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쳤다" 주장하며 방화…또 무고한 시민 위협한 '개인 원한'
등록 2026.10.21 11:56:48
'역삼동 연속 방화' 70대 男, 상표 등록 과정서 불만
숭례문·대구 변호사사무실 등…개인 불만이 방화로
"사회 갈등 사전 조정해야"…재범 예방 강화 지적도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역삼동 빌딩 2곳 방화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70대 남성이 20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6.10.20. mangust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20/NISI20261020_0021497397_web.jpg?rnd=20261020182659)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역삼동 빌딩 2곳 방화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70대 남성이 20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6.10.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김혜림 인턴기자 =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2곳에 연속해 불을 지른 70대 남성이 범행 동기로 '특허법인과의 상표 등록 관련 갈등'을 언급했다. 개인적 분쟁에서 비롯된 불만이 분쟁과 무관한 시민들의 생명까지 위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거나 상대를 응징한다는 생각으로 방화를 선택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개인의 불만이 폭력으로 번지기 전에 갈등을 조정하고, 반복 범행의 위험에 대응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70대 남성 A씨는 전날 오전 11시51분께 역삼동 한양빌딩에 먼저 불을 지른 뒤 낮 12시1분께 신명빌딩에서 두번째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불로 19명이 부상을 입었다.
수서경찰서로 압송된 A씨는 취재진에게 "특허 법무법인에서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다. 범행을 언제부터 준비했느냐는 질문에는 "한 3일 됐다"고 답했다.
화재가 난 두 빌딩에는 모두 특허법인이 입주해 있다. A씨는 2022년에도 이들 특허법인과의 출원 문제로 불만을 품고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며 위협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한 특허법인에 해외 상표 등록을 의뢰했으나 해당 국가 제도상 온라인 등록증만 발급된다는 설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변리사가 자신의 상표를 가로채려 한다는 의심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분쟁 처리 결과나 기관의 업무에 대한 불만이 방화로 이어진 사건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공격의 피해는 갈등 당사자에 그치지 않았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진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 감식반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2022.06.09. lmy@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2/06/09/NISI20220609_0018900383_web.jpg?rnd=20220609160147)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진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 감식반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2022.06.09. [email protected]
지난 2022년 6월 대구에서는 민사소송 결과에 불만을 가진 50대 천모씨가 소송 상대방 측 변호사사무실에 불을 질러 자신을 포함해 7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부산에서는 아내에 대한 진료에 불만을 가진 60대 남성이 부산대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불을 질러 의료진과 환자가 대피하는 등 응급실 운영이 중단된 사건도 있었다.
2008년 2월 숭례문 방화 사건은 토지보상 문제에 대한 불만이 분쟁과 직접 관련 없는 국가유산에 대한 공격으로 번진 사례다.
전문가들은 개인적 분쟁을 사회 전체의 부정의로 확대해 받아들이거나, 폭력을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는 수단으로 여기는 심리가 이 같은 범행의 배경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단순 복수심이나 돈에 대한 집착이었다면 욕설이나 폭행 정도의 범행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음모론에 빠지는 것처럼 '나는 대의를 가진 피해자야'라고 착각하면 이 같은 대형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이라는 건 과거부터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요소이고, 심리적으로도 상징성이 크다"며 "소셜미디어 같은 공론화 방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불을 내면 사람들이 나에게 주목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범행의 책임을 엄중히 묻는 동시에 개인적 불만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사회적 개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다 같이 고민해야 한다"며 "법과 원칙은 그대로 중요하지만, 사전에 갈등을 해결하고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이 아직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범 예방을 위한 인력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 교수는 "교도소 과밀 수용 등 부족한 여건 속에 단순히 형량을 늘리는 것만으론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방화의 경우 특히 재범 위험성이 높아 기존 보호관찰 제도 이외에 돌봄이나 관계망 등 사회 복지 차원의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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