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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 하나만 인정돼도 교섭 의무?…노동위 판단 논란[노란봉투법 2R②]

등록 2026.07.0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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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 원청 113곳 중 103곳 사용자성 인정…91.2%

판단지침 모호 지적…판정서도 한 달 뒤에야 확인 가능

공익위원 편중 논란도…재심심문 8차례 동일 위원 참여

"판정 이유 충분히 설명하고 판정례 축적·공개해야"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지난 2022년 2월 4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2022.02.04.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지난 2022년 2월 4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2022.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박정영 기자 =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가 원청 사용자성을 판단한 10건 중 9건 이상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하청 직접 교섭을 촉진하려는 법 취지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정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노동위의 초기 판단이 교섭 범위와 쟁의행위 가능성까지 좌우하는 만큼 판정 기준과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5일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따르면 법 시행일인 지난 3월 10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원청 141곳을 대상으로 노동위 절차가 진행됐다.

이 중 사용자성 판단이 끝난 원청 113곳 중 103곳이 사용자로 인정됐다. 인정률은 91.2%로, 노동위 판단을 받은 원청 10곳 중 9곳 이상이 하청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개정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을 해당 범위에서 사용자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하청노조가 요구한 여러 교섭 의제 가운데 하나라도 지배·결정력이 인정되면 원청은 해당 의제에 관해 교섭해야 한다. 원청이 모든 근로조건에 대한 사용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의제만으로도 교섭 절차가 열리는 구조다.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판정 기준·절차 논란

노동위는 노·사·공익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기관이자 준사법기관으로, 원청 사용자성에 대한 1차 판단을 담당한다.

사용자성이 인정된 뒤 교섭이 결렬되면 하청노조는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노동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고 노조가 찬반투표 등 요건을 갖추면 원청을 상대로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 노동위의 초기 판단이 향후 교섭 범위와 파업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재계 등 일각에서는 산업안전 의제를 매개로 사용자성이 지나치게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안전보건관리비나 안전교육 등은 원청의 영향력을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이를 토대로 교섭을 시작한 뒤 임금 등 다른 근로조건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급식·통근버스·시설관리 업무 등을 맡는 웰리브지회 등 하청노조는 산업안전과 작업환경 의제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뒤 경남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를 두고 정부 지침과 노동위 판단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는 법 시행 전 해석지침에서 '구내식당 협력업체에 식사시간에 맞춰 조리·배식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를 일반적인 도급 지시로 보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례로 제시했다.

노동부는 노동위 판단 이후 웰리브의 급식업무 자체가 아니라 시설 개선 권한과 예산 등 산업안전·작업환경에 관한 한화오션의 실질적 지배·결정력을 근거로 판단한 것이어서 지침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 지침에서는 구내급식 업무를 일반적인 도급관계의 사례로 제시했는데, 웰리브 사건에서는 산업안전과 작업환경을 이유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며 "가이드라인과 실제 판정이 다르면 현장에서는 지침을 믿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청 사용자성이 처음 확대되는 것이고, 첫 번째 교섭이 앞으로 10년, 20년의 교섭 구조를 정할 수 있다"며 "노동위 판정 이유가 명확하지 않고 일관되지 않으면 기업들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지난달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준상근조정위원회 간담회를 열었다. 2026.06.11. (사진=중앙노동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지난달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준상근조정위원회 간담회를 열었다. 2026.06.11. (사진=중앙노동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판정 이유를 뒤늦게 확인해야 하는 절차도 문제로 꼽힌다.

노동위 판정서는 판정일로부터 30일 이내 당사자에게 송부된다. 심문회의 직후 결론을 통보받더라도 어떤 사실관계와 의제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됐는지는 판정서가 도착할 때까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구조다.

판정서를 기다리는 동안 교섭이나 쟁의 절차는 진행될 수 있는데도 당사자는 판단의 구체적인 이유와 범위를 알기 어려워 '깜깜이 판정'이 될 수 있다.

또 중노위에서 재심사건을 심리하는 공익위원이 소수에게 집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기후환경에너지노동위원회 소속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노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24일까지 열린 개정 노조법 관련 재심 심문회의 8차례에는 모두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과 노동부 출신 상임위원 2명이 참여했다.

중노위는 법 시행 초기인 만큼 노조법에 전문성이 있는 위원들이 참여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초기 선례를 형성할 사건을 같은 공익위원들이 맡으면서 다양한 법률적 시각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지순 교수는 "노동위는 준사법기관인 만큼 법을 적용하는 단계에서는 공익위원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소수 위원이 결정을 주도하기보다 판정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노사협상의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이 크다"며 "모두가 원청과 교섭하려고 하면 기업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어떤 사안이 원청과의 협상 대상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화 촉진이 법 취지…인정률만으로 편향 단정 어려워"

반면 사용자성 인정률과 공익위원 구성만으로 노동위 판단이 노동계에 편향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개정법은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을 교섭 테이블로 불러내 원·하청 대화를 촉진하도록 설계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여러 차례 "노란봉투법은 노사 대화 촉진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노동위가 일부 의제에서라도 원청의 지배·결정력을 확인하면 교섭 절차를 열도록 판단하는 것은 법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위는 법원처럼 어느 한쪽의 승패를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라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해 노사 간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이다.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위 판단이 노동계에 편향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용자성이 없다고 보는 사건은 신청되지 않거나 중간에 종결되고, 다툴 만한 사건이 노동위까지 오는 경향이 있다"며 "90%가 넘는 인정률은 사건이 선별돼 들어온 결과라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사 양쪽에서 모두 불만이 나오는 것은 분쟁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이라며 “중요한 것은 판정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판정례를 공개해 일관성을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뉴시스] 홍효식 기자 =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일인 지난 3월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2026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원청 교섭 요청과 연속야간노동으로 인한 과로와 사고를 막기 위한 4조2교대 전환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6.03.10. yesphot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홍효식 기자 =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일인 지난 3월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2026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원청 교섭 요청과 연속야간노동으로 인한 과로와 사고를 막기 위한 4조2교대 전환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6.03.10. [email protected]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도 "아무런 사실관계가 없는 하청노조에서 신청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성이 인정될 만한 곳에서 제기하는 것"이라며 "원청이 실제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사용자성이 폭넓게 인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높은 사용자성 인정률은 원청의 지배력이 미치는 하청 구조가 광범위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취지다.

김 소장은 "공정성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노위와 중노위, 소송까지 가면서 교섭이 지연되는 것"이라며 "법의 취지는 모든 사건을 법원까지 끌고 가자는 게 아니라 원청과 하청이 교섭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정 이유 공개 확대해야…전문성·인력 보강도 과제로

전문가들은 사용자성 인정 문턱을 높이기보다 노동위 판단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우선 심문회의 직후 의제별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핵심 근거를 요약해 당사자에게 제공하고, 이후 정식 판정서를 송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판정서가 나올 때까지 판단 이유를 알 수 없는 공백을 줄이자는 취지다.

판정서에도 임금·인력·근로시간·산업안전·작업환경 등 의제별로 교섭 의무가 발생하는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공익위원 구성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지순 교수는 "노동위는 법원보다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드는 준사법기관이지만 객관성과 독립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위원장은 판정에서 빠지고 공익위원 3명으로 구성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승 교수는 "판정 이유를 구체적으로 쓰고 판정례를 체계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며 "사용자성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기준을 더 세분화하고 공익위원의 전문성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노동위의 전문성과 사건 처리 역량을 높이기 위한 인력 확충도 과제다.

중노위에 따르면 전국 노동위·중노위 조사관 정원은 2024년 282명에서 지난해 290명, 올해 5월 기준 341명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올해 5월까지 노동위에 접수된 사건은 1만6797건, 처리된 사건은 1만1016건에 달했다. 조사관 1명당 약 49건을 접수해 32건가량 처리한 셈이다. 개정법 사건뿐 아니라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복수노조·차별시정·노동쟁의 조정 등이 모두 포함된 수치다.

원청 사용자성 사건은 도급계약과 작업지시 체계, 안전관리, 시설·예산 권한, 인력 결정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만큼, 개정법 사건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업종별 교육과 판정례 공유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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