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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엔 로봇, 공원엔 실직자…中 쿤산 노동자 "작업장 인력 절반 줄어"

등록 2026.07.13 11:02:17수정 2026.07.13 11:54:24

애플·델 조립기지 쿤산, 자동화·생산기지 이전에 일자리 감소

중국 제조업 일용직 4000만명…일부 대형공장은 최대 80%

첨단산업 일자리는 숙련자 중심…저학력 이주노동자들 밀려나

[서울=뉴시스] 애플 협력사인 중국 럭스쉐어(입신정밀·立訊精密)이 중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아이폰 제조업체가 됐다고 21일 중국 관차저왕 등이 보도했다. 지난 2017년 12월 팀 쿡 애플 CEO와 럭스쉐어 설립자이자 회장인 왕라이춘(王來春)이 장쑤성 쿤산시에 위치한 럭스쉐어의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출처: 럭스쉐어 사이트> 2020.07.21

[서울=뉴시스] 애플 협력사인 중국 럭스쉐어(입신정밀·立訊精密)이 중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아이폰 제조업체가 됐다고 21일 중국 관차저왕 등이 보도했다. 지난 2017년 12월 팀 쿡 애플 CEO와 럭스쉐어 설립자이자 회장인 왕라이춘(王來春)이 장쑤성 쿤산시에 위치한 럭스쉐어의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출처: 럭스쉐어 사이트> 2020.07.21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중국의 제조업 성장을 떠받쳐온 공장 노동자들이 로봇에 일자리를 내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의 전자산업 중심지인 장쑤성 쿤산에서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잃은 저숙련 노동자들이 하루 일감을 찾아 인력시장에 나가고 있다. 일을 구하지 못하면 공원에서 밤을 보내기도 한다.

NYT는 하루 단위 일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후신빙(31)의 사례를 소개했다. 후씨는 취재진이 만난 날 아침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그는 잘 가꿔진 연못과 새 놀이터가 들어선 공원 한쪽 수풀 뒤에 누워 바람막이 점퍼를 베개 삼아 잠을 청했다. 주변 벤치와 텐트에도 일감을 구하지 못한 남성 10여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인근 인력시장에서는 모집책들이 매일 오전 4시부터 그날 필요한 인원을 모집한다. 일감을 얻지 못한 노동자들은 인근 숙소나 공원에서 밤을 보낸다.

쿤산은 2010년대 초 전 세계 노트북의 3분의 1을 생산했던 중국 전자산업의 중심지다. 중국의 현급 도시 가운데 20년 넘게 가장 경제적으로 발전한 곳으로 꼽혀왔다. 후씨를 비롯한 수백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애플과 델 제품을 조립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자업계의 생산직 일자리가 줄기 시작했다. 중국과 서방의 무역갈등이 심해지자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축소하거나 공장을 해외로 옮겼다.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과 플라잉카 등 첨단산업을 지원하는 가운데 전통적인 전자제품 제조업체들도 자동화 설비 도입을 확대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스마트테크 코리아'에서 관람객이 산업용 로봇 팔을 살펴보고 있다. 2025.06.11.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스마트테크 코리아'에서 관람객이 산업용 로봇 팔을 살펴보고 있다. 2025.06.11. [email protected]

허난성 출신인 후씨는 “이제 나사를 조이는 작업도 모두 로봇이 한다”며 “더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농민의 아들인 후씨는 중학교를 마친 뒤 쿤산 일대 공장에서 회로기판과 스마트폰을 조립했다. 고되고 반복적이었지만 안정적인 일이었다. 그는 해마다 수천 달러를 저축했다. 그러나 다리 염증으로 1년 동안 일을 쉬기도 했다. 담당 의사는 공장 내 화학물질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후씨는 과거 애플의 주요 협력업체인 페가트론과 인벤텍 등에서 장기 계약을 맺고 일했다. 성수기에는 한 달에 최대 6000위안(약 133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그가 일했던 업체들이 로봇을 도입하면서 인력을 줄인 뒤 지난 5월에는 경비 업무를 비롯한 하루 단위 일감에만 의존했다. 일당은 60∼120위안(약 1만3000∼2만7000원)이었다. 그는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는 남아 있는 일자리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후씨의 사례는 중국이 첨단기술 강국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노동 문제를 보여준다. 중국은 태양광 패널과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이끌고 미국과 AI 패권을 다투고 있다. 그러나 첨단산업에서 새로 생기는 제조업 일자리 대부분은 숙련 노동자를 위한 자리다. 기존 공장에서 밀려난 저숙련 노동자들은 필요한 기술을 갖추지 못해 이들 일자리로 옮겨가기 어렵다.

【대구=뉴시스】 추상철 기자 = 산업용 로봇을 제작 판매하는 일본 야스카와전기의 자회사인 한국야스카와전기 로봇센터가 문을 열었다. 10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성서5차 산업단지 센터 내 로봇전시관에서 로봇 팔이 협업을 통해 빠른게 조립할 수 있는 협조 제어 로봇이 시연을 하고 있다. 2015.11.10.scchoo@newsis.com

【대구=뉴시스】 추상철 기자 = 산업용 로봇을 제작 판매하는 일본 야스카와전기의 자회사인 한국야스카와전기 로봇센터가 문을 열었다. 10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성서5차 산업단지 센터 내 로봇전시관에서 로봇 팔이 협업을 통해 빠른게 조립할 수 있는 협조 제어 로봇이 시연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쿤산 이주노동자를 연구한 장단단 베이징대 교수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의 일용직 노동자는 약 4000만명에 달하며, 일부 대형 공장에서는 전체 인력의 최대 80%를 차지한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 장 교수는 자동화가 확산될수록 일용직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노동자 재교육과 권리 보호 강화를 촉구했다. 최근 중국 일부 법원이 AI 도입으로 업무가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지금까지는 사무직 사례에 집중돼 생산직에도 같은 보호가 적용될지는 불분명하다.

후씨는 2024년, 1년 전 일했던 게임용 노트북 공장에 다시 일하러 갔다. 그러나 그가 돌아온 공장은 이전과 크게 달라져 있었다. 과거에는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가득 메운 채 손으로 나사를 조였지만 이제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작업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전부 로봇이었다”고 말했다.

그 공장에서 사람에게 남은 일은 로봇을 보조하는 작업이었다. 사람이 배터리와 전선을 쟁반에 올려놓으면 로봇팔이 이를 제자리에 조립했다. 관리자들은 이런 작업을 로봇의 ‘보조 업무’라고 불렀다. 후씨는 각 작업장의 인력이 예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추산했다. 작업이 늦어지면 경보음이 울렸고 동료들과 어울릴 기회도 크게 줄었다.

일감을 구하지 못한 다음 날 후씨는 상하이에서 열린 포켓몬 축제의 경비 업무를 얻었다. 오전 6시 다른 노동자 수십명과 버스에 올라 행사장으로 간 뒤 어린이들이 피카츄 퍼레이드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차단막을 설치했다. 하루 일당은 약 18달러(약 2만7000원)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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