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3시간만 잔다" 격무 어필한 日 총리…돌아온 건 "시대착오적" 비판

등록 2026.07.24 20:16:52

[도쿄=AP/뉴시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8일 일본 도쿄 국회 중의원 본회의에서 실시된 중의원 총리지명 선거에서 제105대 총리로 선임되자 미소짓고 있다. 2026.02.18

[도쿄=AP/뉴시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8일 일본 도쿄 국회 중의원 본회의에서 실시된 중의원 총리지명 선거에서 제105대 총리로 선임되자 미소짓고 있다. 2026.02.18


[서울=뉴시스]이기주 인턴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0~3시간 수면이 일상"이라며 업무 강도를 강조하는 글을 올렸다가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미화한다"는 비판과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직면했다.

지난 22일(현지 시간)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총리 취임 이후 0~3시간 수면이 일상이 됐다"며 "오랜만에 5시간이나 잠을 잤다"고 적었다. 그는 3연휴 동안 국회 답변 자료와 경제재정운영 기본방침 등을 검토하고 수천 통의 이메일을 처리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게시물은 일본 사회에서 엇갈린 반응을 불러왔다. 도쿄 신바시역 인근에서 아사히신문이 만난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국가 지도자가 과도한 업무량을 공개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회사원은 "예전 직장에도 자신의 힘든 업무를 과시하는 상사가 있었다"며 "윗사람의 '격무 어필'은 부하 직원에게 말없는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무 방식 개선이 추진되는 시대에 총리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평가했다.

세 자녀를 키우는 40대 여성 회사원도 "바쁜 것을 알고 총리가 된 것 아니냐"며 "이런 내용을 X에 올려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회사원은 "상사가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하면 부하 직원들은 자신들이 무능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총리의 현실적인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었다. 가나가와현의 20대 여대생은 "총리 업무가 정말 바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계에 다다라 감출 여유조차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도쿄의 40대 여성 회사원은 "역대 총리들과 달리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 오히려 현실적이고 호감이 간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지도자의 판단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면 연구 권위자인 쓰쿠바대학의 야나기사와 마사시 교수는 "총리로서 본래의 판단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상태인지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야나기사와 교수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건강뿐 아니라 업무 수행 능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하루 4시간 수면을 2주간 지속하면 3일 밤낮을 꼬박 새운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뇌 기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룻밤을 새우는 것은 와인 한 병이나 일본주 3~4홉을 마신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판단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잠을 안 잤다고 자랑하는 문화는 일본 특유의 현상"이라며 "영향력이 큰 지도자가 짧은 수면 시간을 공개하는 것은 '잠을 줄여가며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사회에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