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동지를 위해 길 위에 차린 식당…'유희 언니'
"밥은 하늘이고, 밥은 힘이고, 밥은 사랑이다"
![[서울=뉴시스] 최규화 '유희 언니' (사진=빨간소금 제공) 2026.04.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4/02/NISI20260402_0002101271_web.jpg?rnd=20260402183523)
[서울=뉴시스] 최규화 '유희 언니' (사진=빨간소금 제공) 2026.04.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얻어먹어서 미안한 게 아니라, 얻어먹은 적이 없어서 미안했다. 그 세월 동안 나는 그녀의 현장에 있어 본 적 없다는 게 부끄러웠다."
저자 최규하는 신간 '유희 언니(빨간소금)'에서 이렇게 말한다. 전국 농성장에 나타난 '십시일반 음식연대 밥묵차'에 연대해 본 적 없다는 언론인의 고백이기도 하다. 저자는 1주기 추모제를 시작으로 유희를 기억하는 15명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고(故) 유희는 1959년생으로 노점상이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세월호 유가족, 소성리 주민 등 아픔을 가진 이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밥묵차 대표이자 활동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조금 다르게 표현했다.
"아줌마가 아니고 동지이기에 이렇게 온 거다. 왜 왔냐고 묻지 마라. 맛있게 먹기만 해라."
동지이기에 요구하는 대가는 없었다. 그는 '먹어야 이긴다'고 늘 믿었다. 시작은 1990년대 초 전국노점상연합 사무실이었다. 활동가들이 굶는 게 일상이던 시절 김치찌개만 끓여도 든든히 배를 채운다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1995년 3월 서울 서초구청은 노점단속에 나선다. 척수장애를 지닌 중증장애인 최정환은 항의의 뜻으로 분신했다. 8개월가량 지나 인천 연수구 아암도에서는 노점단속에 항의해 망루 농성이 이뤄지고 있었다. 진압 과정에 탈출을 시도했던 장애인 노점상 이덕인은 사흘 뒤 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유희는 영안실과 거리 농성장에 나가 솥을 걸었다. "내가 늘 하고 싶은 건 멕이는 거. 그 입에 들어가는 걸 보고 싶은 거지."
그렇게 2017년 시민 모금을 통해 조리 설비를 갖춘 밥차가 마련되며 '십시일반 음식연대 밥묵차'가 출발했다. 단순한 끼니가 아닌 목숨을 붙드는 사회 안전망이었다.
유희를 기억하는 이들은 그를 '타협하지 않는 원칙주의자'이자 '열정적인 현장 활동가'라고 기억했다. 동시에 밥을 나누다 흥을 돋우는 '트로트 가수'기도 했다. 유희의 밥과 노래는 수많은 이들을 살렸다. 유희를 통해 거리에 선 사람들은 희망을 입에 넣었다.
'강철 여인'이라 불렸던 유희는 2024년 6월 향년 65세로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긴 잠에 든다. 췌장암이었다.
하지만 암도 그를 멈추진 못했다. 2022년 11월 췌장암 판정을 받아도 거리로 나갔다. 친언니 유덕희는 "죽을 때까지도 그렇게 (밥 연대) 하다가 죽는 게 자기 소원이라고 그랬다"고 말한다. 유희는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오전 4시께 일어나 쌀을 씻었다.
30년 동안 '영혼의 허기'를 채운 유희는 지난해 제32회 전태일노동상 공로상을 받았다. 그의 묘비에는 "밥은 하늘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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