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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알약 대신 미술·음악 수업…'예술을 처방합니다'

등록 2026.10.16 07:30:00

[신간]알약 대신 미술·음악 수업…'예술을 처방합니다'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어떤 약도 들지 않았던 뇌졸중 환자가 미술 수업에 꾸준히 참여한 후 일상을 되찾는다. 아흔네 살의 치매 환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인지 기능이 살아나는 경험을 한다. 이는 예술 활동을 통해 건강이 회복된 환자들의 실제 사례들이다.

신간 '예술을 처방합니다'(디플롯)은 예술 참여가 단순히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건강 중재 요법이라고 말한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심리생물학 및 역학 교수인 저자 데이지 팬코트는 자신이 진행한 다수의 연구를 포함한 수십 년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음악, 시각 예술, 춤, 공연이 스트레스와 우울을 줄이고, 기억력을 강화하며, 뇌 건강을 돕는다는 점을 증명한다.

나아가 인간의 건강과 웰빙을 향상시키기 위한 해결책의 일부로 예술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친다.

"예술이 정신 건강(우울, 불안, 스트레스, 웰빙)에 미치는 효과는 치매가 발병한 뒤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치매 환자의 정신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은 인지 기능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스트레스와 우울이 일으키는 생물학적 결과, 즉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와 염증은 뇌의 위축을 가속하고 인지 기능의 저하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심리적 호전은 치매 환자와 그 가족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수명을 늘려주지는 못하더라도 삶의 질을 향상하기 때문이다." (161쪽, 3장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근육' 중)

저자는 예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약의 '활성 성분'과 '기전'이라는 과학적 틀로 냉철하게 분석한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성적이 오른다거나 음악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킨다는 식의 비과학적 미신과 허술한 상관관계는 철저히 도려낸다. 대신 인터뷰, 임상 시험, 뇌 영상, 대규모 코호트 연구 등 교차 검증된 엄밀한 데이터만으로 예술의 효능을 입증한다.

음악을 전공한 피아니스트 출신인 저자는 병원 인턴십 중 예술 프로그램이 환자의 공황을 멈추고 통증을 줄이는 현상을 직접 목격한 뒤, 과학의 길로 전향해 정신신경면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네스코(UNESCO)의 예술 및 건강 분야 협력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세계적 권위자다. 

책은 단순히 예술의 치유력을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 분야 예산을 전액 삭감하거나 예술 교육을 뒷전으로 미루는 정책 당국을 향해 날 선 비판을 가한다. 팬데믹 등 보건 위기 상황에서 예술가를 '가장 덜 필수적인 직업'으로 취급하는 사회적 편견을 꼬집으며, 예술이야말로 뇌와 몸, 나아가 공동체 전체의 보건을 증진하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처방이라고 강조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그림을 그리며, 미술관을 찾는 일상적 행위는 여유가 생길 때 누리는 사치가 아니다. 저자는 식생활, 수면, 운동과 마찬가지로 예술 역시 질병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 생존 전략임을 역설하며, 지금 당장 일상에 예술을 처방할 것을 촉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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