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급 가뭄→역대급 '괴물 비'…극단의 롤러코스터, 왜?
등록 2026.08.18 10:09:32수정 2026.08.18 10:11:38
거제 사흘간 927㎜·통영 751㎜ '물폭탄'
기상청 "동쪽 고기압 강화가 핵심 원인"
거제 특유 지형도 영향…국지성 호우↑
![[거제=뉴시스] 차용현 기자 =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인근 도로에 흙탕물이 거세게 흘러넘치자 경찰이 차량 통행을 막고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2026.08.17. co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17/NISI20260817_0021401253_web.jpg?rnd=20260817144452)
[거제=뉴시스] 차용현 기자 =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인근 도로에 흙탕물이 거세게 흘러넘치자 경찰이 차량 통행을 막고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2026.08.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남부지방이 광복절 연휴 사흘 만에 정반대의 재난과 맞닥뜨렸다. 물 부족을 걱정하던 지역이 순식간에 물에 잠기면서, 가뭄과 폭우라는 극단적인 기상이 잇따르는 '롤러코스터 날씨'가 나타났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거제에 내린 비는 927㎜, 통영은 751㎜ 안팎으로 집계됐다. 거제의 평년 여름철(6~8월) 강수량(935.1㎜)과 맞먹는 비가 사흘 만에 내린 셈이다. 통영은 평년 여름철 강수량(728.8㎜)을 넘어섰다.
특히 17일 거제에는 하루 동안 약 654㎜의 비가 내렸다. 전국 97개 종관기상관측지점의 역대 일 강수량 가운데 2002년 태풍 '루사' 당시 강릉(870.5㎜), 대관령(712.5㎜)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시간당 강수량 기록도 갈아치웠다. 거제에서는 1시간에 124.5㎜가 쏟아져 1972년 관측 이래 시간당 강수량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통영 역시 시간당 97.4㎜로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동쪽 고기압 강화로 인한 저기압 정체…남쪽 수증기도 유입
기상청의 '경남 남해안 중심의 재난성호우 상세원인 분석'에 따르면 이번 폭우에는 ▲동쪽 고기압 강화로 인한 저기압 이동 지연 ▲거제도 주변 중규모저기압 발달에 유리한 지형적 특성 ▲저기압의 강한 발달 ▲다량의 수증기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저기압의 이동을 가로막은 고기압이었다. 서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과 북동쪽에서 강하게 자리 잡은 고압부 사이에 큰 기압경도력이 발생하면서 강한 하층 바람이 만들어졌다.
이 고압부는 일본 남쪽에 있던 17호 태풍 '낭카'가 열대저압부(TD)로 약화하면서 남서쪽으로 확장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고기압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역할을 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서쪽에서 접근하는 저기압과 우리나라 동쪽에 머물고 있던 고기압 사이에서 남풍이 강해지며 하층제트가 형성됐다"며 "남쪽의 수증기가 이 제트를 타고 급격히 우리나라로 끌어올려지면서 강한 비구름대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비구름대가 전라도를 거쳐 경상도로 진입하는 시기에 동쪽 고기압이 더 강해지면서 비구름의 이동이 멈췄고, 통영·거제에 장시간 강한 비가 쏟아졌다"고 덧붙였다.
거제도 지형도 '거들었다'…해안선·산맥이 강수 집중 도와
또 바람 방향에 직각으로 놓인 500m 안팎의 산맥이 풍속을 줄이면서 비구름이 특정 지역에 정체하는 데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은 경상권과 제주를 중심으로 오는 20일까지 추가로 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우 통보관은 "현재 나와 있는 강수량 전망은 전라권과 경상권이 5~60㎜ 정도"라며 "지난 며칠간 내린 양보다는 적겠지만, 소낙성 강수라 지역적 편차가 클 수 있어 적은 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거제=뉴시스] 차용현 기자 = 지난 17일 오전 밤사이 내린 폭우로 경남 거제시 거제대로 인근 한 아파트 뒤편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쏟아져 내린 토사가 주차된 차량 등을 덮쳐 피해가 발생했다. 2026.08.17. co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17/NISI20260817_0021401573_web.jpg?rnd=20260817184716)
[거제=뉴시스] 차용현 기자 = 지난 17일 오전 밤사이 내린 폭우로 경남 거제시 거제대로 인근 한 아파트 뒤편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쏟아져 내린 토사가 주차된 차량 등을 덮쳐 피해가 발생했다. 2026.08.17. [email protected]
국지성 집중호우, 늘어나고 있나…"여름철 종종 발생"
이에 대해 우 통보관은 "해마다 양의 많고 적음 차이는 있지만, 이런 강수 원인을 갖는 현상은 여름철에는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양이 굉장히 많았다는 게 특징적"이라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이처럼 가뭄과 집중호우 등 상반된 극단적 기상이 잇따르는 현상이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남쪽의 기온이 오르고 수증기가 많아진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며 "시간당 강우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건 해마다 이야기돼 온 것"이라고 말했다.
우 통보관은 "상반된 극단의 기상 현상들이 거의 순차적으로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며 "비가 엄청 안 와서 고생이다가 바로 다음엔 비가 엄청 많이 와서 피해가 나는 식으로, 우리가 체감하는 극단의 수준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뭄 뒤 폭우, 산사태 더 유발했나
이런 상태에서 짧은 시간에 극한 호우가 쏟아지면 토양이 빗물을 흡수할 틈도 없이 지표를 타고 흘러내리거나, 반대로 갑작스레 수분이 급격히 침투하면서 흙의 결속력이 약해지는 상황이 동시에 벌어질 수 있다.
가뭄 이후 급격한 폭우가 산사태 위험을 키웠는지는 이번 재해의 원인 규명에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 통보관은 이와 관련해 "가뭄이었다가 갑자기 (비가) 많이 오면 산사태가 더 심해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한순간에 굉장히 많이 쏟아지면 토양 안으로 수분이 급격히 들어가면서 흙이 밀집한 상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요건은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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