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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봉스님 "이것만 해결되면…그 말은 살고 싶다는 신호" [함께家]"

등록 2026.04.06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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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기획-연결이 생명이다⑨]

대한불교 조계종 전화 상담 체계 ‘자비의 전화’ 운영

"작은 가시에도 아픈 마음…홀로 두지않는것이 자비"

"우리 사회, 자살 드러내지 않으려해…문제의 출발점"

"불살생, 자기 자신의 생명 소중히 여기라는 가르침"

"국가 제도 서로 연결돼야…상담과 제도도 연결되길"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 원장 종봉스님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 원장 종봉스님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늦은 오후 충남 논산의 한 사찰 마당. 삶에 지친 50대 여성이 우연히 절을 찾았다. 말없이 마당에 한참 앉아 있던 그에게 종봉 스님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차 한잔하고 가실까요."

그 한마디로 시작된 인연은 수차례의 만남과 전화로 이어졌다. 자살 시도 경험이 있던 그는 지금도 삶을 버텨내고 있다.

불교계 전화 상담 체계 '자비의 전화'를 운영하는 종봉 스님(불교상담개발원장)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떠올리며 "내담자가 '이것만 해결되면 끝내겠다'고 말할 때 오히려 희망을 본다"며 "그 말은 결국 살고 싶다는 신호로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손가락에 작은 가시 하나만 박혀도 우리는 아파서 어쩔 줄 모르지 않나. 삶이 무너질 만큼 힘들다면 그만큼 큰 아픔을 안고 있다는 뜻"이라며 자살을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깊은 고통과 사회적 고립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혼자 고통을 견디게 두지 않는 것이 자비이자 생명 살림"이라고 했다.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숨기거나 가리거나 할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분들은 그 이야기를 내놓을 수 없어서, 자기가 가진 아픔을 내놓을 수 없어서 돌아가신 거예요. 누군가 같이 공감해 줄 사람이 있으면 달라졌겠죠."

스님은 자살을 말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자체가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자살 문제를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고통을 숨기고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 자체가 더 큰 문제를 만든다"고 짚었다.

이어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하루에도 30~40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며 "매일 한 학급, 혹은 군대의 한 소대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과 같은 규모"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 원장 종봉스님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 원장 종봉스님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04. [email protected]


그는 "이 문제가 공개 석상에서 더 많이 다뤄질수록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오히려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공론화해야 자살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종봉 스님이 이끄는 불교상담개발원은 '생명나눔' 기조 아래 ▲생명 살림 ▲생명 이음 ▲생명 지킴을 축으로 자살 예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생명존중 문화 확산, 자살 유가족 치유 프로그램, 생명지킴이(게이트키퍼) 양성 교육 등을 통해 예방과 회복, 연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특히 1990년 3월 개통된 불교계 전화 상담 창구 '자비의 전화'는 위기 상황에 놓인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할 경우 109 또는 서울시자살예방센터 등 전문기관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종봉 스님은 "지금 이 고통을 혼자 견디게 두지 않는다는 자비의 관점을 실천하는 현장"이라고 말했다.

불교의 생명 존중 사상은 단순히 '죽이지 마라'라는 계율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불살생'은 타인을 해치지 않는 것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생명 또한 소중히 여기라는 가르침"이라며 "자비는 타인의 고통을 내 것처럼 느끼고 덜어주려는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존재는 서로 인연으로 연결돼 있다"며 "한 사람의 삶이 무너지면 가족과 공동체도 함께 흔들리고, 반대로 한 사람의 삶을 살리면 공동체를 함께 살리는 일이 된다"고 강조했다.

불교는 죽음을 삶의 과정 중 하나로 보지만, 자살은 무명(無明)과 절망으로 인한 '심리적 고립'으로 본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 원장 종봉스님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 원장 종봉스님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04. [email protected]


자살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그는 판단보다 이해가 먼저라고 했다.

종봉 스님은 "자살을 옳고 그름의 잣대로 판단하기보다, 그분이 겪는 심리적 고립과 절망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개인의 의지나 성격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마음과 관계, 환경을 함께 돌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경제 문제와 복지 사각지대가 자살 위험을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는 "국가의 다양한 제도가 있음에도 정보 부족과 제도 연결의 단절로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 연계의 한계를 짚었다.

"수백억을 굴리다 망한 사람은 쉽게 죽지 않아요. 하지만 단돈 수십만 원, 수백만 원이 없어 복지 사각지대에서 삶을 포기하는 서민들이 많습니다. 이미 삶을 정리한 분들은 개인회생 제도를 찾아볼 의욕조차 없습니다."

스님은 "상담 현장에서 금융 지원과 복지 제도에 즉시 연결해 줄 수 있는 촘촘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보람으로는 자살 유가족을 위한 템플스테이를 꼽았다.

스님은 "한 유가족이 '매년 이날을 기다리며 산다. 오늘 참여로 또 1년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말했을 때 이 일의 의미를 깊이 느꼈다"며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삶을 버티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을 당부했다.

"자기 자신의 아픔을 바라보고, 주변에 손을 내미십시오. 누군가 곁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면 어깨는 훨씬 가벼워질 것입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 원장 종봉스님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 원장 종봉스님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04. [email protected]



'함께家' 프로젝트는

뉴시스는 자살·고립·저출산 문제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로 바라보는 생명존중 공익 캠페인 '함께家'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절 속에 놓인 이들에게 공동체가 함께 가자는 뜻을 담아, 예방과 돌봄의 안전망을 넓히고자 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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