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尹 재판 기피 등 절차 지연에…법원도 피로 누적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이 한 달 가까이 멈춰 서 있다. 내란전담재판부에서 공정한 판결을 받기 어렵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며 절차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사건이 지연되면서 법원의 피로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법관 업무 부담이 누적될수록 민생 사건이 후순위로 밀린다는 것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 첫 공판을 하루 앞두고 사건 심리를 하는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조진구·김민아)에 대한 기피를 신청했다.
재판부 기피를 신청하면 다른 재판부가 기피를 받아들일지 결정을 내리게 된다. 기피 신청이 제기되면 재판 절차가 정지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대령)도 재판부 기피를 신청하며 내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8명 중 4명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부터 정지됐다.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은 해당 기피 신청을 심리하는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에 대해서도 기피를 신청하며 이른바 '기피의 기피' 양상을 보였다. 내란전담재판부에서 심리하는 것을 문제 삼아 기피 신청했는데, 또 다른 내란전담재판부가 기피 신청을 심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들 기피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김 전 장관 등의 기피의 기피에 대해서는 "내란 사건 항소심에 대한 심리를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간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 등은 이에 불복해 즉시항고장을 제출, 대법원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재판은 계속 중단된다. 현재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지 않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피고인들에 대한 변론만 분리 진행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해당 재판부의 기피 신청은 법리에 따라 당연한 것으로 재판 지연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결과적으로 재판이 지연되며 법원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부장판사는 기피 신청 등으로 재판이 공전될 경우 재판부의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법관들은 통상 사건의 성격과 법정 처리기한 등을 고려해 전체 심리 일정을 미리 계획하고 재판을 진행한다. 특히 특검 기소 사건은 1심 선고는 기소일로부터 6개월 내,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내 내려져야 한다는 규정에 따르기에 심리적 압박감도 동반된다.
중간에 재판이 멈추면 그동안 검토하고 준비했던 내용이 상당 기간 보류돼 다시 기록을 들춰봐야 하기에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예상치 못한 사유로 절차가 중단되면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
형사재판의 경우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가 법으로 폭넓게 보장돼 있어 재판부가 이를 임의로 제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민사재판은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절차적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지만, 형사재판은 국가와 피고인 사이의 관계인 만큼 법이 정한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법관들이 내부 협의를 통해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도 어려워 현장의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하반기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기소한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2차 종합특검의 추가 기소도 이어질 예정이다. 전날 종합특검은 대통령실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4명을 재판에 넘겼다. 법원의 '죽은 권력'에 대한 심판도 끝을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서울고법이 최근 법관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아직 TF는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이 재판에서 인권 방어를 위해 절차를 따지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고의적인 지연 전략이나 절차 공방에 사법 역량이 과도하게 소모돼서는 안 된다. 정치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 인력과 시간이 쏠리는 사이, 정작 국민의 삶과 직결된 재판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제는 정치 사건을 떠안은 법관들의 업무 부담을 덜고, 사법부가 민생 재판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