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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우의 작가만세]조예은 "소설도 금속공예처럼 피니싱 중요...다듬는 과정 발전했죠"

등록 2022.08.27 07:00:00수정 2022.08.27 10: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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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좋아하던 금속공예학과 출신 소설가

2016년 황금가지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 수상 데뷔

두 번째 소설집 '트로피컬 나이트' 출간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소설집 '트로피컬 나이트'를 출간한 조예은 작가가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8.27.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소설집 '트로피컬 나이트'를 출간한 조예은 작가가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8.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제가 너무 야망 없어 보이나요?"

소설가 조예은(30)이 당돌하게 물었다.

괴담을 좋아하던 금속공예학과 전공생이었다. "취직 준비가 싫어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인생을 바꿨다. 2016년 황금가지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에서 당선되면서다.

조예은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부터 B급 영화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다 유혈이 낭자한 콘텐츠로 나를 채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져 소설을 쓰고 공모전에 지원했다"고 했다.

그렇게 쓴 이야기는 장르 소설이 됐고 때로는 호러로, 때로는 판타지 소설로 변신한다.

얼떨떨하게 첫 책을 내고 벌써 2권의 소설집과 2권의 장편소설을 낸 소설가가 됐다. 지난해부터 아예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최근 두 번째 소설집 '트로피컬 나이트' 출간한 그를 카페에서 만나 작가가 된 사연을 들어봤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소설집 '트로피컬 나이트'를 출간한 조예은 작가가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8.27.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소설집 '트로피컬 나이트'를 출간한 조예은 작가가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8.27. [email protected]


금속공예와 닮은 소설 쓰기, "다듬는 과정이 중요해요"

대학생 시절 공모전에 도전한 건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공모전 상금이 당시 대학생 입장에선 정말 컸거든요."(웃음)

이젠 장르소설계에서는 '한국 문학의 보석'이라는 수식어가 달렸다. 어떻게 생각할까?

"저요? 보석보다는 '날붙이'의 반짝거림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당연스럽게 '보석'이라는 표현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대신 '반짝거리는 것'이라면 좋아한다고 했다.

반짝거리는 것과 인연이 깊다. 그의 소설 속 시퍼런 날붙이부터 그의 전공인 금속 공예까지도 모두 반짝거린다. 그는 소설을 쓰는 과정이 마치 금속 공예와 같다고 했다.

"다듬는 과정(피니싱)이 중요해요."

금속공예는 조각을 마치고 사포로 금속품을 다듬는 '피니싱' 작업이 있다. 피니싱이 금속공예에서 가장 중요하듯 그의 집필 과정에서도 마무리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 소설의 초고를 작성하고는 문단을 전부 드러내기도 하고 추가하기도 하는 과정이 그의 작업에 필수적이다.

첫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를 내고 2년 만에 내는 소설집 '트로피컬 나이트'에서는 다듬는 과정이 발전했다고 느낀다.

"하고 싶은 이야기와 괴담을 섞어서 이야기를 쭉 적어내고 이를 더 '세밀한 사포'로 퇴고할 수 있게 됐죠."

호러 소설이지만 해피엔딩? 잔인한 것도, 새드엔딩도 싫어

"전 사실 괴담을 좋아해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잖아요. 괴담이라 불릴 만큼 말도 안되는 일에도 사실은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수록작 '할로우 키즈' 중에서)

이번 소설집은 호러, 공포소설로 분류되지만, 막상 이야기를 읽어보면 그리 무섭지 않다. 인육을 먹는 괴물('고기와 석류')부터 악몽을 꾸게 하는 몽마('나쁜 꿈과 함께')까지 인간을 괴롭힐 것만 같은 존재들은 의외로 다정하다. 예상보다 '유혈이 낭자한' 부분도 적다.

"사실 저는 잔인한 걸 좋아하지 않아요."

호러 소설을 쓰지만 잔인한 장면이 주는 불쾌함과 고통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라고 고백했다. "불필요하게 잔인한 영화나 장면을 즐기기보다는 전체 맥락을 봤을 때 서사를 위해 필요한 잔인함을 선호한다."

 이번 작품도 단순히 무서움이나 고통을 표현하기보다는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하고 느낀 외로움에 초점을 맞췄다.

주인공들은 마음속에 공허함과 외로움을 갖고 있다. 조예은은 그 빈 자리를 완전히 환상적인 존재를 통해 퍼즐처럼 채워보려고 노력했다. 환상적인 존재가 등장하지 않는 단편의 경우에도 인간과 인간이 결국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러한 '해피엔딩' 이야기는 조예은의 의도다.

처음 소설을 쓰던 대학생 시절에는 답답함이나 감정들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면 지금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다.

팍팍하고 힘든 세상에 호러 소설을 쓰지만 "피 칠갑을 걸쳐도 결말에서만큼은 약간의 희망이라도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소설집 '트로피컬 나이트'를 출간한 조예은 작가가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8.27.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소설집 '트로피컬 나이트'를 출간한 조예은 작가가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8.27. [email protected]


공모전과 지면 늘며 자유로운 이야기 가능...장르소설은 새로운 기회

""나는 늘 누군가에게 복수하는 상상을 해." 언젠가 연우 언니가 잔뜩 취해 중얼거린 말이 뇌리를 스쳤다. 언니가 사라지기 2년쯤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수록작 '새해엔 쿠스쿠스' 중에서)

공모전을 통해 장르소설 작가로 데뷔했지만, 조예은은 이제 현실적인 이야기도 쓴다.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새해엔 쿠스쿠스'가 대표적이다. 사촌 언니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주인공을 다룬 현실적인 이야기다.

공모전을 통해 책을 내고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지금을 즐겼다. 장르소설의 시장이 커지고 지면이 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쓸 기회가 늘었다고 했다.

공모전으로 데뷔한 아쉬운 점도 있다. 주변에 친한 동료 작가가 없다는 것이다. 신춘문예나 문학상 등단을 준비하는 작가들과 달리 공모전으로 데뷔한 작가들은 직장을 다니다 불쑥 작가가 되는 등 형태가 다양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창작하는 이들이 많다.

인터뷰 내내 야망이 없다고 했지만 눈에는 열망으로 뜨거웠다. 이번 책에 쓴 단편 '고기와 석류'를 꼭 장편으로 쓰겠다고 했고, 두께가 있는 장편을 쓰고 싶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거대한 목표는 없지만요. 그냥 제가 이걸 전업으로 시작한 이상 이걸로 평생 먹고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근데 생각해보면 이게 사실 되게 어려운 일 아닐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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