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장이 무서워요"…취업난에 학교 떠나지 못하는 청년들 [출동!인턴]
등록 2026.10.22 07:00:00수정 2026.10.22 07:02:20
졸업보다 취업이 먼저…학교 남는 청년들
'백수'보다 대학생…소속감 지키며 스펙 쌓기
AI로 신입 채용 문턱 좁아져…"실무 기회 늘려야"
![[서울=뉴시스]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 20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대학일자리플러스사업단 라운지에서 학생들이 노트북과 태블릿 등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2026.10.20.](https://img1.newsis.com/2026/10/21/NISI20261021_0002270038_web.jpg?rnd=20261021161209)
[서울=뉴시스]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 20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대학일자리플러스사업단 라운지에서 학생들이 노트북과 태블릿 등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2026.10.20.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박지우 인턴기자, 진민아 인턴기자 = "10명 중 8명을 졸업을 유예할 거에요."
내년 졸업을 앞둔 대학생에게 졸업유예를 둘러싼 주변 분위기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한때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기쁨의 상징이었던 졸업장. 그러나 요즘 일부 대학생들에게는 취업이 확정되지 않은 채 학교를 떠나는 것이 두려운 일이 됐다.
취업난 속에서 졸업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도 학교를 떠나지 않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졸업을 유예하거나 수료 상태로 남는 등 학위 취득 시기를 늦추고 있다.
서울 주요 8개 대학의 졸업유예 신청자는 올해 4월 기준 7020명으로, 4년 새 45.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알리미 공시와 교육부의 국회 제출 자료를 토대로 분석된 수치다.
졸업을 앞둔 청년들이 학교에 남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일 오후, 조사 대상 8개 대학 중 한 곳인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건국대학교를 찾아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선배들도 다 유예해요"…졸업 미루는 게 당연해진 대학가
입구에는 취업 상담 안내문과 청년 구직 지원사업 홍보물이 빼곡했다. 벽면에는 채용 정보와 취업 일정표, 올해 진로·취업·창업 교육과정 로드맵이 게시돼 있었다.
라운지에서는 학생들이 저마다 노트북과 태블릿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채용 공고를 살펴보는 등 취업 준비에 열중한 모습이었다. 안쪽에 마련된 6~7개의 진로 상담실 중 두 곳에서도 상담이 진행 중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재학생들에게 졸업유예는 낯선 선택이 아니었다. 아직 졸업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취업이 결정되지 않는다면 졸업을 미루겠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서울=뉴시스] 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 20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학생회관에 마련된 대학일자리플러스사업단 입구 모습. 이곳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취업 상담과 취업 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26.10.20.](https://img1.newsis.com/2026/10/21/NISI20261021_0002270040_web.jpg?rnd=20261021161256)
[서울=뉴시스] 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 20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학생회관에 마련된 대학일자리플러스사업단 입구 모습. 이곳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취업 상담과 취업 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26.10.20.
3학년 우모(23)씨는 "주변 선배들이 대부분 졸업을 유예하다 보니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졸업유예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씨는 휴학보다 졸업유예가 취업 준비에 유리하다고 봤다. 남은 학점을 모두 이수한 뒤 졸업을 미루면, 수강 부담 없이 취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휴학하면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취업할 때 수업이나 학점이 남아 있으면 걸림돌이 될 것 같다"며 "차라리 학점을 다 채운 뒤 졸업을 미루는 편이 변수가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씨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기관 인턴과 대외활동에 참여하며 경력을 쌓고 있다. 기업에서 진행하는 정규직 공개채용보다 상대적으로 도전할 만하다는 판단에서다.
졸업 전까지 취업에 필요한 경험과 자격을 갖춘 뒤 졸업 후 곧바로 정규직에 취업하는 게 목표다.
4학년 이모(25)씨가 졸업을 망설이는 이유는 조금 달랐다. 학생이라는 소속을 잃고 취업시장에서 홀로 경쟁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씨는 "마음의 준비 없이 무턱대고 졸업해버리면 대학이라는 소속도 잃고 서둘러 취직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취업이 확정된다면 졸업을 미룰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두 학생 모두 없다고 답했다. 학교생활에 미련이 남은 게 아니라, 취업하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는 상황이 두려운 것이다.
![[서울=뉴시스] 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 20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대학일자리플러스사업단에 청년 구직 지원사업과 기업 채용 정보 등을 소개하는 안내 책자들이 비치돼 있다. 2026.10.20.](https://img1.newsis.com/2026/10/21/NISI20261021_0002270042_web.jpg?rnd=20261021161327)
[서울=뉴시스] 박지우·진민아 인턴기자 = 20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대학일자리플러스사업단에 청년 구직 지원사업과 기업 채용 정보 등을 소개하는 안내 책자들이 비치돼 있다. 2026.10.20.
"백수보다는 대학생"…학교 혜택 누리고 스펙 쌓는 청년들
지난해 12월 마지막 학기를 마친 김모(25)씨는 대학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계속 누리기 위해 졸업을 미뤘다.
김씨는 "대학생이면 잡플래닛 등 기업 정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취업 상담이나 특강도 활용할 수 있다"며 "졸업하고 나면 이런 혜택을 누리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인턴 활동도 여러 차례 이어 온 이른바 '인턴 N수생'이다. 졸업을 유예한 기간에도 꾸준히 실무 경험을 쌓으며 취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졸업을 서두르지 않는 데에는 취업 시장에서의 공백기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다.
김씨는 졸업 후 취업까지의 기간이 길어지면 채용 과정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자주 들었다고 했다. 그는 "동기들도 대부분 졸업을 유예했다"며 "학기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졸업하는 사람은 정말 몇 명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은 유예 기간에도 학교의 면접 컨설팅과 진로·취업 프로그램 등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출판 업계 취업을 준비하는 최모(24)씨는 졸업을 미룬 시간을 자격증 취득에 쏟고 있다. 최근 어학 성적과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을 취득했고, 추가로 필요한 자격증을 알아보며 관련 채용 공고를 살피고 있다.
최씨는 "학교생활과 취업 준비를 병행하기보다 취업에만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졸업 후 공백기가 생기면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신경 쓰였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뿐 아니라 어학연수 등 재학 중 미처 하지 못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유예를 선택한 이유다. 최씨는 이러한 기회를 고려하면 졸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졸업을 미룬 이유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제각각이었지만, 학생들은 취업이 확정될 때까지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일자리는 점점 부족"…졸업유예만으론 한계
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며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들이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보다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을 택하면서 대졸 청년들의 취업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졸업을 유예한다고 취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임 교수는 유예 기간 자체보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봤다.
문제는 AI 확산으로 직업의 미래 전망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임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청년 고용정책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 모두 양질의 신규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청년들이 곧바로 취업하기 어렵다면 단순한 직업훈련을 넘어 인턴 등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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