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예산 독식'·'심사위원 쇼핑' 논란…대한무용협회 특혜 성토장 된 예술위

등록 2026.04.27 21:10:3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산하 단체 동원한 '쪼개기' 지원으로 수십억 독식

'전국무용제' 지자체 외면 촌극…"독점 깨고 공모제 해야"

"기피로 쓴소리 위원 쳐내고, 이해충돌 직원은 심사 개입"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 생태계 진단, 그 결과와 과제 - 무용' 현장업무보고가 개최됐다. 2026.04.27. dazzling@newsis.com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 생태계 진단, 그 결과와 과제 - 무용' 현장업무보고가 개최됐다. 2026.04.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용 지원 사업이 특정 단체의 독식으로 얼룩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성기숙 예술위 비상임위원은 27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예술위 ‘문화예술 생태계 진단 현장업무보고’에서 지난 10년간 지원 내역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한 협회가 약 7개씩 지원하고 10억원 이상 받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한 단체가 산하 조직위원회나 운영위원회 등 이른바 '껍데기 단체'를 동원해 6~7개 사업에서 10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챙기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 위원은 특정 협회가 단체명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산하에 존재하는 각종 조직위원회나 운영위원회 등 임원진이 수장을 맡고 있는 '껍데기 단체'들을 동원해 편법으로 다중 지원을 챙기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서류상 지원 주체는 협회가 아니라서  중복 지원자 제외시 교묘히 빠져나가는 맹점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정된 파이를 나눠야 하는 예술계 생태계를 파괴하고 무용계의 심각한 양극화를 초래하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 생태계 진단, 그 결과와 과제 - 무용' 현장업무보고가 개최됐다. 2026.04.27. dazzling@newsis.com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 생태계 진단, 그 결과와 과제 - 무용' 현장업무보고가 개최됐다. 2026.04.27. [email protected]


장순향 한국민족춤협회 초대 이사장은 기득권 밖에서 소외된 현장을 고발했다. 장 이사장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예술가들이 대거 포진된 우리 단체는 정부 지원금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근근이 모은 시민 후원금 2000만 원으로 청년 예술가들을 지원하며 행사를 치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한국민족춤협회는 정부 지원금 없이 시민 후원금 2000만 원으로 사흘 간 '민족 춤 제전'을 치르고 있다. 이 같은 예산 속에서도 청년 예술가들에게 600만 원을 내어주며 자생적인 생태계를 꾸려가는 실정이다.

거대 예산 쏠림 현상의 정점에는 '전국무용제'가 자리하고 있다. 전국무용제는 예술위에서 6억 원의 지정사업 예산을 받고 지자체 예산까지 합치면 한 해에만 최대 15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고가 투입되는 우량 사업이다.

현장에서는 막대한 예산 행사가 아무런 공모 절차 없이 수십 년간 대한무용협회의 독점 주관으로 지정되어 온 폐쇄성을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올해 전국무용제는 행사를 유치하겠다는 지자체가 나타나지 않아, 설립 취지인 '지역 균형 발전'을 무색하게 결국 서울에서 개최됐다.

백현순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이러한 발전의 결과가 결국 2026년 신청 지자체 전무라는 사태로 이어졌다"며 전면적인 공모제 전환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한무용협회 측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협회의 고유 사업이라 다른 단체가 경합해서 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으나, 성 위원은 "1998년 민간 이관 차원에서 넘겨준 것일 뿐, 고착화된 고유 사업은 아니다"라고 재반박했다.

 [서울=뉴시스]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 생태계 진단, 그 결과와 과제 - 무용' 현장업무보고가 개최됐다. 홍승욱 예술위 국장운영팀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예술위 제공)

[서울=뉴시스]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 생태계 진단, 그 결과와 과제 - 무용' 현장업무보고가 개최됐다. 홍승욱 예술위 국장운영팀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예술위 제공)


성 위원은 객관적 성과 지표에 따른 2027년도 공모제 전환 검토와 예산 집행의 투명성 제고도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예술위의 예산 분배 문제에 이어, 심사의 '공정성' 자체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심사위원을 솎아내는 이른바 '심사위원 쇼핑'의 실태가 폭로됐다.

정혜진 최현우리춤원 회장 겸 전 서울시무용단 예술감독 "특정 협회가 기관의 감사실 등을 통해 우회적인 방식으로 기피 민원을 공식 제기할 경우, 제도의 맹점은 더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며 본인이 겪은 부당한 심의 배제 사태를 고발했다.

예술위의 '지원심의 운영규정' 제11조에 따르면, 심의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로는 기관이 명확한 사유로 판단하는 '제척'과 위원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는 '회피'만 존재한다. 외부 지원자가 특정 위원을 거부하는 '기피'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원금 심의는 한정된 공적 재원을 다투는 경쟁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기피 제도가 도입될 경우 특정 단체가 불리한 심사위원을 고의로 배제하는 '쇼핑' 전략으로 악용될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무용협회는 예술위가 사전 공지한 공식 검증 기간인 지난해 11월 20~26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기한이 지난 직후 감사실이란 비공식적 우회 경로를 통해 기피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위는 이를 수용해 정 위원을 심의에서 배제했다.

정 전 예술감독은 "특정 협회가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 같은 심사위원을 문제 삼아 배제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결국 그것은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정된 지원금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모든 신청자에게 같은 기준으로 배분돼야 하는데, 특정한 방식으로 심사위원 구성이 흔들릴 수 있다면 그 균형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 생태계 진단, 그 결과와 과제 - 무용' 현장업무보고가 개최됐다. (사진=예술위 제공)

[서울=뉴시스]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 생태계 진단, 그 결과와 과제 - 무용' 현장업무보고가 개최됐다. (사진=예술위 제공)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법적 기피가 성립하려면 객관적이고 명백히 불공정한 사정이 있어야 함에도, 예술위 감사실은 행정적 마찰을 피하려는 보신주의적 태도로 위법적 요구를 수용했다 것이 정 전 감독의 주장이다.

이날 청중석에서 발언권을 얻은 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도 심사의 불공정성과 내부 직원의 '이해충돌' 문제를 비판하며 정 전 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 발행인은 "전담 심사관(내부 직원)이 심사 각 단계별로 다 들어가는 것은 과거 블랙리스트 사태 때 기관장의 뜻을 하달받아 시행하는 도구가 됐다는 점에서 굉장히 문제가 됐던 부분"이라며, 특정 직원의 심사 개입을 지적했다.

특히 그는 "무용 분야 심사에 참여하는 직원은 남편이 현재 무용을 하고 있고 한국현대무용협회의 고위직을 맡고 있어 연관이 매우 깊다"며 "엄격하게 제척해야 할 대상임에도 굳이 계속 심사 담당관으로 참여시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물었다.

특정 협회에 쓴소리를 한 외부 심사위원은 규정에도 없는 '기피'라는 꼼수로 쫓아내면서, 정작 협회와 이해충돌 소지가 명백한 내부 직원은 심사에 개입시킨 예술위의 편파적인 행정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성 위원은 "규정과 지침에 의거해서 이뤄져야 하는 지원 심의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이뤄져서 현장 예술가로서 전담 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당사자로서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호소로 보인다'며 "이 부분도 함께 고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