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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없는 불안한 출발…더욱 중요해진 모자보건법[미프진이 던진 과제①]

등록 2026.09.20 08:01:00수정 2026.09.20 08:18:24

법엔 낙태 수술만 가능…허용주수도 쟁점

"임신중지 제도 공백 메울 입법 추진해야"

[서울=뉴시스] 2019년 4월 11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판결하기 위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DB) 2019.04.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2019년 4월 11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판결하기 위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DB) 2019.04.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고홍주 고선영 수습 기자 = 헌법재판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채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불안한 출발선에 서게됐다는 지적이다. 여성과 의사의 안전, 여성건강권과 태아생명권 논란 등을 해소하려면 모자보건법이 확실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0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임신 중절 내용을 골자로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6건이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후속 입법을 주문했지만 허용 가능 주수 등을 놓고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서 현재까지 입법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을 도입하는 취지의 검토를 정부 부처에 주문했다.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등은 두 달 가량이 흐른 지난 16일 임신 9주 이내, 2년간 원내 처방 및 조제를 골자로 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에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제2조와 제14조에 명시된 '인공임신중절수술이란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을 인공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수술을 말한다'라는 문구다. 현행법에서는 낙태의 방법으로 수술만 정의하고 있다.

또 모자보건법 제14조에는 우생학적 사유, 장애,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 등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는 사례가 나열돼있고, 동법 시행령 제15조에는 이 경우에도 임신 24주 이내에서만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미프진 도입은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하면서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법제처에서 임신중지 약물 허가는 모자보건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품목허가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미프진 도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도 지난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완벽한 대책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게 좀 더 나은 결정"이라고 했다.

가장 큰 쟁점은 임신중절 허용 주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2주 이내 사용을 권고하고 있고 일본은 9주, 미국은 10주, 핀란드와 덴마크는 12주까지 허용한다. 박효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는 "언제까지 낙태를 합법으로 할 것인지, 완전히 열어줄 것인지 등 주수에 대해 좀 더 통일을 해야 한다. 그냥 놔두면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각자의 입장이 다르겠지만 우리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선이 있을 것이다. 규정에 대해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물에 의한 임신중절을 법에 의해 허용하느냐도 쟁점이다. 법률로 규정이 되지 않으면 정부가 바뀔때마다 합법, 불법 논란이 반복될 소지가 있다. 또 신념 등에 의해 의사가 이를 거부하는 경우, 임신중절을 위한 의료 접근성, 청소년이나 이주 여성, 건강보험 적용 여부 등도 법률이 마련돼야 토대가 갖춰질 수 있는 내용들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신념에 의해 의사가 임신중절을 하지 않겠다고 할 때 이것을 보장할 것인지, 접근성이 떨어지면 의무적으로 하도록 할 것인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 처벌을 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가 명료하지 않다"며 "법에서는 임신중절을 수술로 하도록 돼있는데 이런 것들도 좀 더 명확하게 다듬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미프진 허용의 쟁점과 과제'에서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프진 품목허용 자체는 식약처의 권한으로 결정이 가능하지만 임신중지 허용 기간, 허용 사유, 상담·숙려기간 의무화 여부, 미성년자 동의 조건, 의료인의 거부권 인정 여부, 건강보험 적용, 태아 생명보호와 여성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은 정책적·입법적인 영역에 해당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각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회는 사회적 공론화와 숙의를 통해 법개정 방향을 우선적으로 정하고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임신중지 제도공백을 메우는 입법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보탰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임신중지가 가능한 시기와 절차, 의료인의 책임, 청소년의 결정권, 건강보험 적용 범위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약값을 부담할 수 있는 여성과 그렇지 못한 여성,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여성과 그렇지 못한 여성 사이에 새로운 격차가 생겨서도 안 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법률의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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