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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크리스마스 공습' 나이지리아 엉뚱한 곳 타격

등록 2025.12.27 06:23:14수정 2025.12.27 06: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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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독교인 살해한 IS 테러리스트 응징"

타격 지역 주교 "기독교인 박해 문제 없는 지역"

전문가 "미 복음주의 우파 상대 '홍보 공습'인 듯"

[자보=AP/뉴시스]나이지리아 북서부 자보 마을 주민들이 26일(현지시각) 전날 새벽 미군이 공습한 곳을 살펴보고 있다. 2025.12.27.

[자보=AP/뉴시스]나이지리아 북서부 자보 마을 주민들이 26일(현지시각) 전날 새벽 미군이 공습한 곳을 살펴보고 있다. 2025.12.2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고한 기독교인들을 잔혹하게 살해해 온”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를 응징한다며 나이지리아 북서부 소코토 지역의 여러 지점을 공습했으나 이 지역에는 주민 대부분이 이슬람 신자로 기독교인 박해가 없는 곳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이번 공습이 즉각적으로 무엇을 달성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공습을 받은 지역이 테러 조직이나 도적 집단이 없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또 이번 공습이 나이지리아의 기독교인들이 박해 당한다는 서사를 증폭시켜온 일부 미국 기독교인들과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했다.

트럼프가 미국이 나이지리아 문제에 대해 뭔가를 하고 있음을 미국 복음주의 우파에게 보여주는 홍보 목적으로 공습을 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인 25일 토마호크 미사일 12발 이상이 타격한 나이지리아 소코토주는 주민 대부분인 이슬람 신자로 테러 공격의 피해를 받는 주민들도 이슬람 신자들이다.

소코토의 매튜 하산 쿠카 주교는 최근 이 지역에는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소코토의 반군 단체들과 IS 사이에 연계가 있는 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코토의 폭도들이 현지에서는 라쿠라와로 불리는 집단이며 이들이 말리·니제르·부르키나파소 등 더 북쪽과 서쪽에 주로 기반을 둔 이슬람국가(IS) 사헬주 지부와 연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실제 연계가 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라쿠라와라는 집단의 정체 자체가 매우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라쿠라와 무장대원들은 몇 년 동안 소코토 등 나이지리아 여러 주에서 활동해 왔다. 초기에는 지역의 도적들에 맞서 싸우며 주민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뒤에 농촌 주민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알카심 압둘카디르 나이지리아 외교부 대변인은 라쿠라와에 대해 “유동성이 크며 이념적 동맹은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기독교인에 대한 ‘집단 학살’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면서도, 트럼프의 위협에 맞서기보다 협력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나이지리아는 북서부 농촌 지역을 오랫동안 괴롭혀 온 반군들에 맞서 미군의 화력을 활용할 기회로 삼은 것이다.

압둘카디르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정부는 25일 미국의 공습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습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유수프 투가르 나이지리아 외교 장관이 “양자 현안과 군사 협력”을 두고 통화한 뒤 이뤄졌다.

압둘카디르 대변인은 투가르 장관이 이 통화를 나이지리아 대통령 볼라 아흐메드 티누부에게 보고했고, 티누부 대통령이 공습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나이지리아가 공습을 위해 미군에 정보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공습은 그 지역에서의 도적들의 추가 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공중 전력은 그들이 맞설 수 없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압둘카디르는 추가적인 군사 행동 가능성에 대해 미 당국과 계속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는 수억 명의 이슬람 신자와 기독교 신자가 함께 사는 나라로 소코토주는 나이지리아 이슬람 공동체의 정신적 지도자인 소코토 술탄이 거주하는 곳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나이지리아 정부가 자신이 ‘집단학살’이라고 부른 기독교인들에 대한 폭력을 막기 위해 “신속히 움직이지 않으면” 나이지리아를 공습하거나 병력을 보내겠다고 위협했다.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이지리아는 이슬람 및 기독교 주민 모두 광범위하고 복합적인 폭력에 시달려 왔으며 나이지리아 정부는 트럼프의 규정을 거부해 왔다.

그러나 동시에 안보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 DC에 대표단을 보내 미 당국자들과 대화했다.

그럼에도 나이지리아 내부에서는 왜 소코토주를 타격했는지를 두고 의아해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IS와 연계가 가장 명확한 테러 조직은 소코토주와 반대편에 있는 나이지리아 북동부의 서아프리카 이슬람국가(ISWAP)다.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에서 분리된 조직이다.

카비르 아다무 안보 전문가는 “만약 폭탄이 삼비사 숲에 떨어졌다면 아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비사는 보코하람이 점령했다가 ISWAP가 장악했던 나이지리아 북동부 지역을 가리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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