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기 지운 잔혹한 알베리히…사무엘 윤·양준모 '라인의 황금'
등록 2026.10.21 12:00:00
사무엘 윤·양준모, '알베리히' 더블캐스팅…"욕망의 초석"
바그너 '반지' 시리즈 초연 150주년…국립오페라단 '라인의 황금'
세계 무대서 바그너 소화한 두 성악가로 시리즈 첫 선
국내 단체 최초 시리즈 제작…2029년까지 4부작 계획
![[서울=뉴시스] 오페라 '라인의 황금' 주역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왼쪽)·바리톤 양준모.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026.10.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21/NISI20261021_0002269165_web.jpg?rnd=20261021084603)
[서울=뉴시스] 오페라 '라인의 황금' 주역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왼쪽)·바리톤 양준모.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026.10.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언제 우리가 연기하는 '알베리히'를 보겠어요?"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54)과 바리톤 양준모(52)가 '근거 있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두 성악가는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반지' 시리즈 1부작인 '라인의 황금'에 나선다.
올해는 바그너의 '반지' 시리즈가 초연된 지 150주년이 되는 해다.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 등 4부작으로 구성됐다. 바그너가 1848년부터 1876년까지 26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초연 150주년'을 기념해 2029년까지 약 3년에 걸쳐 반지 시리즈를 제작한다. 국내에서 작품이 공연된 적은 있지만 국내 단체가 직접 반지 시리즈를 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무대에서 바그너 작품을 소화해 온 사무엘 윤과 양준모가 첫 작품부터 알베리히로 나서며 대장정의 시작을 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지 시리즈는 작품은 절대 권력의 반지를 중심으로 신들과 난쟁이족의 대립을 보여준다. 절대적인 힘을 지닌 반지를 둘러싼 욕망과 배신, 사랑과 파멸을 보여주며 권력의 비극을 나타낸다. '라인의 황금'은 전작(全作)을 아우르는 전야극으로, 갈등의 시작을 보여준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 예술의전당에서 공연까지 약 일주일을 앞두고 두 성악가를 만났다. 사무엘 윤과 양준모는 입을 모아 "이미 공연 한 달 전부터 수도 없이 연기한 배역을 연습하고 있다", "우리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 없다"며 웃었다.
사무엘 윤은 세계적인 '바그너 가수'다. 2012년 바그너 작품만을 연주하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주역으로 활동하며 '바이로이트 영웅'으로 불렸다. 이후 바그너 작품만 수차례 올랐고, 독일 성악가 최고 영예 가수 '카머쟁어(Kammersänger)' 칭호를 받았다.
양준모는 뮌헨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하고 2007년 린츠 오페라극장에서 '세빌리아의 이발사' 피가로 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뮌헨(ARD) 국제 콩쿠르 1위, 뉘른베르크 마이스터징어 국제 콩쿠르 최고의 바그너상 등을 휩쓸며 바그너 레퍼토리를 넓혀 왔다.
사무엘 윤은 반지 시리즈를 새로운 프로덕션(제작)만 9번, 횟수로 100번 이상, 양준모도 새 제작 7번, 마찬가지로 횟수로 100번 이상 무대에 올라 수없이 바그너 작품에 오른 베테랑이다.
그럼에도 양준모는 처음 배역을 맡았을 때 공부하던 악보를 여태까지 보관하며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오페라 '라인의 황금' 주역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026.10.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21/NISI20261021_0002269167_web.jpg?rnd=20261021084636)
[서울=뉴시스] 오페라 '라인의 황금' 주역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026.10.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이 연기하는 알베리히는 니벨룽족의 난쟁이로, 극의 갈등을 유발하고 파멸의 씨앗을 뿌리는 핵심 악역이다. 순수 악에서 권력과 탐욕 앞에 점점 타락해 가는 인물로 등장한다. 연기적으로는 음역 범위가 넓고, 바그너 작품 속 특유 강렬한 자음이 반복되는 고난도 역할이다. 역할에 대해 두 성악가가 "바그너의 무덤"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사무엘 윤은 "독일에서 동양인에게 알베리히를 잘 맡기지 않는다"며 "언어적으로 너무 어려운 어휘 구사와 목소리가 날아갈 수 있는 위험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알베리히를 애증이라 표현한 양준모는 "성악가로서 발성을 포기하는 순간이 온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두 성악가가 연기했던 알베리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국립오페라단의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을 연출한 스위스 연출가 로렌조 피오르니가 작품을 동시대 감각으로 해석했다.
"현대식 알베리히"라고 표현한 사무엘 윤은 "금과 관련해서 현금다발을 던지며 부(富)에 대한 상징이 나타난다. 해외 연출의 차이가 있고, 정말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색채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작품에서 알베리히가 잔인하면서도 때때로 유쾌한 면모를 보여주는 광대 같은 인물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오롯이 악과 폭력성에 충실한 배역이다. 지저분한 육체는 더 날것의 느낌을 끌어낸다. 두 성악가는 "잔인하고 난폭한 면이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사무엘 윤은 "폭력적이지만 동시에 처절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작품의 중심축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양준모는 이와 같은 연출에 "이어지는 (반지) 시리즈에서 욕망을 지속하기 위해서 알베리히를 중심으로 초석을 깔아놓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서울=뉴시스] 오페라 '라인의 황금' 주역 바리톤 양준모.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026.10.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21/NISI20261021_0002269169_web.jpg?rnd=20261021084727)
[서울=뉴시스] 오페라 '라인의 황금' 주역 바리톤 양준모.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026.10.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라이브 카메라를 연출에 활용해 인물의 내면을 더 깊숙하게 파고든다. 알베리히를 쫓아다니는 카메라가 있어 무대 뒷모습도 생생하게 구현된다. 작품을 무대 위에서만 가두지 않고,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시도다.
사무엘 윤은 "알베리히는 '라인의 황금'에서 가장 많이 나와 무게감이 큰 역할"이라며 "(연출가가) 작품을 알베리히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새로운 연출적 요소가 가미된 배경을 전했다.
양준모는 "(성악가가) 무대를 퇴장하면 관객은 뒷모습을 보지 못하지만, 카메라를 통해 뒤편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다"며 지속해서 알베리히가 작품에 녹여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무엘 윤은 "평소 대비 1.5배 더 연기하는 셈"이라며 웃었다.
두 성악가가 같은 배역으로 한 무대에 함께 오르는 것은 2024년 서울시오페라단의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이후 두 번째다. 아울러 베이스바리톤과 바리톤, 서로 음역이 달라 각각의 '알베리히'를 볼 수 있는 기회다.
'라인의 황금'은 오는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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