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RNA 생존술' 빌렸더니…백신에 쓸 mRNA 수명 3배 늘어
등록 2026.08.14 00:00:00
IBS 김빛내리 연구팀, 척추동물 감염 바이러스 337종·RNA 조각 20만개 분석
새 조절요소 'Pt1', mRNA 꼬리 60→194개 늘려 반감기 7.6→23.1시간 증가
선형 mRNA도 원형 RNA 수준 안정성 확보…국제학술지 '셀'에 연구 게재
![[도쿄=AP/뉴시스] 일본 하네다 공항으로 수송된 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모더나. 2021.06.14.](https://img1.newsis.com/2021/11/26/NISI20211126_0000879079_web.jpg?rnd=20211126153535)
[도쿄=AP/뉴시스] 일본 하네다 공항으로 수송된 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모더나. 2021.06.14.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 연구팀이 척추동물 감염 바이러스 337종을 대규모로 분석해 RNA의 안정성과 단백질 생성을 높이는 다양한 조절 요소를 발굴하고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 사업과 교육부 BK21 사업 등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셀(Cell)'에 14일 0시(한국시간) 게재됐다.
바이러스는 아주 작은 유전체만으로 자신의 유전정보를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숙주 세포의 RNA 조절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진화해 왔다.
특히 단백질 생산에 필요한 mRNA 말단의 'poly(A) 꼬리'가 짧아지면 mRNA가 쉽게 분해되는데,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의 RNA 조절 효소를 이용해 이 꼬리를 보호하는 여러 전략을 발달시켜 왔다. poly(A) 꼬리는 RNA를 구성하는 4가지 염기 가운데 하나인 아데닌(A)이 연속적으로 이어진 구조로, mRNA의 안정성 유지에 기여한다.
바이러스 337종·RNA 조각 20만개 분석…'생존 전략' 지도 그렸다
지난 2023년 '셀', 2025년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바이러스의 RNA 안정화 요소를 발굴하고 이를 치료용 mRNA에 적용하면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들 안정화 요소는 세포 내 RNA 조절 효소인 TENT4와 결합해 mRNA의 꼬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만 기존 연구는 일부 바이러스와 개별 조절 요소에 집중돼 있어 다양한 바이러스가 진화시켜 온 RNA 조절 전략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심화 연구에서 척추동물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297개 속, 337종의 유전체를 약 20만개의 RNA 조각으로 나눠 합성했다. 이후 대량 병렬 분석법을 이용해 RNA 조절 요소의 다양성과 작동 기전, 진화적 특징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기존에 알려졌던 TENT4 활용 전략이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바이러스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TENT4를 이용해 RNA의 안정성과 단백질 생성을 높이는 조절 요소 23개를 찾아냈다. 이들 요소는 19개 바이러스 속에 걸쳐 분포했으며 서열과 구조적 특징에 따라 최소 6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이는 계통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진 바이러스들이 동일한 숙주 RNA 조절 시스템을 활용하는 비슷한 전략을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시켜 왔다는 의미다.

바이러스에서 m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 효율 높이는 조절 서열 스크리닝(위쪽)과 mRNA에 존재하는 테일론 서열의 mRNA 안정화 작용 메커니즘.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짧아지는 mRNA 꼬리 다시 늘리는 'Pt1'…반감기 3배 증가
Pt1은 뱀장어 피코르나바이러스(Potamipivirus)의 유전체 말단 조절구간에서 발견된 RNA 조절 요소다. 기존 TENT4 기반 방식과 달리 Pt1은 poly(A) 꼬리를 합성하는 효소인 PAP(Poly(A) Polymerase)를 직접 끌어들여 짧아지는 poly(A) 꼬리를 다시 늘리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즉 Pt1이 RNA의 꼬리를 지속적으로 보충해 mRNA의 분해를 늦추는 것이다.
연구진은 숙주의 RNA 꼬리 조절 효소를 활용해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성을 높이는 이 같은 바이러스 RNA 조절 요소들을 '테일론(tailon)'으로 명명했다.
Pt1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도 진행했다. 연구진은 Pt1을 일반적인 '선형 mRNA'에 적용했다. 선형 mRNA는 양 끝이 열려 있어 세포 내 분해 효소에 의해 쉽게 파괴되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실험 결과 Pt1을 붙인 선형 mRNA의 poly(A) 꼬리는 아데닌 염기 60개에서 194개까지 늘어났다. 세포 내 수명을 나타내는 반감기도 7.6시간에서 23.1시간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안정성은 가장 안정적인 RNA 형태로 알려진 '원형 RNA' 수준까지 높아졌다.
![[서울=뉴시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에서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2차 회의'를 열었다. 사진은 차담회에 참석한 김빛내리 서울대학교 석좌교수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https://img1.newsis.com/2024/04/18/NISI20240418_0001529906_web.jpg?rnd=20240418143938)
[서울=뉴시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에서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2차 회의'를 열었다. 사진은 차담회에 참석한 김빛내리 서울대학교 석좌교수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선형 mRNA 장점 살리면서 수명 늘려…백신·치료제 적용 기대
상대적으로 제조가 쉬운 선형 mRNA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RNA의 수명과 단백질 생산을 높일 수 있어 mRNA 백신과 치료제의 성능을 높이는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빛내리 IBS RNA 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RNA 조절 시스템을 이용하는 정교한 전략을 대규모로 밝혀낸 성과"라며 "발굴한 조절 요소들은 기존 mRNA 치료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약효 지속성을 대폭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분자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실장은 "첨단 바이오 연구 주도를 위해서는 결국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며 "국가 과학 경쟁력 강화와 인류 공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미지의 원리를 규명하는 기초과학 연구를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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