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학비인데 교육의 질은?…비인가 국제학교 논란
제도 공백 속 '고가 교육시장' 팽창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 도내 한 학교에서 수험생이 신중하게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2/11/17/NISI20221117_0019473624_web.jpg?rnd=20221117090403)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 도내 한 학교에서 수험생이 신중하게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4년 교육부 조사에서 6곳에 불과했던 국제교육형 미인가 시설은 최근 약 130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10여 년 만에 20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비인가 국제학교 확산의 출발점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해외 유학길이 막히면서 글로벌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수요가 국내로 이동했고, 이를 흡수할 대체재로 국제형 교육시설이 급증했다. 특히 강남·분당·동탄·송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중상위권 수요가 집중되며 시장이 형성됐다.
사업자 입장에서 비인가 국제학교는 구조적으로 '수익성 높은 모델'에 가깝다. 인가 학교는 비영리 원칙 아래 회계가 엄격히 통제되고 수익의 외부 전출이 금지된다. 반면 비인가 시설은 학원이나 법인 형태로 운영되며, 사실상 영리 활동이 가능하다. 즉, 모든 수입을 학교 운영 재원으로 써야하는 인가학교와 달리, 비인가 학교는 이러한 제약이 없는 것이다.
이들 시설은 연간 수천만원대 수업료 외에도 입학금, 발전기금, 기부금 등의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징수한다. 학원법상 제한이 있음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우회 징수가 이뤄지면서, 고액 교육비 구조가 고착화됐다.
문제는 비용 부담이 곧 교육의 질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일부 시설은 비용 절감을 위해 교사 처우를 낮추거나 시설 투자를 최소화하는 등 '저비용 운영-고가 수익' 구조를 취하고 있다. 교육기관이라기보다 사교육 사업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비인가 국제학교가 빠르게 늘어난 또 다른 배경은 낮은 진입장벽이다. 교육청 인가 없이 학원 등록만으로 설립이 가능해 신규 진입이 쉽다. 반대로 운영이 어려워지면 별도의 폐교 절차 없이 사업을 정리할 수 있다.
이른바 '쉬운 엑시트' 구조는 고스란히 학부모와 학생에게 위험으로 돌아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시설은 별도 고지 없이 폐쇄되거나 운영자가 잠적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 경우 학부모는 환불을 받기 위해 민사 소송에 의존해야 하고, 학생은 학업 연속성이 단절되는 상황에 놓인다.
제도적 관리 공백도 문제를 키웠다. 비인가 국제학교는 법적으로 학원이지만 운영 방식은 학교에 가깝다. 이로 인해 교육부와 교육청 모두 명확한 관리 주체로 나서지 않으면서 사실상 방치 상태가 이어졌다.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입증이 어려워 행정처분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종=뉴시스]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교육부 전명. (사진=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2/05/NISI20250205_0001763089_web.jpg?rnd=20250205094528)
[세종=뉴시스]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교육부 전명. (사진=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관리 기준 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국제학교 명칭 사용 기준, 학력 인정 여부에 대한 명확한 안내, 회계 투명성 확보 등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유사 피해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외형은 국제학교지만 실체는 학원인 구조가 유지되는 한, 교육 선택의 책임은 온전히 학부모 개인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제도 밖에서 팽창한 이 시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교육당국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미인가 교육시설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뒤 올해 1월까지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시도교육청과 합동 특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교육청 내 총괄 부서 지정과 함께 폐쇄 명령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이행강제금 부과 근거 마련도 추진 중이다.
국회에서도 제도 정비가 병행되고 있다. 최근 발의된 관련 법 개정안에는 입학금·기부금 등 편법 징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사실상 학교 형태의 시설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해 행정처분의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정책 추진 배경에는 미인가 교육시설 확산에 따른 교육 질서 훼손 우려가 깔려 있다. 교육계에서는 일부 시설이 '가짜 국제학교'로 인식되면서 해외 대학 진학이나 교육 인증에서 불이익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의 주의와 제도권 관리 강화 필요성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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