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울수록 길게 느낀다…VR 속 시간 왜곡 비밀 밝혀져

한기대, VR 환경서 시간 인식 조절 가능성 실험 입증

[천안=뉴시스]박지섭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연구팀이 제시한 가상현실 속 시간 왜곡의 원리와 '타임 엔지니어링' 개념도. (사진=한국기술교육대)[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천안=뉴시스]송승화 기자 =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해 게임이나 훈련에 몰입하면 현실과 다른 시간 흐름을 체감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시간 왜곡(Time Distortion)’ 현상이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연구진이 이 미스터리한 현상의 비밀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18일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 따르면 미래융합학부 박지섭 교수 연구팀은 아주대학교 경영인텔리전스학과 이철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빛의 밝기 변화가 동공 반응을 매개로 사용자의 시간 인식을 조절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2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초정밀 시선 추적 실험을 진행했다. 총 32만여 건의 시선 데이터(시선 이동 3만8985건, 시선 고정 28만1306건)를 분석해 통계적 정확도를 확보했다.

분석 결과, 어두운 환경에서는 실제보다 약 24.7% 길게 시간을 인식했으며(1분 →1분16초), 매우 밝은 환경에서도 약 11.3% 길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분 →1분8초). 이는 동공이 과도하게 확장되거나 자극받을 때 뇌가 시간을 '늘어난 것처럼' 느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타임 엔지니어링(Time Engineering)'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지루하고 힘든 재활 훈련 VR은 화면을 어둡게 설정해 체감 시간을 짧게 느끼도록 하고 즐거움이 중요한 게임은 밝기를 조절해 플레이 시간을 더 풍성하게 느끼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인간의 감각과 시간을 능동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지섭 교수는 "VR 환경에서 시간 인식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교육, 재활,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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