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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중요성 커졌지만…"일상 속 편가르기 여전"

등록 2025.12.24 16:32:49수정 2025.12.24 17: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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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부유한 나라보다 민주주의 성숙한 나라 희망

일상 속 갈등 상황 만연 "자산·지역·세대 갈등 커져"

"일상화된 갈등 중심엔 이념 차이…갈등지능 키워야"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경찰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2025.01.19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경찰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2025.01.19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보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를 더 희망한다는 설문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시민들은 정치 이념, 자산 등에 따른 갈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갈등 상황에서 문제를 대처하는 능력인 이른바 '갈등 지능'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이 가장 희망하는 우리나라 모습으로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31.9%)가 1위로 꼽혔다. 2위인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28.2%)보다 3.7%p 높은 수치다.

지난 1996년 관련 조사를 처음 시작한 이래 국민들은 늘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를 1위로 꼽아왔는데 이번 조사에서 그 결과가 처음으로 역전된 것이다. 이외에는 '사회복지가 완비된 나라'(16.9%), '국방력이 강한 나라'(11.6%), 등이 뒤를 이었다.

통계를 작성한 문체부는 이번 조사 결과가 국민들이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성숙한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느낀 절실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심화하고 있는 진영 갈등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감,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같은 조사 결과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은 정치 갈등, 진보와 보수의 갈등(82.7%)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기업가와 근로자(76.3%) ▲수도권과 지방(69.0%) ▲기성세대와 젊은세대(67.8%) ▲남성과 여성(61.1%) 등 관계에서는 집단 간 갈등이 크다고 응답한 비율이 지난 2022년 설문 때보다 더 늘어났다.

시민들은 과거에 비해 국가 전반의 경제적 수준은 높아졌지만, 정치 수준이 그에 맞춰 성장하지 못하면서 이런 설문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서울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김모(31)씨는 "과거에 비해 해외여행도 흔해지고, 경제 수준은 많이 부유해졌다"며 "지난해 비상계엄을 기점으로 국가의 정치 수준, 민주주의 의식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고민하게 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19)군은 "개인적으로는 경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만하면 나라가 (경제적으로) 살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최근 정치적으로 여러 문제가 생기면서 관심이 높아진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 갈등과 관련해선 일상 속 접하게 되는 갈등 상황이 예전보다 더 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차별이나 혐오표현 등 극단적인 사례들이 점차 일상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경기 화성에 거주하는 학부모 정모(36)씨는 "SNS를 보면 거주지역을 두고 '민도'가 어떻고, 임대동이 어떻고 이런 말들을 서슴없이 한다"며 "그들은 자신들의 말이 차별이 아니라 합리적인 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과 갈등에 너무 무감각해진 게 아닌가 싶다. 민주주의가 꼭 정치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성숙한 의식이 따라줘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군도 "주변에 친구들을 보면 단지 정치적인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어울리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본다"며 "점점 이런 갈등이 심해지는 건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갈등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갈등지능, Conflict Intelligence)도 지적 능력이나 감정 능력 못지 않게 중요한 역량으로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갈등 상황이 점차 일상화되고 그 중심에 이념의 차이가 자리잡고 있다"며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교육도, 훈련도 필요하다.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갈등지능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한 축이 됐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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