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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무죄' 강기훈, 추가배상 확정…"檢·감정인 면죄부 허탈"

등록 2026.09.21 20:14:48수정 2026.09.21 20:22:24

1991년 '유서 대필' 기소로 옥살이…35년 만

국가, 검사 등 상대 손배소 재상고심 마무리

기소 이르는 수사 전 과정 불법 책임은 배척

강씨 "1원이라도 책임 지게 하려 했다" 토로

[서울=뉴시스] 1991년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피해자 강기훈(사진)씨가 자신을 기소한 검사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재상고심을 거쳐 이달 마무리됐다. (사진=뉴시스DB). 2026.09.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1991년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피해자 강기훈(사진)씨가 자신을 기소한 검사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재상고심을 거쳐 이달 마무리됐다. (사진=뉴시스DB). 2026.09.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1991년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피해자 강기훈씨가 자신을 기소한 검사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재상고심을 거쳐 마무리됐다.

국가의 배상액은 늘었지만, 강씨가 끝까지 다툰 개별 수사 담당 검사들의 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0일 강씨와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국가의 위자료 추가 지급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소송을 제외한 민사, 행정 소송 상고심에서 하급심 판결에 법리 오해 등의 특정한 위법 사유가 없다면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끝내는 제도다.

강씨가 이 사건으로 기소된 지 35년, 이번 민사 소송이 제기된 지 11년 만에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강씨는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총무부장으로서 후배 김기설 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에게 분신할 것을 사주하고 유서를 대신 써줬다는 자살방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옥살이를 했다.

2000년대 들어 문제의 유서가 김씨의 자필로 쓰여졌다는 증언이 알려지며 진상규명 움직임으로 이어졌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11월 "김씨가 유서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결정했다.

2009년 법원이 강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지만, 검찰이 불복해 항고하고 대법원의 판단이 늦어지면서 2012년 10월에야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강씨는 이후 재심과 상고심을 거쳐 2015년 5월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에 강씨와 가족은 2015년 11월 "결론을 정해놓은 꿰맞추기 수사, 폭행·협박 등 가혹 행위, 피의자의 기본적 방어권 침해 등 위법한 수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국가 등을 상대로 총 31억원 상당의 소송을 냈다.

상대방엔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소속 강모 전 부장검사와 신모 전 주임검사, 필적을 감정한 김모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문서분석실장도 포함됐다.

2017년 7월 1심은 국가와 감정인인 김 전 실장이 공동으로 강씨에게 약 5억3000만원 등 총 6억86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는 국과수 감정의 오류로 인한 배상액만 포함된 것이다.

국가가 강씨에게 7억원 등 총 8억7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봤지만, 강씨가 앞서 받은 형사보상금 1억8390만원이 빠지며 실제 배상액이 줄었다.

[서울=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사진=뉴시스DB). 2026.09.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사진=뉴시스DB). 2026.09.21. [email protected]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폭언·폭행, 밤샘조사 등 위법한 피의자 조사 ▲변호인 접견권 침해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국가와 검사들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민사소송이 너무 늦게 제기됐다(소멸시효 완성)고 판단했다.

강씨 측은 검사가 필적 감정에 개입하는 등 기소까지의 전반적인 수사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핵심 쟁점으로 다퉜지만, 1심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2018년 5월 배상액을 총 9억2600만원으로 높였다. 강씨에 대한 국가의 위자료 지급 책임액은 8억원으로 높였다. 다만 감정인 김 전 실장에 대해서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2022년 11월 대법원은 수사 과정에서의 일부 개별 불법행위 부분에 국가배상 청구권의 장기 소멸시효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2심에서 선고된 국과수 감정 오류 부분 관련 위자료 배상액은 그대로 확정했다.

다만 개별 검사들과 감정인의 불법행위 배상 책임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2심 판단을 수긍해 확정했다. 기소에 이르는 수사 전반의 과정에 대해서도 불법행위로 인정해야 한다는 강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해 5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취지대로 국가가 강씨에게 5300만원 등 강씨와 아내, 형제 2명에게 총 67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추가 배상하도록 정했다.

최종적으로 국가가 강씨와 아내, 형제 2명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는 1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강씨 측은 파기환송심에서도 검찰의 무죄 증거 은폐, 폐기 등 수사와 공소유지 전반의 위법성을 짚었고, 이를 다투는 취지로 재상고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씨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들과 감정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목표였는데 면죄부가 주어진 셈"이라며 "돈은 중요하지 않고, 1원이라도 이들에게 책임을 지게 하려 했다. 아쉽다, 서운하다는 정도의 표현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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