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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 종전” 외치는 이란…속내는 경제 회복 셈법[이란전 90일②]

등록 2026.05.27 16:30:00수정 2026.05.27 16: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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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알화 폭락·물가 70% 급등…서민경제 붕괴 위기

이란, 美와 협상서 '240억달러 동결자산 해제' 요구

[테헤란=AP/뉴시스] 지난 3월25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서부 한 광장에서 이란 국기와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을 든 사람들이 친정부 시위를 하고 있다. 2026.03.26

[테헤란=AP/뉴시스] 지난 3월25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서부 한 광장에서 이란 국기와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을 든 사람들이 친정부 시위를 하고 있다. 2026.03.26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90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이란 지도부가 공개적으로는 "영구 종전"과 대미 강경 대응을 외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한 실리적 타협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 장기화와 미국의 해상 봉쇄, 원유 수출 차질이 겹치며 이란 경제가 사실상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체제 안정을 위해 미국과의 협상이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 시간)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대원들이 사망하고 이란이 보복을 공언했음에도, 이란 지도부는 협상판 자체는 깨지 않는 이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고 협상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미군 공습 이후에도 카타르 도하에 머물며 중재국들과 협상을 이어갔다.

WSJ는 이란 관리들을 인용해 이란 당국은 흐름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혁명수비대원 사망 사실 발표도 늦췄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이란이 가장 절박하게 요구하는 것은 경제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해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이란이 미국과의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조건으로 약 240억달러(약 36조원) 규모의 동결 자산 해제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우선 협상 초기 단계에서 120억달러를 먼저 해제받고, 나머지 120억달러는 이후 60일간 진행될 핵 협상 기간에 단계적으로 송금받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도 이란 당국자들과 아랍권 중재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현재 이란의 협상 목표가 핵 프로그램 핵심 권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동결 자산 해제와 원유 수출 재개를 통해 경제적 숨통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란 경제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기준 이란 리알화 환율은 달러당 180만 리알 수준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1월에도 환율이 단기간에 달러당 140만 리알에서 160만 리알까지 치솟으며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번진 바 있다.

이란 정부는 최근 올해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45% 인상했지만, 비공식 시장 환율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최저임금은 약 98달러(약 14만5000원)에 불과하다.

이란 중앙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71%를 기록했다. 일부 민간 추정치는 체감 물가 상승률이 100%를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전쟁과 미국의 봉쇄, 에너지 인프라 파괴까지 겹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자동차 연료 배급제까지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실업 확산도 본격화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 관계자인 골람호세인 모하마디는 전쟁 이후 약 1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직·간접적으로 약 200만명이 실업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란 구직 플랫폼에는 하루 동안 31만8000건의 이력서가 몰리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의 인터넷 차단 조치로 정보기술(IT)·전자상거래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전자상거래 업체 디지칼라는 최근 직원 200명을 감원했고 일부 스타트업은 해외 고객 및 결제망과 연결이 끊기며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에는 리알화 폭락과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테헤란 등 전국으로 확산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반정부 구호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내 실용주의 성향 인사들은 경제 악화가 또 다른 전국적 시위 물결로 번지기 전에 협상을 통해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부도 최근에는 인터넷 통제를 일부 완화하는 모습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87일간 이어졌던 전국적 인터넷 차단을 일부 해제하도록 지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장기 차단으로 누적된 경제 타격과 민심 이반을 의식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달리 이란은 미국의 해상 압박으로 원유 수출과 외화 확보 능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어 장기전을 버티기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미르 호세인 칼레기 이란 경제학자는 "이미 전쟁 전부터 이란은 매우 심각한 경제 위기에 놓여 있었다"며 "복합적인 경제 문제가 전쟁 이후 더욱 복잡하고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이란 지도부가 군사적 충돌 자체보다 경제 붕괴와 반정부 시위 재확산 가능성을 더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이란이 공개적으로는 강경 노선을 유지하더라도 실제 협상에서는 제재 완화와 원유 수출 회복을 얻어내기 위한 단계적 타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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