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헤어졌다" 했더니…AI 챗봇, 대화마다 '이혼' 꺼냈다
일정 관리 부탁해도 "이혼 탓 아니냐"…AI 기억 기능의 역효과
전문가들 "과거 발언이 답변 방향 조용히 바꿀 수 있어"
![[서울=뉴시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인공지능(AI) 챗봇 관련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2026.04.29.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4/29/NISI20260429_0002124091_web.jpg?rnd=20260429160220)
[서울=뉴시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인공지능(AI) 챗봇 관련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2026.04.29.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AI 챗봇의 ‘기억’ 기능이 이용자에게 맞춤형 답변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오래되거나 잘못 이해한 개인정보를 계속 끌어와 답변을 왜곡하는 사례를 보도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유타주의 한 소도시에서 시간제 시의원으로 일하는 브라이언 델 로사리오는 식단 계획부터 일정 관리까지 여러 일에 AI 챗봇을 활용해왔다. 그는 이전 대화에서 배우자와 세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챗봇에 말한 적이 있었다.
이후 아내와 헤어진 뒤, 그는 향후 여행 일정을 짤 때 챗봇이 아내를 포함하지 않도록 이 사실을 다시 알려야 했다. 문제는 그 뒤부터였다. 챗봇은 일정 관리를 도와달라는 요청에도 “이혼 때문에 무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답했고, 직장에서 힘든 하루를 보냈다고 털어놓을 때도 스트레스를 이혼과 연결했다.
델 로사리오는 챗봇에 “내가 매번 이혼 문제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챗봇은 그 기억을 좀처럼 놓지 않았다고 했다.
AI 챗봇의 기억 기능은 이용자의 문체, 식습관, 일정, 과거 프로젝트 등을 기억해 더 똑똑한 비서처럼 작동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WSJ은 이 기능이 오해한 정보나 이미 지나간 정보를 계속 붙잡을 경우, 이용자가 새 출발을 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챗GPT가 2024년 초 기억 기능을 도입한 뒤 구글 제미나이, 앤스로픽 클로드,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등 주요 AI 서비스들도 비슷한 개인화 기능을 추가했다. 방식은 다르지만, 핵심은 챗봇이 사용자가 과거에 말한 내용을 기억하고 이후 답변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챗봇이 기억한 정보가 실제 사용자 본인에 관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부모가 자녀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에 대해 물었는데, 챗봇이 이를 사용자 본인의 문제로 오인할 수 있다. 이후 사용자가 생산성 향상 조언을 구하면, 챗봇은 사용자가 주의력 문제를 가진 것처럼 답변할 수 있다.
공유 계정에서는 위험이 더 커진다. 부부나 소규모 사업장에서 하나의 챗봇 계정을 함께 쓰는 경우, 한 사람이 이력서를 다듬은 뒤 다른 사람이 전혀 다른 질문을 했을 때 챗봇이 앞선 사람의 이직 준비나 경력 정보를 끌어와 답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 기억이 사용자가 알아차리기 어려운 방식으로 답변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하버드대 버크먼 클라인 센터의 조슈아 조지프 수석 AI 과학자는 AI 기억을 소셜미디어 피드에 비유하며, 과거에 돈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한 사실이 훗날 진로 상담에서 고소득 직업을 우선 추천하는 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루시 오슬러 영국 엑서터대 철학 강사는 챗봇이 사용자의 과거 발언을 바탕으로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는 서사를 만들고, 이를 다시 사용자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용자가 한때 불안하거나 자신감이 없다고 말하면, 챗봇이 이후에도 그 이미지를 계속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청소년 안전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전자개인정보센터(EPIC)는 챗봇이 해로운 정신 상태를 장기간 강화하지 않도록 세션 사이의 기억을 지우는 내용을 포함한 청소년 챗봇 안전 관련 입법안을 마련했다.
델 로사리오는 이후 생활 영역별로 챗봇을 따로 쓰고, 민감한 내용은 익명 모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AI 기억 기능이 자녀에게 카시트가 필요하다는 점을 챙겨주는 등 유용할 때도 있지만, 민감한 사안이 관계없는 대화에 새어 들어오는 문제는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AI 서비스들은 이용자가 기억 기능을 끄거나 저장된 정보를 확인·수정·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감한 내용은 임시 채팅을 이용하고, 챗봇이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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