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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형마트 의무휴업 10년, 과연 'K유통산업' 발전시켰나

등록 2022.12.09 17:24:14수정 2022.12.09 17: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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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기자수첩 이혜원

[서울=뉴시스]기자수첩 이혜원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다른 생필품은 몰라도 신선식품은 꼭 두 눈으로 확인하고 사자는 주의에요. 냉장고가 텅 비어있는데 다음날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이라고 하면 짜증부터 나는 게 사실이죠."

경기도 한 신도시에 사는 주부 A씨는 결혼 이후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다. 매주 화요일 지역 내 온라인 '맘카페'에 들러 이번주가 대형마트 휴업일에 해당하는 확인하는 것이다. A씨는 "집 근처에 전통 시장도 없어서 맞벌이 부부는 너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현재 대형마트는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한 달에 두 번씩 문을 닫고 있다. 지난 6월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에서 소비자 10명 중 7명(67.8%)는  대형마트 영업 규제에 대해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10년 묵은 족쇄'에 묶여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 공약을 '규제 개혁 1호'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새 정부 들어 아직 구체화 한 것은 없지만 검토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규제심판회의를 통해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중소유통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논의 중이다. 유통 업계에선 조만간 규제 완화안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당초 법안이 마련될 당시 여야는 대형마트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인식을 같이했다. 여야의 정책 방향성을 다소 달랐지만, 소상공인 보호에 방점을 두고 개정이 추진됐다.

10여년이 흐른 현재까지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은 실효성 논란을 겪고 있다. 대형마트가 월 2회 문을 닫는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꼭 대형마트 대신 전통 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국내 유통 업계는 빅뱅에 가까운 대변혁을 겪었다. 이커머스(온라인 쇼핑몰)가 영향력을 대폭 높여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확 달라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MZ세대 뿐 아니라 5060 중장년 세대도 빠른 문 앞 배송, 당일 배송의 편리성에 익숙해졌다.

유통 생태계가 급변하면서 대형마트를 더 이상 '골목·동네 상권을 위협하는 포식자' 프레임에 둬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 신규 출점이 거의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매출이 부진한 오프라인 점포는 속속 정리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가 위축되면 점포 인근 지역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고, 다수의 중소 협력 납품 업체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 대신 이름이 덜 알려져 규제를 피해간 중견 식자재 마트들만 '어부지리'를 효과를 보고 있기도 하다.

전통시장 일각에서도 "대형마트를 의무 휴업 규제로 묶어 놓는다고 해서 더이상 반사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점은 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 침체를 겪는 전통시장과 지역 소상공인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잠재우는 일종의 상징적 '안전 장치' 정도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10년 전과 유통 산업 패러다임이 달라진 만큼 과거의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대형마트와 소상공인들이 함께 상생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미래 지향적 묘안이 필요하다.

새해 경제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논쟁만 더 길어지고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면 한국 유통 생태계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보다 현실에 맞는 규제 완화책 논의를 서둘러 결정지어야 하는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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