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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밟은 8강 무대…높은 세계의 벽에도 '절반의 성공'[WBC 결산①]

등록 2026.03.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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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후 17년 만에 WBC 8강 진출

일본·대만 상대로 대등한 경기력 펼쳐

8강 도미니카전에선 '세계의 벽' 실감

[도쿄=뉴시스] 권창회 기자 =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7-2로 승리해 WBC 본선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6.03.09. kch0523@newsis.com

[도쿄=뉴시스] 권창회 기자 =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7-2로 승리해 WBC 본선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6.03.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문채현 기자 = 한국 야구가 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무대를 밟았다. 세계 무대에서 부진을 반복했던 지난 10여 년 간의 수모를 끊고 미래를 향한 희망을 그렸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WBC 도미니카공화국과의 8강전에서 7회 만에 0-10으로 패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일주일이었다. 비록 마지막 경기에서 빠르게 내리막을 달리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류지현호는 대회 내내 한국 야구팬들에게 어느 때보다 큰 짜릿함을 선사했다.

동시에 국제 무대에서도 드디어 성과를 냈다.

지난 2013, 2017, 2023년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수모를 겪었던 한국 야구는 17년 만에 WBC 토너먼트 대진표에 이름을 올렸다.
[도쿄=뉴시스] 권창회 기자 =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9회말 한국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포효하고 있다. 2026.03.09. kch0523@newsis.com

[도쿄=뉴시스] 권창회 기자 =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9회말 한국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포효하고 있다. 2026.03.09. [email protected]


도쿄돔에서 열린 4경기는 가히 완벽한 기승전결을 자랑하는 한 편의 영화였다.

류지현호는 첫 경기부터 체코를 11-4로 완파했다. 한 수 아래 상대였지만 쉽게 마음 놓을 순 없었다.

한국 야구는 2013년 WBC 조별리그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5로 졌고, 2017년엔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을 1-2로 패했다. 2023년에도 호주와의 1차전에서 7-8로 고개를 떨궜다.

매 대회 1차전에서 한 수 아래로 여긴 팀에게 줄줄이 무너지며 'WBC 1차전 징크스'에 떨어야 했다.

하지만 문보경(LG 트윈스), 셰이 위트컴(휴스턴 애스트로스),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홈런포로 완승을 합작하며 대회 시작을 기분 좋게 알렸다.

이어진 경기 상대는 '세계 최강' 일본과 '난적' 대만. 쉽지 않은 상대였지만 한국은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비록 7회 제구가 흔들리며 연속 볼넷으로 무너졌으나, 일본을 상대로 6-8까지 맞섰고, 대만을 상대로도 연장까지 가는 승부 끝에 아쉽게 1점 차로 패했다.

그리고 마지막, 조별리그 최종전 호주와의 경기가 절정이었다.

류지현호는 '5점 차 이상·2실점 이내 승리'라는 8강 진출 조건을 달고 호주전에 들어갔다.

공 한 구 한 구, 점수 한 점 한 점에 운명이 달린 살얼음판 같은 승부에도 막중한 부담감을 이겨낸 한국 야구는 결국 7-2 승리와 함께 마이애미행 전세기에 올랐다.
[도쿄=뉴시스] 권창회 기자 =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1차전 한국과 체코와의 경기, 1회말 1사 주자 만루 한국 문보경이 만루홈런을 친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6.03.05. kch0523@newsis.com

[도쿄=뉴시스] 권창회 기자 =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1차전 한국과 체코와의 경기, 1회말 1사 주자 만루 한국 문보경이 만루홈런을 친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6.03.05. [email protected]


1차 목표, 8강 진출에는 성공했으나, 100% 만족하기는 어려운 결과였다.

류지현호는 힘들게 밟은 마이애미 땅에서 힘 한번 제대로 못 써보고 '초호화 군단' 도미니카공화국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선발 등판한 한국 야구의 간판 류현진(한화 이글스)은 2회 만에 흔들리며 조기 강판됐고, 차기 에이스 곽빈(두산 베어스)도 줄줄이 볼넷을 내줬다.

도쿄돔에선 더할 나위 없이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던 타선도 급격하게 식었다. 존스와 안현민(KT 위즈)을 제외하곤 상대 마운드를 상대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이날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야구를 상대로 높고 두꺼운 벽을 실감했다.

17년 만의 WBC 8강 진출이라는 빛나는 성과를 달성했으나, 그 자체가 '기적'이었다는 점은 다소 씁쓸하게 느껴졌다.
[도쿄=뉴시스] 권창회 기자 =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9회초 1사 1,3루 한국 안현민이 1타점 희생타를 터트린 후 환호하고 있다. 2026.03.09. kch0523@newsis.com

[도쿄=뉴시스] 권창회 기자 =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9회초 1사 1,3루 한국 안현민이 1타점 희생타를 터트린 후 환호하고 있다. 2026.03.09. [email protected]


2006년 초대 WBC에서 4강에 올랐던 한국 야구는 이어 2009년엔 세계 강호들과 맞서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룩했고,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선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지만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한국 야구는 금세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2013, 2017, 2023 WBC 3개 대회 연속 약체팀에 발목 잡혀 1라운드 벽을 넘지 못했고,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선 6개 팀 중 4위에 머물러 메달 없이 대회를 마무리했다.

메이저리거는커녕 프로 선수들도 불참한 대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한국 야구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여기에 더해 2024년 열린 프리미어12에서도 한국은 대만, 일본에 연달아 무릎을 꿇으면서 슈퍼라운드(4강) 무대에 서지 못했다.

그럼에도 KBO리그 인기와 선수들의 몸값은 끝을 모르고 치솟으며 한국 야구의 하락세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도쿄=뉴시스] 권창회 기자 =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7-2로 승리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6.03.09. kch0523@newsis.com

[도쿄=뉴시스] 권창회 기자 =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7-2로 승리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6.03.09. [email protected]


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손가락질은 선수들의 자존심을 찔렀다.

류지현호는 누구보다 간절하게 이번 WBC를 준비했다. 그들의 열정은 과정으로 드러났고,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 야구는 10년 넘게 이어진 국제무대 잔혹사를 끊고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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