반일 시위가 격화되며 2012년 9월 15일 중국 산시성 시안(西安)에서는 한 중국인이 일본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 폭행을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를 기점으로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체의 중국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중국 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일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현지 공장을 가동 중단하기도 했다.

더 치명적인 것은 양국의 '자원 무기화'였다.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자, 하이브리드 모터용 자석 등 부품 가격이 폭등하며 전 세계 전자·자동차 공급망이 큰 혼란을 겪었다. 사실상 일부 공급망은 마비 직전까지 갔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일본 소재·장비 업체들이 타격을 입자, 이와 연관된 한국 기업들도 연쇄 타격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중일 갈등의 가장 큰 뇌관은 반도체 산업이다. 양국 힘겨루기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또 다른 리스크로 부상할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일본에서는 장비·소재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중국에서는 메모리를 직접 생산하는 공급망과 연관이 깊다.

일본은 미국의 대중 제재 기조에 발맞춰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산 포토레지스트(감광액)나 식각 가스 등의 통관이 지연되는 것만으로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납기 지연 같은 손실에 노출될 수 있다.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들은 이와 함께 중국에서 형석, 텅스텐 등 원자재를 수입해 이를 가공한 뒤 한국 등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일본으로 향하는 원자재 수출을 제한할 경우 원료를 가공해 한국에 납품하는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들의 활동도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일부에서는 중일 갈등이 한편으로 한국 기업들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나온다.

일본산 기계 부품이나 소재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중국 제조업체들은 공급망 안정을 위해 한국산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어서다. 실제 과거 2015년 이전 중일 갈등 국면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중국 점유율이 일시적으로 반등한 사례도 있다.

일본 반도체 제조설비협회(SEAJ)에 따르면 2023년 일본 반도체 장비의 중국 매출은 36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중국으로 일본 장비 도입이 어려워질 경우, 한국 장비 업체들이 수치상으로 이 수준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화를 맹렬히 추진하고 있어, 한국 반사이익이 예상보다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들린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해 중국 반도체 장비의 내재화율은 21%로 집계됐다. 나우라(Naura)와 AMEC 등 중국 장비 기업 기술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산업계에선 반사이익보다는 원재료와 장비 수급 불안으로 한국 산업계 불안을 더 우려한다.

단적으로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전체 생산량의 40%를 중국 시안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D램의 48%(우시), 낸드플래시의 20%(다롄)를 역시 중국에서 만드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중일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경우 지난 2019년 한일 갈등에서 불거진 일본의 수출 규제보다 더 복잡하고 광범위한 한국 산업계 영향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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