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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회 1년 앞 前충칭시장 조사…원로·시진핑 측근 '연결고리' 끊나

등록 2026.10.21 15:21:22

우궈광 "시진핑 발탁 인사들도 옛 권력층과 접촉하며 세력 경쟁"

내년 당대회 앞두고 사정 강화…WSJ, 관료사회 위축·경제정책 차질 우려

[서울=뉴시스] 황치판 전 충칭 시장.(출처: 바이두) 2026.10.1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황치판 전 충칭 시장.(출처: 바이두) 2026.10.1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정치적 오뚝이'로 불렸던 황치판 전 충칭시장에 대한 조사가 내년 중국 공산당 지도부 재편을 앞둔 권력투쟁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들끼리도 영향력을 다투는 가운데, 황 전 시장이 이들과 과거 권력층을 잇는 통로로 여겨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중국 엘리트 정치 전문가인 우궈광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경제제도연구센터 선임연구학자의 견해를 소개했다. 우 연구원은 시 주석의 측근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집단이 형성됐으며, 내년 공산당 지도부 재편을 앞두고 영향력을 다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국가감찰위원회는 지난 13일 황치판(74) 전 충칭시장이 중대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충칭은 중국 남서부에 있는 대도시로, 황 전 시장은 오랫동안 중국 경제정책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이다. 중국 당국은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2027년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제21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이뤄졌다. 당대회에서는 차기 핵심 지도부의 인선과 권력 배분이 결정된다. 우 연구원은 이런 권력 재편을 앞두고 시 주석이 고위 인사들의 움직임을 더욱 경계할 수 있다고 봤다.

황 전 시장에 대한 조사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가 오랫동안 중국의 권력투쟁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넘어지지 않는다는 뜻의 '부도옹(不倒翁·오뚝이)'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여러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주요 경제관료로서 입지를 유지했다.

그는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와 가까운 관계였다. 2012년 보 전 서기와 갈등을 빚은 왕리쥔 당시 충칭시 공안국장이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으로 피신하자, 황 전 시장은 그를 데려오기 위해 직접 영사관을 찾아갔다. 이후 보 전 서기는 몰락했지만 황 전 시장은 시장직을 유지했다.

우 연구원은 황 전 시장이 중국의 여러 세대에 걸친 권력집단을 연결하는 인물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가 거론한 인맥에는 고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가까웠던 상하이 출신 정치·경제계 인사들의 느슨한 연합체인 '상하이방'과 고 주룽지 전 총리 주변의 경제관료들이 포함된다. 보시라이 전 서기와의 관계도 별도의 인맥으로 꼽았다.

[우란차부=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네이멍구자치구 우란차부시의 차하얼 첨단기술산업개발구를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6.10.16.

[우란차부=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네이멍구자치구 우란차부시의 차하얼 첨단기술산업개발구를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6.10.16.

황 전 시장의 인맥이 과거 권력층에만 머무른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 우 연구원의 시각이다. 그는 황 전 시장이 가족관계를 통해 시 주석 집권기에 부상한 인사들과도 연결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중국의 관료사회에서는 개인적 관계가 고위직 인사와 정보, 자금, 정치적 영향력에 접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권력집단에 두루 인맥을 가진 인물이라면 공식 직책에서 물러난 뒤에도 영향력을 유지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 연구원은 과거 권력집단들이 이제 시 주석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힘은 없지만, 여전히 그의 정책에 저항하거나 주요 인사 결정과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중국이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시기에 구축한 서방 정치·경제계 인맥도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평가했다.

여기에 시 주석이 직접 발탁한 인사들 사이의 경쟁까지 겹쳐 있다는 것이 우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이들 사이에서 형성된 경쟁 집단을 '시진핑 측근 내부 계파'(sub-Xi factions)라고 불렀다. 시 주석과 과거 반대 세력의 대립뿐 아니라, 시 주석 아래에서 권력을 나눠 가진 인사들끼리도 경쟁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 연구원에 따르면 일부 시진핑 측근은 권력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과거 권력집단과의 관계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 반대로 원로급 인사들도 현 지도부 안에서 자신들에게 힘을 보태줄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황 전 시장은 이런 양측의 접촉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통로로 여겨졌을 수 있다. 우 연구원은 황 전 시장을 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도 현 지도부 인사들과 과거 권력집단 사이의 연결을 끊으려는 의도였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동기가 당국의 공식 조사 사유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지난=AP/뉴시스】보시라이(薄熙來) 중국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가운데)가 22일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수갑을 찬 채 중국 경찰관들에 둘러싸여 자신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는 것을 듣고 있다. 중국 법원은 그의 뇌물 수수, 공금 횡령, 권력 남용 등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라며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중국의 최대 정치 스캔들이 일단락됐다. 2013.09.22

【지난=AP/뉴시스】보시라이(薄熙來) 중국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가운데)가 22일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수갑을 찬 채 중국 경찰관들에 둘러싸여 자신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는 것을 듣고 있다. 중국 법원은 그의 뇌물 수수, 공금 횡령, 권력 남용 등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라며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중국의 최대 정치 스캔들이 일단락됐다. 2013.09.22

중국의 반부패 조사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기율·감찰기관이 입건한 사건은 53만8000건으로 월평균 약 9만건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입건 건수는 101만2000건으로 월평균 약 8만4000건이었다.

올해 상반기 입건 대상에는 성·부급 이상 고위 간부 50명이 포함됐다. 같은 기간 징계를 받은 이 직급 간부는 74명이었다. 입건과 징계는 서로 다른 절차에서 집계된 수치로, 두 숫자를 합쳐 조사받은 인원으로 볼 수는 없다.

WSJ은 숙청이 시 주석의 권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관료사회에 불안감을 퍼뜨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퇴직 관료와 식사를 함께한 일까지 정치적 음모로 해석될 수 있는 분위기라면, 관료들은 적극적인 결정보다 책임을 피하는 쪽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 경제 운용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WSJ은 관료들이 투자와 정책 결정에 따르는 위험을 꺼리는 모습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가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반부패 숙청이 오히려 정책 집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WSJ은 내년 당대회가 결정을 내리기 두려워하는 관료조직의 모습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시 주석이 새 지도부 구성을 통해 권력을 과시하더라도, 숙청을 두려워하는 간부들이 투자나 정책 결정을 미루면서 정부가 경제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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