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바로미터 된 K-증시…외신 "레버리지 광풍에 카지노 됐다"
등록 2026.07.20 15:21:07수정 2026.07.20 16:19:41
삼성·SK 단일종목 ETF에 개인자금 14조원 몰려
개인자금 레버리지 쏠림에 시장 변동성 확대
"펀더멘털보다 자금 흐름이 시장 좌우"…월가도 예의주시
![[서울=뉴시스] 20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AI 반도체 랠리와 함께 급등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급락하며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크게 확대됐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피는 177.02포인트(2.60%) 내린 6643.58 개장했다. 2026.07.20.](https://img1.newsis.com/2026/07/20/NISI20260720_0021370216_web.jpg?rnd=20260720095904)
[서울=뉴시스] 20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AI 반도체 랠리와 함께 급등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급락하며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크게 확대됐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피는 177.02포인트(2.60%) 내린 6643.58 개장했다. 2026.07.20.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으로 한국 증시가 글로벌 AI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핵심 시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과도하게 쏠리면서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됐고, 해외에서는 한국 증시가 '거대한 카지노'로 변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야후파이낸스, CNBC에 따르면 AI 반도체 랠리와 함께 급등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최근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웠다.
외신들은 한국 증시가 AI 붐의 핵심 시장으로 부상했지만, 펀더멘털보다 레버리지 자금 흐름에 크게 좌우되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CNBC는 "투기적 투자 열풍의 위험성이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고, 야후파이낸스는 "AI 붐의 중심에 있는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펀더멘털 판단이 크게 왜곡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B금융그룹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 상품을 14조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약 2조원에 그쳤다.
SK하이닉스 주가의 일일 등락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KODEX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LSEG 집계 기준 6월 최고점 대비 약 70% 하락했고, 상장 이후 기준으로도 약 50% 떨어졌다.
CNBC는 국내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 "주식 투자를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내 돈을 돌려달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야후파이낸스는 레버리지 투자 열풍이 한국 증시의 가격 형성 메커니즘까지 바꿔놓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미국 증시를 따라 움직이던 코스피는 이제 오히려 월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으로 변했고, 펀더멘털보다 레버리지 자금 흐름이 시장을 좌우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스피에서 발동된 역대 서킷브레이커(지수가 1분 이상 8% 넘게 하락할 경우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의 절반 이상이 최근 6개월 동안 발생하며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펀더멘털보다 레버리지 자금이 시장 좌우"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배 아래로 떨어졌지만, 주가는 미래 실적이나 기존 거시경제 변수보다 레버리지 상품의 자금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 기준 국내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 잔액은 34조3700억원으로, 6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38조6000억원)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홍콩에 상장된 2배 레버리지 SK하이닉스 ETF의 운용자산은 올해 들어 20배 이상 늘어난 77억8000만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됐다.
아문디의 플로리안 네토 아시아 투자총괄은 "일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래량은 기초자산 평균 거래량의 네 배에 달한다"며 "운용자산이 급증하면서 단일 종목에 레버리지를 적용하는 구조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으며 이는 분명한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1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 시 최소 예탁금을 기존 약 3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지난달 말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며, 레버리지 투자가 크게 늘어난 만큼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에 대한 대출을 더욱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주식 투자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증가했다며, '포모(FOMO·소외될까 두려운 심리)'로 빚을 내 투자할 경우 시장 조정 시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한국은 AI 투자심리 바로미터"
특히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 AI 버블이 시장의 최대 꼬리위험(tail risk)으로 꼽힌 만큼,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의 급등락을 AI 투자 열기의 향방을 가늠하는 신호로 주시하고 있다.
데이미언 보이 윌슨자산운용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전 세계 거의 모든 투자자가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며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기업 이익 증가세가 이어지고 레버리지 효과가 유지되면서 한국 증시가 계속 상승하는 것이지만, 현재 시장 움직임은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토머스 헤이스 그레이트힐캐피털 회장은 "반도체와 메모리는 현재 기관과 개인 모두가 가장 많이 몰린 투자처"라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이 2분기 실적에서 설비투자(CapEx) 계획을 줄일 경우 앞으로 몇 달간 반도체와 메모리에서 자금이 빠져나오는 속도는 그동안 유입됐던 속도만큼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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