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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만으론 안 통한다…韓 스타트업, 동남아 현장서 진출 전략 싹 바꾼 까닭

등록 2026.09.21 12:00:00수정 2026.09.21 13:00:24

구글 '창구 이머전 트립 2026' 개최…국내 앱·게임 스타트업 14곳 동남아 현장 검증

상승이 파란색?" 색상부터 이용 행태까지…국내 기준 설계 방식 전면 수정

진출국·서비스 기능·수익모델 재검토…투자·사업 협력도 모색

[싱가포르=뉴시스] 지난 18일 구글 싱가포르 사무실에서 '창구 이머전 트립 2026' 프로그램 중 하나로 동남아시아 현지 이용자 심층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 창구는 구글플레이가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과 함께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2026.09.21. (사진=구글 제공)

[싱가포르=뉴시스] 지난 18일 구글 싱가포르 사무실에서 '창구 이머전 트립 2026' 프로그램 중 하나로 동남아시아 현지 이용자 심층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 창구는 구글플레이가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과 함께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2026.09.21. (사진=구글 제공)


[싱가포르=뉴시스]윤정민 기자 = 지난 18일 오후 구글 싱가포르 사무실. 국내 앱·게임 스타트업 대표들이 자사 서비스를 한 달간 사용한 동남아시아 20∼30대 이용자들과 마주 앉았다.

해외 증시 뉴스 앱 '월월'을 운영하는 아뮤즈8은 주가 상승을 빨간색, 하락을 파란색으로 표시한 화면이 현지 이용자에게 익숙한 방식과 반대라는 답을 들었다. 한국 이용자를 기준으로 설계한 사소한 색상 하나도 현지에서는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인공지능(AI) 기반 일기 앱 '마이모리'를 개발한 너티코드에는 현지 젊은 층도 자신의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기 꺼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국 청년층처럼 심리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다.

국내에서 마련한 진출 전략과 현지 이용자의 생활 방식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참가사들은 단순히 앱을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능과 진출국, 수익모델까지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주가 오르면 빨간색?…싱가포르서 확인한 '검색 밖 답'

[싱가포르=뉴시스] 지난 18일 구글 싱가포르 사무실에서 '창구 이머전 트립 2026' 프로그램에 참가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기자간담회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수혁 팀리미티드 대표, 유성오 너티코드 대표, 신동민 아뮤즈8 대표, 정규민 데브언리밋 대표. 2026.09.21. (사진=구글 제공)

[싱가포르=뉴시스] 지난 18일 구글 싱가포르 사무실에서 '창구 이머전 트립 2026' 프로그램에 참가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기자간담회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수혁 팀리미티드 대표, 유성오 너티코드 대표, 신동민 아뮤즈8 대표, 정규민 데브언리밋 대표. 2026.09.21. (사진=구글 제공)


이번 이용자 만남은 구글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 '창구 이머전 트립' 일정 중 하나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국내 앱·게임 스타트업 14곳은 2박3일 동안 현지 이용자와 벤처캐피탈(VC), 구글 측과 만나 동남아 진출 전략을 점검했다.

참가사 대표들은 검색이나 AI 분석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현지 문화와 이용 행태를 직접 확인한 점을 주요 소득으로 꼽았다.

유성오 너티코드 대표는 "다른 나라의 젊은 층도 심리상담을 꺼리는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거의 하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너티코드는 라마단 한 달 동안 매일 질문을 던져 이용자가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마이모리의 '리추얼' 기능을 현지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신동민 아뮤즈8 대표는 "앱에서 증시의 상승·하락 흐름을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표시했는데 현지에서는 색깔의 의미가 반대라는 의견을 들었다"며 "출퇴근 시간에 맞춰 주가 차트가 움직인 원인과 주요 이슈를 함께 보여주는 기능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전신 동작을 추적하는 케이팝 댄스 앱 '스파키'에는 칼로리 계산 등 운동 기능을 추가해 달라는 의견이 나왔다.

정 대표는 아시아 이용자들이 춤추기를 부끄러워해 수요가 작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구글이 제공한 데이터와 현지 반응을 확인한 뒤 생각을 바꿨다. 이에 중단했던 퍼포먼스 마케팅(클릭·구매 등 이용자 반응을 측정해 광고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다시 활용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영수증으로 수집한 소비 데이터를 활용해 AI 쇼핑 서비스를 준비하는 팀리미티드는 가사도우미를 이용하는 가정에서는 장보기 지원 서비스의 수요가 작을 것으로 예상했다.

배수혁 팀리미티드 대표는 "가사도우미가 있더라도 최저가 상품을 찾아 장바구니에 넣어주는 기능에 충분한 수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AI로 실생활을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팀리미티드는 구매 데이터를 사업에 활용할 여지가 작다고 보고 인도네시아 우선 진출 계획을 접었다. 대신 온라인 결제 비중이 높은 싱가포르에서 온라인 구매 데이터부터 확보하기로 했다.

아뮤즈8은 싱가포르를 거쳐 미국으로 진출하려던 계획을 바꿔 미국 시장에서 바로 서비스를 시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지 반응 확인부터 투자·사업 연결까지…'창구'서 찾은 기회

[싱가포르=뉴시스] 지난 18일 구글 싱가포르 사무실에서 '창구 이머전 트립 2026' 프로그램에 참가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규민 데브언리밋 대표, 신동민 아뮤즈8 대표, 배수혁 팀리미티드 대표, 유성오 너티코드 대표. 2026.09.21. (사진=구글 제공)

[싱가포르=뉴시스] 지난 18일 구글 싱가포르 사무실에서 '창구 이머전 트립 2026' 프로그램에 참가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규민 데브언리밋 대표, 신동민 아뮤즈8 대표, 배수혁 팀리미티드 대표, 유성오 너티코드 대표. 2026.09.21. (사진=구글 제공)


구글은 창구 이머전 트립을 시장 정보만 전달하는 강의에 그치지 않고 현지 이용자 검증과 VC 상담, 기업 간 교류를 후속 사업 기회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팀리미티드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VC들과 연락처를 교환하고 후속 사업 미팅 2건을 잡았다. 내년에는 100억원 이상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너티코드도 사업을 시작할 당시 외부 투자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지만 이번 VC 상담에서 사업 상황을 설명하고 조언을 들으며 투자 유치를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참가사들은 이용자 확보와 광고 운영, 수익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도 나눴다. 유 대표는 "같은 고민을 하는 창업자들이 모여 몇 마디만 나눠도 서로의 어려움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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