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정세④]“美 AI 기술 선점 vs 中 확산…韓, 이중전략 펴야”
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술 혁신 역량이 경제 안보" 강조
프런티어 AI vs 확산형 AI…서로 다른 접근이 패권 경쟁의 미래 만들어
"한국, G3 국가군 내 틈새 확보가 생존 전략…이중 외교 불가피"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배영자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연구실에서 공감언론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2.29. mangust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2/29/NISI20251229_0021108477_web.jpg?rnd=20251229103622)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배영자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연구실에서 공감언론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2.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2025년 1월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그 전까지 중국의 기술력 수준은 '의지는 강하지만 질적 도약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의 수출 규제로 최신 반도체 칩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성능 대규모 언어 모델을 구현해내면서 기존 인식을 깨뜨리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무역 전쟁과 긴밀히 얽혀 있다. 미국은 AI 개발에 필수적인 최첨단 반도체 칩 수출 규제를 강화했고, 중국은 현대 산업의 필수 재료인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대응했다. 희토류 통제력은 무역협상의 강력한 지렛대로 작용했고, 결국 양국은 지난해 10월말 한국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무역 휴전에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고 평가한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 완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기술 통제 조치를 느슨하게 함으로써 그동안 유지해온 '안보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스스로 허물었다는 지적이다.
미중 양국 간 화해 무드는 조성됐지만, 여전히 AI·반도체 등 패권을 둘러싼 구조적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언제든 다시 긴장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서울 건국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배영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중 패권 경쟁의 본질과 한국의 대응 전략에 관해 설명하면서 "미중 패권 경쟁의 큰 흐름은 강도의 차이는 있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정치와 기술 안보를 연구해 온 배 교수는 "미국도 기술 통제를 이어간다고 좋을 게 없어서 갈등 완화를 택했지만, 이런 식의 유화 국면과 경쟁 국면은 사이클처럼 왔다 갔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보의 재정의…군사력서 '기술 혁신' 역량으로
배 교수는 "과거 안보는 국가가 관여하는 군사력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기업의 혁신 역량과 인프라, 인재가 핵심"이라며 "지금의 AI는 산업혁명 시대의 방적 기술이 가져온 경제적 변화와 핵무기가 가져온 전략적 변화를 동시에 일으키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로 공급망에 혼란을 주자 미국은 반도체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반도체 관세 부과 시점도 연기했다. 안보 당국과 의회 안팎의 "첨단 AI 기술이 중국에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엔비디아의 H200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기술 혁신 역량과 공급망 안정성이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AI 패권의 관건은 '선점'이 아니라 '확산'…AGI 좇는 미국, 보급 택한 중국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배영자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교수연구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29. mangust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2/29/NISI20251229_0021108479_web.jpg?rnd=20251229103619)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배영자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교수연구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29. [email protected]
그렇다면 최첨단 AI 기술을 선점한 국가가 곧바로 패권 국가로 도약하게 될까. 배 교수는 제프리 딩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 교수의 연구를 인용, 누가 먼저 혁신을 이뤄냈느냐보다 최첨단 혁신을 국가 전체에 얼마나 잘 확산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유리한 구조일 수 있다고 했다. 배 교수는 "제조업 생산성과 관련한 부분은 중국이 유리하고, 중국은 국가 차원으로 AI를 공공 부문에 도입하려 하고, 프라이버시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AI 확산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AI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접근 방식은 서로 다르다. 미국은 인간보다 더 뛰어난 AI 모델 개발에 몰두하며 '범용 인공지능(AGI)'를 목표로 하지만, 중국은 소비자와 산업 전반에 기존 AI 모델을 신속하게 채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AI 관련 전략 문서를 통해 향후 10년에 걸쳐 AI를 3단계로 보급하는 계획을 소개했다.
구상안에 따르면 AI 연구가 산업 공정, 소비자 제품, 보건 및 교육 등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이 1차 목표다. 이후 전기나 인터넷만큼 널리 보급돼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이 되는 것이 2차 목표, 3차 목표는 AI가 문화를 재편하고 중국이 지능형 사회가 되는 것으로, 2035년까지 모든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배 교수는 "미국은 AI를 신과 같은 존재로 만들고 싶어하는 동시에 AI가 엄청난 위협을 가할 것으로 보고 두려워한다"면서 "반면 중국은 AI 사용에 더 큰 기대감을 가지고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어"며 이러한 인식의 차이도 향후 기술 확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중국은 정부 승인 하에 AI 연구소들이 무료 모델을 제공해 작업 수행 속도를 높이는 데 지원하는 반면, 서구는 유료 기반 서비스로 제약이 있다.
학계에서는 AI를 다루는 접근 방식이 양국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패권 '경쟁'이 아닌 '공존'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배 교수는 "미국의 프런티어(frontier) AI와 중국의 확산형 AI라는 두 개의 시스템이 공존하며 경쟁하는 모습은 산업이나 기술적 측면에서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면서도 "국제 정치적 흐름 속에서 보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미중 경쟁 속 한국의 생존 전략은…"이중 전략과 기술 혁신"
배 교수는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산업 전반에서 한국과 같은 미들파워 국가들의 입지는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되 중국과의 협력 채널을 완전히 닫지 않는 '이중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조차 중국과 타협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일방적으로 한쪽에 몰입하는 것은 전략적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안보가 기술 혁신 역량으로 재정의되고 있는 만큼, 외교적 줄타기보다 기술 혁신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HBM·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영구적일 수 없는 만큼,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대체 기술과 제조 역량을 전략적 카드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AI 경쟁 구도는 현재 미국·중국 중심의 양강 체제지만, 한국이 영국·프랑스·싱가포르 등 약 15개국이 포진한 이른바 'G3 국가군' 중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G3 국가군 안에서 어떤 영역에서 차별화된 니치(틈새)를 확보해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며 "한국이 '톱티어 G3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술·산업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중 패권 경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배 교수는 "미국은 프런티어 AI 기술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중국은 AI의 사회적 확산과 적용 능력에서 강점을 보이며 서로 다른 경쟁 축을 형성하고 있다"며 "그런 만큼 미중 경쟁을 단순한 승패 구도로 설명하기보다, 각 국가가 어떤 서사와 정체성을 선택하느냐가 향후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과학기술과 국제정치, 경제안보다. 대통령실 산하 국가 인공지능위원회 민간위원, 외교부 경제안보외교·과학기술외교 자문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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