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민원 빗발쳐도 손 못 대…9년째 쌓인 아현동 '쓰레기 산'

등록 2026.08.29 07:00:00수정 2026.08.29 07:14:23

사유지 적치물 임의 처분 어려워

치워도 다시 쌓여…당사자 설득 관건

"원인 파악하고 신뢰 쌓는 과정 중요"

[서울=뉴시스] 고선영 수습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주택 주변에 종이상자와 비닐봉지, 생활용품 등 각종 물건이 쌓여 있다. 2026.08.26. sunzer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선영 수습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주택 주변에 종이상자와 비닐봉지, 생활용품 등 각종 물건이 쌓여 있다. 2026.08.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유림 고선영 수습 기자 =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주택가. 가파른 골목을 따라 올라가자 한 주택 주변으로 종이상자와 비닐봉지, 페트병, 낡은 가구와 자전거 등 각종 물건이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비에 젖은 종이 사이로 잡초가 자랐고 담벼락과 나뭇가지에는 옷가지가 걸려 있었다. 주택에 가까워지자 눅눅하고 시큼한 냄새도 코끝을 찔렀다.

이곳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쌓아두는 '저장강박 가구'다. 최초 민원이 제기된 것은 2017년, 무려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오랜 기간 물건이 쌓이면서 주민들의 불편도 극에 달했다. 특히 여름철이면 악취와 벌레로 고충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10년 가까이 살았다는 최민규(51)씨는 "여름에는 냄새가 심해 주변 집에서는 창문도 열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선영 수습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주택 주변에 비닐과 상자, 생활용품 등이 쌓여 있는 가운데 바닥에 배춧잎 등이 놓여 있다. 2026.08.26. sunzer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선영 수습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주택 주변에 비닐과 상자, 생활용품 등이 쌓여 있는 가운데 바닥에 배춧잎 등이 놓여 있다. 2026.08.26. [email protected]


10년 넘게 인근에 거주한 50대 김모씨는 "냄새가 심해 일부러 이 골목으로 다니지 않고 큰길로 돌아다닌다"며 "특히 여름에는 냄새가 더 심해져 지나갈 때마다 불편하다"고 했다.

또 다른 50대 주민은 "냄새도 문제지만 벌레가 많이 꼬여 여름이면 더 힘들다"며 "치우면 또 쌓이고, 치우면 또 쌓이는 일이 계속 반복됐다"고 토로했다.

관할 지자체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마포구청은 2017년부터 환경 정비와 도배·장판 교체 등을 지원했고, 2020년에는 외부 적치물을 대대적으로 치웠다.

하지만 2020년 정비 이후 당사자가 지원을 거부하면서 추가 개입은 막힌 상태다. 지난 26일에도 민원이 접수되어 구청 직원이 현장을 찾았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서울=뉴시스] 고선영 수습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주택 주변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가운데 옷가지와 비닐봉지 등이 곳곳에 놓여 있다. 2026.08.26. sunzer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선영 수습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주택 주변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가운데 옷가지와 비닐봉지 등이 곳곳에 놓여 있다. 2026.08.26. [email protected]


주민들의 원성이 높지만, 행정기관이 사유지 내 적치물을 강제로 치우기는 쉽지 않다. 주민들의 눈에는 '쓰레기'로 보여도, 당사자가 '재활용품'이나 '내 물건'이라고 주장하면 임의로 처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대집행은 최후의 수단일 뿐, 지속적인 설득이 가장 중요하지만 당사자가 거부해 처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작정 물건을 치우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다. 저장강박은 물건을 처분하는 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 일상생활 공간을 상실하는 정신적 증상인 만큼, 치료와 꾸준한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관련 가구를 집계한 통계나 전담 관리 부서가 없고,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실시하는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서도 저장장애는 항목에서 빠져 있다.

결국 저장강박 가구를 찾아내고 관리하는 일은 주민센터의 몫이다. 주변 민원이 접수되거나 복지 담당자가 대상 가구를 발굴하면 현장을 찾아 당사자를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 적치물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서울=뉴시스] 고선영 수습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주택 주변에 빗물에 젖은 폐지와 페트병, 자전거, 생활용품 등이 뒤엉켜 쌓여 있다. 2026.08.26. sunzer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선영 수습 기자 =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주택 주변에 빗물에 젖은 폐지와 페트병, 자전거, 생활용품 등이 뒤엉켜 쌓여 있다. 2026.08.26.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저장강박 가구마다 물건을 쌓게 된 이유와 처한 상황이 달라 단순히 집을 치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2017년부터 저장강박 가구를 지원해 온 장은미 꿈의숲종합사회복지관 부장(서울시복지재단 찾아가는 복지현장 위기사례 대응 컨설턴트)은 "당사자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모두 다르다"며 "무조건 치우려고 하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받아들여 오히려 접근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저장강박 가구는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당사자와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부장은 "처음에는 우리를 안전한 사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느낄 때까지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며 "왜 물건을 쌓기 시작했는지 원인을 찾지 않으면 치운 뒤에도 다시 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정비에 그치지 않는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부장은 "적치물을 치우는 과정과 방식에 따라 다시 쌓거나 오히려 더 심해질 수도 있다"며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닌 만큼 구와 시 차원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