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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설계안 놓고도 답 못 찾았다…애플 '비전 프로'는 왜 길을 잃었나

등록 2026.09.30 06:00:00수정 2026.09.30 06:54:24

차세대 비전 프로 'N224' 놓고 4개 설계안 검토…외부 모듈까지 저울질

499만원·750~800g 무게 부담 여전…조직 감원에 후속 일정도 불투명

애플, 2027년 AI 스마트안경에 무게…급성장 웨어러블 시장으로 자원 이동

[서울=뉴시스] 15일 서울 중구 애플 명동에서 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가 전시되고 있다. 혼합현실(MR) 기기 비전 프로는 애플이 이른바 공간형 컴퓨터라고 부르는 헤드셋이다. 사용자는 앱을 바라보고 두 손가락을 맞대어 탭하는 것만으로 앱과 상호작용하고, 음성을 사용해 텍스트를 받아쓰거나 가상 키보드를 사용해 타이핑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터페이스와 상호작용하는 세련된 경험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애플 제공) 2024.11.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5일 서울 중구 애플 명동에서 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가 전시되고 있다. 혼합현실(MR) 기기 비전 프로는 애플이 이른바 공간형 컴퓨터라고 부르는 헤드셋이다. 사용자는 앱을 바라보고 두 손가락을 맞대어 탭하는 것만으로 앱과 상호작용하고, 음성을 사용해 텍스트를 받아쓰거나 가상 키보드를 사용해 타이핑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터페이스와 상호작용하는 세련된 경험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애플 제공) 2024.11.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애플이 500만원에 육박하는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의 후속작을 놓고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무게와 가격이라는 1세대의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소 4개의 설계안을 검토 중이지만, 내부에서는 후속작 자체가 실제 제품으로 출시되지 않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전 프로로 '공간 컴퓨팅'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던 애플이 불과 2년여 만에 기로에 선 모습이다. 시장의 관심이 무겁고 비싼 헤드셋에서 일상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애플 역시 관련 인력과 자원을 스마트안경 쪽으로 돌리고 있다.

배터리 넘어 프로세서까지 밖으로?…4개 설계안 놓고 저울질

30일 맥루머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 비전 제품 그룹은 코드명 'N224'로 불리는 완전히 새로 설계된 차세대 비전 프로를 두고 4개 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 설계안의 세부 내용이 모두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이 가운데에는 배터리뿐 아니라 주요 컴퓨팅 부품까지 외부 모듈로 빼내 헤드셋 자체의 무게를 낮추는 방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메타가 공개한 차세대 VR 글래스처럼 배터리와 메인 프로세서를 허리 등에 착용하는 별도 모듈에 넣는 구조다. 얼굴에 얹는 하드웨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애플 고위 경영진은 별도의 '퍽'을 연결해 써야 하는 방식이 사용자 경험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일체형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토 중인 N224는 한때 별도로 거론됐던 보급형 '비전 에어'와도 다른 프로젝트다. 맥루머스에 따르면 비전 에어 구상은 지난해 중단됐고, 애플은 이후 기존 비전 프로를 단순 경량화하는 수준을 넘어 제품 구조 자체를 다시 짜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플라스틱과 티타늄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무게를 줄이는 방안도 시험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이 이처럼 설계를 원점에 가깝게 다시 들여다보는 이유는 현재 비전 프로의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M5 칩으로 성능을 높인 최신 비전 프로의 경우 국내 출고가는 499만원부터 시작한다. 기기 자체 무게는 구성에 따라 750~800g이며, 별도 배터리도 353g에 달한다.

애플은 듀얼 니트 밴드 등을 적용해 착용감을 개선했지만 장시간 얼굴에 쓰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무게와 가격 문제를 근본적으로 없애지는 못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삼성전자가 22일 영국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갤럭시 언팩 2026 행사를 열고 인텔리전트 아이웨어(Intelligent Eyewear)의 주요 기능과 새로운 디자인 2종을 공개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6.07.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삼성전자가 22일 영국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갤럭시 언팩 2026 행사를 열고 인텔리전트 아이웨어(Intelligent Eyewear)의 주요 기능과 새로운 디자인 2종을 공개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6.07.22. [email protected]

'공간 컴퓨팅' 야심보다 현실 택하나…조직 줄이고 AI 안경으로

비전 프로는 2024년 미국에서 3499달러(약 475만원)에 처음 출시됐다. 당시 애플은 맥이 개인용 컴퓨팅,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비전 프로가 '공간 컴퓨팅'이라는 새 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무거운 기기 형태 탓에 대중 시장을 넓히는 데 한계를 보였고, 애플은 지난해 M5 칩을 넣은 개선형을 내놓으면서도 시작 가격은 3499달러로 유지했다.

후속 개발 조직도 축소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지난달 비전 프로의 게임·몰입형 영상 부문을 중심으로 비전 제품 그룹 인력 약 100명을 줄였으며, 이후 보안·오디오·시리 연동·테스트·비전OS 등 관련 조직에도 감원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비전 프로 조직 구성원들은 플랫폼 투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경영진에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더 싸고 가벼운 비전 프로 후속작은 2028년 말~2029년 초 출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현재는 이 일정조차 확정적이지 않다. 맥루머스는 애플이 후속 헤드셋 개발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수준이며 실제 출시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몸집 큰 헤드셋 대신 안경…AI 웨어러블 시장은 이미 급성장

반면 애플이 힘을 싣는 쪽은 AI 스마트안경이다. 애플은 디스플레이 없이 카메라와 오디오, 시리 등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첫 스마트안경을 이르면 2027년 말 선보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비전 제품 조직 인력 일부도 스마트안경 개발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흐름도 이쪽에 가깝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AI 안경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263% 늘었다. 특히 디스플레이가 없는 비교적 가볍고 저렴한 제품이 전체 출하량의 96%를 차지했다. 반면 화면을 탑재한 AR·AI 안경은 높은 가격과 기술적 복잡성, 두꺼운 폼팩터 탓에 아직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다.

결국 애플이 풀어야 할 문제는 단순히 비전 프로를 더 가볍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외부 모듈을 달면 무게는 줄지만 애플이 중시해온 일체형 사용자 경험이 훼손되고, 모든 부품을 다시 헤드셋 안에 넣으면 무게와 가격 문제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4개의 설계안을 놓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비전 프로가 맞닥뜨린 딜레마다. 애플이 공간 컴퓨팅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헤드셋을 끝까지 살릴지, 스마트안경 중심의 새로운 전략으로 사실상 방향을 틀지 향후 제품 로드맵이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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