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의식 잃으면 비행기가 깨어난다…10인승 제트기도 오토랜드
등록 2026.07.27 14:14:58수정 2026.07.27 15:12:24
조종사 무반응 땐 공항·활주로 선택해 관제 통보 후 착륙
페넘 300EV, 승객 최대 10명…2028년 첫 인도 예정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의 엠브라에르 190 여객기.(출처: 타스) 2024.12.25.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 브라질 항공기 제조업체 엠브라에르가 신형 기업용 제트기 ‘페넘 300EV(Phenom 300EV)’에 가민의 자동 비상착륙 시스템 ‘이머전시 오토랜드’를 탑재한다고 보도했다. 엠브라에르는 지난 14일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페넘 300EV는 조종사 1명이 운항할 때 승객을 최대 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첫 인도는 2028년으로 예정돼 있으며, 인도가 시작되면 가민 오토랜드 탑재기 가운데 가장 큰 기종이 된다.
WP는 가민 오토랜드가 현재 파이퍼와 시러스, 다헤르 등이 제작한 항공기 약 2000대에 탑재돼 있다고 전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2020년 파이퍼 M600용 오토랜드를 처음 인증한 뒤 같은 해 다헤르 TBM 940과 시러스 비전 제트 SF50용 시스템도 잇달아 인증했다.
미국 텍스트론 에비에이션도 차세대 세스나 시테이션 CJ4·CJ3·M2에 오토랜드를 탑재할 계획이다. 회사가 지난 21일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CJ4는 올해 FAA 인증을 목표로 시험 중이며 CJ3와 M2는 2027년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조종사가 설정한 항로와 고도를 유지하는 일반적인 자동조종장치의 기능을 넘어선다. 비상시 항공기를 직접 제어하고 날씨와 바람, 활주로 길이 등을 따져 착륙에 적합한 공항을 선택한 뒤 관제기관에 상황을 알리고 착륙까지 수행한다.
오토랜드가 실제 운항 중 항공기를 착륙시킨 첫 사례는 2025년 12월20일이었다. 승객 없이 조종사 2명만 탄 비치크래프트 슈퍼 킹에어 B200이 미국 콜로라도주 애스펀을 이륙해 고도 약 2만3000피트(약 7000m)에서 비행하던 중 객실 압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두 조종사는 즉시 산소마스크를 착용했으며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운항사 버펄로 리버 에비에이션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안전을 우선해 오토랜드에 착륙을 맡겼다. 관제기관에 송출된 ‘조종사 무력화’라는 안내는 시스템이 관제기관에 자동으로 전달하는 표준 비상 통보 문구였을 뿐 실제 조종사 상태를 뜻하지 않았다.
오토랜드는 덴버 외곽의 로키마운틴 메트로폴리탄 공항과 30번 활주로를 선택했다. 이어 관제기관에 접근 상황을 알리며 항공기를 안전하게 착륙시켰다. 다친 사람은 없었다.
오토랜드는 자동조종 비행이 계속되면 약 20분마다 조종사의 반응 여부를 확인한다. 객실 감압으로 항공기가 비상강하한 뒤에도 조종사가 반응하지 않으면 오토랜드가 항공기 제어를 이어받는다. 조종사나 승객이 버튼을 눌러 작동시킬 수도 있다. 가동되면 객실 화면에는 이동 경로가 표시되고 관제기관에는 착륙 예정 공항과 활주로, 착륙까지 남은 시간 등이 전달된다.
다만 사람처럼 모든 위험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FAA에 따르면 오토랜드는 조종사에게 운항 정보를 알리는 항공고시(NOTAM)에 담긴 활주로 폐쇄·길이 단축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고 다른 항공기를 스스로 피해갈 수도 없다. 일부 제한공역을 회피하거나 관제사의 새 항로 지시를 따르는 기능도 없다. 따라서 오토랜드가 고르는 곳은 ‘가장 가까운 안전한 공항’이라기보다 시스템의 조건을 충족하는 공항이다.
가민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 800차례 시험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활주로의 굴곡 때문에 항공기가 착륙 직후 다시 떠오르는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시험 과제였다.
개발의 출발점은 1999년 10월25일 발생한 프로골퍼 페인 스튜어트 등을 태운 리어젯 35 추락 사고였다. 스튜어트와 조종사 등 6명을 태우고 미국 올랜도에서 댈러스로 향하던 항공기는 교신이 끊긴 채 항로를 벗어나 약 4시간을 비행하다 연료가 떨어져 사우스다코타주 들판에 추락했다.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객실 압력이 떨어진 뒤 조종사들이 보조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무력화된 것을 사고 원인으로 결론 냈지만, 산소가 제때 공급되지 않은 이유는 규명하지 못했다.
개발을 이끈 가민의 조종사 겸 엔지니어 필 스트라우브는 당시 사고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비행 중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20여년 뒤 오토랜드 개발을 주도했다. 스트라우브는 이 시스템이 앞으로 보잉과 에어버스의 대형 여객기에도 탑재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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