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애플 손 잡을까"…카드사들, 애플페이 도입 '눈치게임'

등록 2023.03.22 14:38:15수정 2023.03.22 14:56:5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애플페이, 첫 날 이용자 약 40만명 추정

수수료 0.15% 전액 카드사 부담에 '머뭇'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시행 첫 날인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 외벽에 애플페이 홍보 문구가 붙어있다. 2023.03.2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시행 첫 날인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 외벽에 애플페이 홍보 문구가 붙어있다. 2023.03.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한재혁 기자 = 애플의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가 출시 직후 호황을 보인 가운데 카드사들도 고심에 빠졌다.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점쳐지는 애플페이와의 제휴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지 고민하면서도 수수료 부담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계열사 '토스페이먼츠'가 애플의 국내 공식 PG(결제 대리) 파트너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토스가 지난 LG유플러스의 PG부문을 인수한 뒤 2020년 8월 출범한 자회사로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약 10만 곳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파트너사 선정으로 기존 가맹점들은 간단한 추가 계약만으로 애플페이를 연동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당초 문제가 제기됐던 저조한 NFC(근거리무선통신)단말기 보급이 해소될 것이란 의견도 힘을 얻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페이는 간편결제 시장에 위협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플페이 도입 초기 장애물이 될 것으로 점쳐진 기술적 장애물이 이전 예측보다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된다는 이유에서다.

NFC단말기 보급 문제에 대해선 "MZ세대나 알파세대를 주 고객으로 삼은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 등 소매점들이 NFC 단말기 설치를 먼저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이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NFC 결제 인프라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알파 세대는 2010년~2014년 사이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를 근거로 애플페이의 간편결제 시장에서 점유율은 15%, 일평균 총 거래금액은 올해말까지 1000억원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체 아이폰 이용자 중 약 700만명이 여타 간편결제 플랫폼에서 애플페이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이용자들의 호응은 긍정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페이 출시일이었던 지난 21일 등록 고객 수는 약 40만명 내외로 이 중 17만명은 서비스 개시 이후 수시간 안에 신청을 마친 것으로 추정 중이다. 이날 이용자가 단기간에 급속도로 몰리자 한때 버퍼링으로 인해 일부 카드는 애플페이에서 결제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같은날 정태형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토큰 발행(카드 등록시 암호화된 카드 정보를 발급하는 것)이 백만명을 넘었다고 한다"며 "애플팀에선 역대 최고 기록(highest record ever)이라고 했다"고 게시물에서 언급했다.

득인가 실인가…고민하는 카드사들

이같은 애플페이의 성장 가능성을 두고 카드사들은 셈법이 복잡해졌다. 지난 2015년 삼성페이 출시 당시 '캐시비' 등 사업자들이 제휴를 통해 큰 성장세를 보였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간편결제 시장에서 규모를 키울 애플페이와 조기에 협약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걸림돌이 되는 건 수수료다. 현재 애플페이는 가맹점 결제 수수료 전액을 카드사에 부담하는데 그 수준은 건당 0.15%수준이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삼성페이가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과는 대비된다. 카드사들 입장에선 섣부른 제휴가 이익 감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입장차가 클 수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역시 지난해 '간편결제 시장 동향과 애플페이 영향 점검'보고서에서 "현대카드와의 독점 제휴가 종료된 후 파급효과에 따라 제휴 카드사는 확대될 것으로 보이나 카드사의 수익성은 애플의 추가 수수료 요구로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카드사들이 선뜻 나서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경과를 지켜보면서 수익성이 날 거라고 확신이 들어야 추진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견해를 밝혔다.

특히 오픈페이를 운영하는 신한·KB국민·하나·롯데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난처한 상황이다. 오픈페이는 자사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타사의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 폭이 넓을수록 강점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총 34%를 차지하는 업계 2·3위사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참여가 불분명한 가운데 애플페이 도입까지 맞물려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최근 삼성페이가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와 합종연횡을 이어가는 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은 도합 75%가량에 이른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편의성면에서도 오픈페이 앱은 애플페이나 삼성페이보다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며 "애플페이와의 제휴가 오픈페이 참여보다 이익이 더 된다면 이탈하는 카드사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픈페이 서비스에 참여한) 카드사들이 이탈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타 카드사들의 부가 서비스도 사용이 가능하게끔 소비자에게 혜택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