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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없는 입양인들에게…"증거는 조사관이 찾는다"[진화위, 해외입양을 다시 묻다③]

등록 2026.07.20 07:00:00수정 2026.07.20 07:06:25

멈춘 311건 조사부터…조사3국 신설·인력 보강

'국가가 직접 듣겠다'…서면 넘어 대면조사 확대

"'조사 중지'는 없어야"…박건태 조사관 마지막 바람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박건태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이 16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7.1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박건태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이 16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7.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해외입양 사건을 마무리하던 지난해 5월,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사건이 311건 남았다. 기록이 부족했고 시간도 부족했다. 신청인들은 자신의 사건이 '조사 중지'라는 결정을 받아들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오는 21일 조사를 개시하는 3기 진실화해위는 가장 먼저 이 311건을 다시 연다. 조사관들은 멈춰 있던 기록을 다시 꺼내 들고, 부족했던 자료를 보완하며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볼 계획이다. 3기에서 새로 접수된 해외입양 사건도 순차적으로 조사한다.

2기에서는 해외입양 과정에서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데 그쳤다면 3기에서는 입양 기록의 부재가 어떤 인권침해인지까지 규명 범위를 넓힐 전망이다.

해외입양 사건은 2기 진실화해위 당시 1964~1999년 한국에서 미국·덴마크 등 11개국으로 입양된 입양인들이 입양 과정에서 서류 조작 등으로 자신의 출생과 가족에 관한 진실을 알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진실규명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3기에서도 신청이 이어져 지난 6월 초 기준 해외입양 관련 사건만 437건이 접수됐다. 이는 전체 진실규명 신청 4716건의 약 9.3%에 해당한다.

2기 해외입양 사건을 총괄했고 현재 조사3국 업무준비 태스크포스(TF) 해외입양사건팀장을 맡고 있는 박건태 조사관(46)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에서 뉴시스와 만나 "전체 사건으로 보면 9분의 1 정도지만 단일 사건군으로는 상당한 규모"라며 "해외입양은 가족과 정체성에 관한 문제인 만큼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311건 멈춘 조사부터…조사3국 신설·인력 보강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출범한 지난 2월 26일 서울 중구 진화위 사무실에서 해외입양인 2세인 마릿 킴, 피터 뮐러 뿌리의 집 공동대표 등이 해외입양 사건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한 뒤 증명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6.02.26.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출범한 지난 2월 26일 서울 중구 진화위 사무실에서 해외입양인 2세인 마릿 킴, 피터 뮐러 뿌리의 집 공동대표 등이 해외입양 사건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한 뒤 증명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6.02.26. [email protected]


가장 큰 변화는 해외입양을 전담하는 조사 조직이 생겼다는 점이다.

조사 수요 급증에 따라 3기에서는 해외입양과 시설 인권침해 사건을 맡는 조사3국이 신설됐다. 현재는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오는 10월 시행령 3차 개정을 거쳐 정식 조직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조사 인력도 늘어난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7일 사무처 인력을 28명 증원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조사3국이 정식 출범하면 해외입양 사건을 조사할 기반도 한층 두터워질 전망이다. 박 조사관은 "2기 당시 가장 절실했던 것은 결국 충분한 인력과 시간이었다"며 "그 부분은 이전보다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관들은 우선 2기에서 확보한 입양기관 기록을 재검토한 뒤 이를 토대로 다른 기관 자료를 추가 확보하며 조사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해외입양 사건은 대부분 신청인들이 영유아 시절 입양돼 당시 정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입양기관이 보관한 개인 기록이 조사의 핵심 근거가 된다.

이 때문에 입양기관의 협조 여부도 조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박 조사관은 "2기에서는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직접 기관장들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고 적극적으로 협조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며 "3기에서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직접 듣겠다'…서면 넘어 대면조사 확대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박건태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이 16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7.1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박건태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이 16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7.16. [email protected]


조사 방식도 달라진다. 2기에서는 해외 거주 신청인이 대부분인 특성상 서면조사가 중심이었다. 대표 입양 수령국인 덴마크 등 일부 국가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지만 모든 신청인을 만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3기에서는 가능한 한 신청인을 직접 만나 진술을 듣는 대면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언어 장벽도 다양한 통역 수단을 활용해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박 조사관은 "국가폭력 피해자의 이야기를 국가기관이 직접 경청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며 "3기에선 그런 부분을 더 채워주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무게를 두는 주제는 '정체성을 알 권리'다. 자신의 출생과 친생부모를 알 권리는 인간의 존엄과 정체성 형성의 토대가 되는 기본권이지만, 많은 입양인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그 기록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박 조사관은 "부모가 누구인지, 원래 이름이 무엇인지, 언제 태어났는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은 일반적인 한국인에게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인권침해"라며 "2기에서는 그런 침해가 존재한다는 점까지는 확인했지만 어디까지가 인권침해인지 충분히 밝히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증거는 조사관이 찾는다"…기록 없는 입양인들에게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아동권리연대·입양기록 긴급행동·해외 14개국 입양단체 등으로 구성된 29개 입양인 단체가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입양 정책을 당사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정부가 입양인과 친가족의 공식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5.11.25. creat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아동권리연대·입양기록 긴급행동·해외 14개국 입양단체 등으로 구성된 29개 입양인 단체가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입양 정책을 당사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정부가 입양인과 친가족의 공식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5.11.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입양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도 있다. '손에 쥔 기록이 거의 없는데 신청해도 될까'라는 걱정이다. 박 조사관의 답은 단호했다. "증거를 찾는 것은 조사관들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지고 있는 자료를 제출하면 도움이 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해외입양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출발점인 만큼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는 2기 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신청인 42명은 정보 부족을 이유로 진실규명 대상에서 제외됐고, 입양인 단체들은 "기록을 보존할 책임은 국가와 입양기관에 있는데 피해자에게 불법 입양을 입증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자 박 조사관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2기가 끝난 뒤 다시 만난 신청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했다. 일부는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지만, 정작 그들이 평생 바라던 '온전한 진실'에는 끝내 닿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남았다고 했다.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같은 결론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안경을 벗고 눈가를 훔친 그는 '뒤는 없다'고 했다.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결과가 진실규명이든 진실규명 불능이든 결론은 내려야 해요. 더 이상의 조사 중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 조사관이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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