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건강권 vs 태아 생명권…다시 불붙은 논쟁[미프진이 던진 과제②]
등록 2026.09.20 08:02:00수정 2026.09.20 08:22:24
정부, 미프진 정식 도입 발표…이르면 내년 1분기 도입
여성계 "도입 환영" vs 종교계 "중단"…찬반 입장 엇갈려
헌재 결정 7년째 입법 공백…"사회적 논의로 접점 찾아야"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장관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6.09.16. chocrystal@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16/NISI20260916_0021439736_web.jpg?rnd=20260916112110)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장관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6.09.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구무서 고선영 수습 기자 = 정부가 이른바 '미프진'으로 불리는 임신중지약을 내년 초 도입하기로 하면서 여성의 건강권·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 보호에 대한 논쟁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째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제도적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임신중지 약물을 정식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식약처는 현대약품이 2024년 12월 수입품목 허가를 신청한 '미프지미소정'을 심사 중이다. 이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사용하는 약물로, 임신 63일(9주) 이내 사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식약처는 허가 심사와 수입에 필요한 절차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1분기 국내에 도입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부작용이나 안전성 등을 이유로 2년 동안은 의료기관 안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하고, 추후 법 개정 등을 통해 의사가 처방하고 약국에서 조제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성계 "도입 환영…접근성 더 확대해야" vs 종교계 "중단해야"
여성계는 그동안 제도권 밖에 머물러 있던 임신중지 약물이 정식 도입되는 데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임신중지 약물을 정식 의료체계 안으로 들여와 여성들이 보다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16일 논평을 통해 "인공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이 안전하고 검증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부가 밝힌 임신 9주 이내 사용과 의료기관 내 처방·조제 등 제한을 완화해 실질적인 접근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같은 날 입장문에서 "시작부터 접근성을 크게 제약한다면 약이 승인된다고 하더라도 의료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처방, 이용률은 현재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 급여화를 통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처방 주체를 확대하는 한편 청소년에게 보호자 동의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역에 따른 의료기관 접근성 격차를 줄이고 복용 방법이나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증상 등에 대한 정보·상담 체계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나영(왼쪽 두 번째)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에서 열린 정부의 임신 중지 의약품 도입 발표에 따른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9.17. xconfind@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17/NISI20260917_0021441736_web.jpg?rnd=20260917145615)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나영(왼쪽 두 번째)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에서 열린 정부의 임신 중지 의약품 도입 발표에 따른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9.17. [email protected]
반면 종교계에서는 태아의 생명 보호를 강조하며 정부에 임신중지약 도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방안은 낙태를 '질서 있게' 제도화할 뿐 그 본질을 조금도 바꾸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신 9주라는 기준 역시 태아의 생명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개신교계 비영리단체인 프로라이프도 입장문에서 "낙태약이 태아 생명을 끝내는 약이란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관련 법률을 우선 정비한 뒤 약물 도입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도입 자체를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법적 보호를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임신중지약 사용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한 응급의료 체계와 의료인의 법적 보호 장치 등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7년째 이어진 대립…"이제는 제도적 접점 찾아야"
헌재는 2019년 형법상 낙태죄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0년 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가 후속 입법에 실패하면서 낙태죄 조항은 2021년부터 효력을 잃었지만, 이를 대신할 제도는 마련되지 못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 보호를 어떻게 조화할 것인지를 둘러싼 대립 속에 관련 입법은 7년째 공백 상태다.
전문가들은 미프진 도입을 계기로 다시 불붙은 논쟁을 어느 한쪽의 가치만을 앞세우는 방식으로 풀기보다는 서로 다른 가치와 의견을 인정하고 제도적 접점을 찾아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종교계를 진보적인 가치를 가로막는 세력으로 규정하면 매우 곤란하다"며 "낙태 문제 역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는 사회적 이슈"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미프진 도입 과정에서는 이처럼 서로 다른 입장을 한자리에서 논의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이후 정부가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발표하기까지 성평등부나 복지부 차원에서 미프진을 주제로 찬반 당사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개 토론회 등 공론화 절차는 없었다.
구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런 문제에 대해 공론화하고 논의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러 각도에서 사람들의 관점을 검토하고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논의가 필요한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다만 사회적 갈등을 완전히 해소한 뒤에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접근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는 "갈등은 어차피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판단의 기준은 갈등을 어떻게 줄일 것이냐가 아니라 정말 필요한 당사자에게 지금 무엇이 주어져야 하는지를 가지고 정부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갈등 자체를 없애거나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완전히 설득하는 데 목표를 두기보다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구체적인 제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접점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생명권도 중요하지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부분부터 조금씩 가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큰 원칙은 동일하되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부터 점진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어느 단계에서는 결단과 책임이 필요하다"며 "우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도입하되 제도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점차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