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압류된 채권, 합의로 없애도 돈 갚아야"…25년만 판례 변경
등록 2026.09.29 15:47:47
대법원 전원합의체, 전원일치로 판례 바꿔
가압류 받은 채권 없애도 '처분금지효' 유지
일부 예외로 압류 대항할 수 있도록 변경해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6.09.29.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29/NISI20260929_0021465236_web.jpg?rnd=20260929144327)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6.09.29. [email protected]
그동안 압류채권자가 채권을 묶어 놓은 후에도 채무자가 채권을 소멸시켜 버리면 채권자가 재산을 보전받지 못했는데, 대법원이 25년만에 판례를 변경하기로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9일 채권자 김모씨가 주식회사 A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관여 대법원장 및 대법관 11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심을 파기해 울산지법에 돌려 보냈다.
김씨는 앞서 2015년 4월 B 주식회사의 경북 경주시 축산분뇨처리공장 건설 사업과 관련해 준공시까지 월 1% 이자 등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3억원을 투자했다.
B사는 이후 공사를 전혀 시행하지 못했고, 이후 김씨에게 투자원금에 이익금을 더한 4억원을 2016년 2월까지 지급하겠다는 약정 계약을 맺었지만 돈을 주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B사가 2018년 7월 투자 근거가 된 사업권을 A사로 넘기는 양수도계약을 맺자, 김씨는 약정금 4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두 회사를 상대로 조치에 나섰다.
김씨는 우선 2020년 6월 A사가 사업권을 넘겨 받는 대가로 B사에게 지급하기로 한 3억5000만원 상당의 채권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에서 인용받았다.
이어 B사를 상대로 4억원을 돌려달라는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자, 2020년 11월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채권압류·추심명령'을 신청해 인용 결정을 받았다.
A사가 돈을 B사에게 주지 못하도록 일단 막은 다음, B사와의 본안 소송에서 이기면서 '압류채권자' 지위를 얻어 A사에게 직접 돈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20년 10월 A사와 B사가 사업권 양수도계약을 합의 해제해 버리면서 계획은 틀어졌다. 채권이 무효화됐다는 이유로 A사가 지급을 거부한 것이다.
김씨는 이에 A사를 상대로 이번 소송을 냈지만, 1·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이 2001년 6월 내놓은 '채무의 원인이 된 채무자(B사)와 제3채무자(A사) 간의 법률관계에 대한 합의 해제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판례를 따른 것이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해 있다. 2026.09.29.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29/NISI20260929_0021465205_web.jpg?rnd=20260929143437)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해 있다. 2026.09.29. [email protected]
이날 대법원은 판례를 변경해 앞으로는 이 사건의 A사(제3채무자)처럼 원 채무자 B사와의 채권을 합의로 해제한 경우라도 김씨와 같은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즉 돈을 갚아야 한다는 점을 원칙으로 정했다.
대법원은 "압류의 처분금지효는 압류재산에 대한 채무자의 처분의 자유보다 압류재산의 현금화를 통한 채권 만족이라는 강제집행 제도의 목적 및 압류채권자의 이익을 우선하기 위한 규범적 토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합의해제에 따른 채권 소멸의 효력이 제3자인 압류채권자에게 당연히 미친다고 볼 수 없다"며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사후적 합의로 인해 압류채권자와 배당요구채권자들이 압류의 처분금지효를 신뢰해 투입한 시간과 비용, 노력을 무위로 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 채무자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제3채무자가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조건도 새로 규정했다.
법정해제나 약정해제 등 계약관계를 소멸시킬 수 있는 별도 사유의 요건을 갖췄지만 합의해제의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한 경우, 또는 피압류채권이 계속적 계약에서 발생하는 장래의 지분적 권리인 경우 등을 예로 들었다.
그 밖에 계약과 피압류채권의 내용과 성질, 피압류채권의 계약상 비중, 합의 해제 또는 해지의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압류만을 이유로 합의해제의 대항력을 부정하는 게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을 때도 꼽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판례 변경에 대해 "강제집행 제도의 목적과 압류채권자의 이익을 우선해 보호하고 구체적인 타당성을 도모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7월 22일 전원합의기일에서 이 사건의 결론을 정했는데, 당시 재직하던 이흥구 전 대법관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불참해 11명이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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