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로마의 유산을 다시 빚은 한국 작가들…송은·불가리 협력전

등록 2026.10.29 09:15:30

그레이코드·지인 등 한국 작가 6팀 참여

회화·조각·영상·설치 20여 점

로마 콜로세움의 건축과 역사, 빛·소리·향기로 재해석

최성임, 황금이불,2026 *재판매 및 DB 금지

최성임, 황금이불,202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빵 봉지를 묶는 작은 끈들이 거대한 황금빛 조각으로 변신했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드리운 작품은 반짝이는 금속처럼 보이지만, 실제 재료는 일상에서 흔히 쓰는 빵 끈이다.

작가 최성임의 신작 ‘황금 이불’(2026)이다. 작가는 가볍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재료를 하나하나 엮어 황금빛 설치작품을 완성했다. 화려한 외관과 소박한 재료의 대비 속에 작가가 쏟아부은 노동과 시간이 담겼다.

고대 로마의 건축과 문화유산을 한국 동시대 미술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전시가 서울 강남구 송은에서 열린다.

송은문화재단은 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와 협력한 전시 ‘LIGHT, FORM AND VISION: Roman Heritage in Dialogue with Korean Contemporary Art’를 29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1999년 탄생한 불가리의 대표 컬렉션 ‘비제로원(B.zero1)’에서 출발했다. 로마 콜로세움의 건축적 형태와 나선형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한국 작가들이 각자의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참여 작가는 그레이코드·지인, 김지수, 박준범, 이은우, 정영호, 최성임 등 6팀이다. 회화와 조각, 영상, 설치, 사운드 등 20여 점을 선보인다.

이은우는 콜로세움의 반복되는 아치 구조를 황동 조각으로 옮겼다. 신작 ‘게이츠’(2026)는 여섯 개의 황동 아치로 구성됐다. 비대칭 아치는 작은 오브제의 무게로 균형을 잡고, 공기의 흐름과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천천히 회전한다.
이은우, 빌게이츠 연작 *재판매 및 DB 금지

이은우, 빌게이츠 연작 *재판매 및 DB 금지



김지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로 고대 로마를 불러낸다. 신작 ‘시공향’(2026)은 콜로세움에서 사람들이 공유했을 향기를 상상하며 제작한 후각 설치작품이다. 제주 자연에서 추출한 향을 원목 모듈에 담아 전시장 벽면에 설치했다. 관람객이 움직이고 공기가 흐를 때마다 향의 농도와 확산이 달라진다.

그레이코드·지인은 빛과 소리로 공간을 채운다. ‘비어 있는 듯, 이미 가득 차 있는’(2026)은 지름 7m의 검은 금속 구조물과 빛, 돌, 다채널 사운드로 구성한 설치작품이다. 관람객의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빛의 반사와 소리가 다르게 경험된다.

박준범은 직접 로마를 답사하며 촬영한 거리와 건축물의 풍경을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비슷한 골목’과 ‘네 개의 비슷한 모서리’(2026)는 오래된 건축물과 복원된 부분, 새롭게 덧붙여진 구조가 뒤섞인 로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영호의 ‘우리는 반복하고 있지 않다’(2026)는 이탈리아 철학자 잠바티스타 비코의 나선형 역사관에서 출발한다. 태양계의 공전 궤도를 시뮬레이션하고 장시간 노출로 촬영해 시간의 움직임을 한 장의 이미지에 담았다.
그레이코드, 지인, 비어 있는 듯, 이미 가득 차 있는, 2026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레이코드, 지인, 비어 있는 듯, 이미 가득 차 있는, 2026 *재판매 및 DB 금지



지하 2층 벙커룸에는 불가리 주얼리의 역사와 디자인을 소개하는 ‘레트로스펙티브 룸’도 마련됐다.

전시는 11월 14일까지. 무료 관람이지만 네이버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도슨트 투어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오후 3시와 5시에 진행한다. 자율관람 예약자는 배우 변우석의 목소리로 작품을 설명하는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